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칠불암 봄 계단

온도와 속도 사이

by 이주형

칠불암 봄 계단

- 온도와 속도 사이 -


3월 칠불암 길에 서면

비구니 스님의 푸릇한

염불소리에 맞춰 계단을

오르는 봄을 볼 수 있습니다


염불소리 연한 계단

초입에서는 뽀리뱅이가

잎 넓은 품으로 숨넘어가는

이들의 숨을 받아내며

마중 인사합니다


계단을 오를수록

염불소리 또렷해지면

잎마다 스님의 마음을 들인

끈끈이대나물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라며

하늘에 봄물을 풉니다


칠불암 처마가 보일 때면

이제는 다 왔다며

자신을 낮추고 낮추어

염불로 꽃을 피운 냉이가

마지막 넘어가는 숨들을

하얀 합장으로 맞이합니다


3월 칠불암을 오르면

계단의 온도가 이해한

속도대로 시간을 오르는

봄꽃들과 기쁘게 숨을

나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