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끝에서
- 108배 끝에서 -
넘어지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마음은 늘
시간 뒤에 있습니다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려고 더 힘을
쓰지만, 일어섬은
늘 생각 밖의 일처럼
멀기만 합니다
넘어진 채로 원효암
부처님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버린
바람 풍선이 되었습니다
그토록 멀던 일어섬이
내 안에 있었습니다
넘어질수록 일어섬은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108배 끝에 넘어짐이
낮춤임을 알았습니다
나보다 먼저 넘어지신
부처께서 말씀하십니다
일어섬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넘어질 땐 넘어져라
일어서는 마음을 지우며
나를 낮추고 낮춥니다
누군가의 손이 건너와도
손 너머로 넘어집니다
나를 위해 먼저 넘어지신
부처님께서 나를 위해
더 오래 부복하십니다
숨 죽이던 12월이
1월을 일으켜 세웁니다
풀 죽은 바람 풍선 인형에
다시 숨이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