독일 교육과 학교 폭력

독일 연수기(1)

by 이주형

독일 교육과 학교 폭력

- 독일 연수기 (1) -

“독일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합니까?”


13시간이 넘는 비행이 처음에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독일 교육 시스템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비행 부담을 이겼다. 그래서 지난 5월 9일 독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역시 힘들었다. 비행기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여전히 극복할 수 고통이었다. 그저 눈만 감고 있었다. 하지만 어둠이 짙을수록 의식은 더 또렷해졌다. 인내의 시간이 따로 없었다. 더군다나 3열 중 가운데 자리에 앉은 터라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의 내 시간은 통로 쪽에 앉은 승객에게 달려 있었다. 그 승객이 일어나면 나도 같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기 전에 내가 먼저 돌아와야 했다.

인내의 시간은 7시간의 시차를 남기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려주었다.


디지털 시간보다 몸이 기억하는 시간이 훨씬 더 예민하였다. 그 예민함은 불면과 두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불면과 두통도 독일 학교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은 어쩌지 못했다.


독일 도착 다음 날 독일 학교 방문이 이루어졌다. 학교 시설 견학도 좋았지만, 수업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있어 가장 큰 행운이었다. (독일 교실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언급하려 한다.)


시설 견학 및 수업 참관을 마치고 우리의 교장에 해당하는 학교 관리자와의 세미나 시간을 가졌다. 거기서 동료 연수생이 질문했다.


“독일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합니까?”


모두의 시선이 독일 교장 선생님께 집중되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 학교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사안이기에 첫 번째 질문으로 손색이 없었다. 통역 가이드가 조금 망설였다. 그 자리에 손님으로 간 연수생들은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망설임을 이해한다는 자상한 표정을 지었다. 나 또한 독일 학교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심을 한 듯 통역 가이드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더 놀아운 것은 그 이야기를 들은 독일 교장 선생님의 표정이었다. 분명 사람이 놀라거나 당황할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는 의아함과 비통함까지 담겨 있었다. 연수생들은 그 표정에 묘한 동료의식까지 느꼈다.

통역 가이드가 그 표정에 뭔가 부연 설명을 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고 독일 교장 선생님의 말을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우리의 표정은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독일 학교에는 한국에서 일어나가고 있는 학교 폭력 같은 것은 없습니다. 아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면 독일에서는 규칙을 정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규칙을 넘은 범죄이기 때문에 독일 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통역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학교 폭력과 관련한 한국 언론 보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한국 교육 시스템을 마비시킬 정도의 위력을 가진 학교 폭력! 하지만 그 학교 폭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용납하지 않는, 아니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는 독일 학교!

그 차이가 학교 교육의 차이라는 것에 우리는, 아니 나는 적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통역 가이드의 이어지는 말에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진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것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 만약 휴대폰을 저녁 8시까지 사용하는 규칙을 정했다면 자녀들은 그 규칙을 반드시 지킵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독일의 민주주의 교육입니다.”


이어지는 세미나에서 강사 선생님이 말했다.


“독일에서는 곧 모든 학교에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곧 제정 공포될 예정입니다.”

과연 우리나라가 이런 법을 제정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나는 생각해 보았다.


학교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내 마음에는 “규칙”이라는 크게 메아리쳤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연함이 통하는 나라와 통하지 않는 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과연 우리나라 가정에는, 우리나라 학교에는, 우리나라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라는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