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에 다녀왔던 5월 어느날의 끄적임
나는 엄마랑 둘이 목욕탕에 간 적이 한번도 없다
자기 몸 하나도 챙길 여력이 없던 엄마가 나를 공중 목욕탕에 데려가 때를 밀어주고 챙겨주는 것을 기대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오늘 아이들을 데리고 찜질방에 가서 맛있는 군것질을 하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뒹구르르 뒹굴다가 샘이는아빠와, 봄이는 엄마와 목욕탕에 들어가 함께 씻는 시간이 봄이 샘이에게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겠지만, 나에게도 새삼 특별한 시간이었다
함께 탕에 들어가 따뜻한 물 속에서 부둥켜안고 뽀뽀하고 장난치고 아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몸을 깨끗이 씻겨주고, 내가 목욕을 하니 아이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내 몸을 씻겨주었다
“엄마!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졌어요!!”
라며 즐거워하는 아이가, 이 별것 아닌 순간을 특별하고 행복하게 누리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면서, 사춘기에 늘 혼자 목욕가방을 들고 쭈뼛거리며 목욕탕에 들어갔던 진주가 생각나기도 했다
20대 언젠가, 친한 언니가 임신을 해 만삭이 되었을 때 친정 엄마가 목욕탕에 데려가 몸이 무거운 딸의 전신을 정성껏 세신해 주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심 부러웠던 그 감정도 불쑥 떠올랐다
나는 평생 그런 호사를 누릴 일은 없겠구나.. 싶었는데
딸이 생기니, 내겐 영원히 없을 행복 대신 또다른 모양의 행복이 존재함을 느낀다
인생은 불공평한 듯 공평하고, 행복의 형태는 다양해서, 우리가 감사와 행복으로 여기는 어떤 지점에서 이전에 놓친 행복을 보상받기도 한다.
행복의 지점을 놓치지 말고 정성스런 점 하나를 열심히 찍으며 살아가야지
다짐했다.
행복의 지경을 넓혀준 나의 봄이샘이에게 평생을 감사해야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