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웃기면서 슬픈, 웃픈 농담을 들었다. 회사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동료와 자리에 앉을지 사무실에 들어갈지 서성이고 있을 때였다. 지나가던 조종사 한 분이 "여기서 마셔, 여기가 공항 라운지야"라고 하셨다. 회사 카페는 벽 한 면이 창문이다. 저 멀리 국제선에 서 있는 비행기들이 보인다. 그랬다. 여기가 바로 공항 라운지였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여행은 선택의 문제였지 가능과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한번 맛본 여행의 맛을 잊을 수는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낯선 곳에 대한 갈망이 생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상의 공간이 좁아진 사람들 모두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여권만 있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던 때가 있었다. '느낌 오면' 떠날 수 있게 회사 서랍에 여권을 넣어두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 항공사 직원답게 해외에서 하룻밤만 자고 온 여행지가 몇이던가. 맥주 한잔, 커피 한잔, 저녁 한 끼에 만족하고 돌아왔던, "다음에 또 오면 되니까 아쉬워 말자!"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몇이던가. 우리가 자유여행의 마지막 세대라는 칼럼을 읽고는, 지난날이 그리워졌다.
자가 격리 없이는 외국에 갈 수 없는 요즘, 미국에서는 자유를 얻은 두 명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최초의 민간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온 거다. 새벽녘에 우주선이 하늘을 뚫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가득 찼다. 지구가 끝이 아니구나, 이제는 여행의 차원이 달라지겠구나, 하는. 저들의 마음엔 어떤 감정이 들어있을지도 궁금해졌다. 그들의 세상과 나의 세상은 그 깊이와 폭이 확연히 다르지 않을까.
책으로의 여행 말고, 진짜 여행지로의 여행이 하고 싶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으며 깊이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천 원짜리 쌀 국수를 먹고 길거리의 낯선이가 잘라주는 망고를 먹고 싶다.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두리안을 마음껏 음미하고 싶다. 여행지의 낯선 이와의 대화를 통해 삶이 더 넓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 한적한 공원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고 글을 적고 싶다. 삶을 더 값지게 만드는 여행이 하고 싶다.
여기가 공항 라운지라던 농담 하나에 지난날이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