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업준비
2016년 3월 3일 지원했던 항공사의 합격자 발표가 났다.
길게만 느껴졌던 취업준비였다. 임용고시를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3년의 대학 생활. 그리고 교생 실습 이후 취업 준비를 결심한 후 보냈던 1년 간의 시간이었다. 애정을 담고 로열티를 가졌던 항공 업계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요즘, 지나간 나의 취준 생활과 첫 항공사 합격 그리고 두 개의 항공사를 거친 근무 경험을 하나하나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내 생각에" 나는 고스펙 취준생이었다.
SKY를 나왔고 학점도 3점대 후반으로 나쁘지 않았다. 과외 활동도 쉬지 않았다. 경제 학회, 외국인 관련 동아리, 대규모 대외활동 단체의 기획단 활동을 했다. 미국 유명 대학에서의 어학연수와 토익 970과 오픽 AL의 영어 성적까지 만들어 놓았었다. 하지만 서류 통과율은 10% 남짓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다. 사실 지금도 이유를 정확히는 모른다. 추측해보건대, 나는 그저 고루고루 스펙만 좋은 취준생 아니었을까? 요즘 키워드인 '직무 적합성'이 높은 특색 있는 취준생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사범대생, 여자, 주요 교과(국영수) 전공은 사기업 입장에서 딱히 눈에 띄는 스펙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모두가 하라고 했던, 사범대생에게 자연스러운 길이었던 임용 고시는 내 선택지에 없었다. 나는 가르치는 일이 아닌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 생활이 하고 싶었다. 어떤 일이든, 주어지면 열심히 배워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나는 취업이 하고 싶었다. 그중 가장 일하고 싶었던 산업은 역시 항공 산업이었다.
2. 2016년 초, 취업 학원에 등록했다.
2016년 2월 나는 졸업 유예 없이 졸업을 했다. 입시 재수를 통해 공백기의 불안함을 이미 경험했기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성실하기로는 남부럽지 않은 나였다. 누군가가 나를 가르치면 열심히 따라갈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취업 학원에 등록했다. 컨설팅을 받고 취업에 성공하면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 구조였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100만 원 남짓이었던 것 같다. 신입 사원 월급을 생각하면 충분히 낼 수 있는 금액이었다.
취업 학원은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 스펙으로 지원하기에 적절한 회사들과 취업 준비 방법을 가르쳐줬다. 신기하게도 학원은 그 어떤 것도 떠먹여 주지 않았다. 산업 분석, 기업 분석, 시장 조사까지 모든 것은 내가 직접 해야 했다. 학원은 가야 하는 방향성과 과제만 제공해 주었다.
당시 취준 학원이 하나 둘 생겨났었다. 취준생을 대상으로 돈을 뜯어낸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꽤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만약 항공사 입사가 안되고 그 학원을 계속 다녔더라면 커리어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다행히(?!) 나는 학원 등록 일주일 만에 항공사 면접이 잡혔고 최종 합격까지 하게 되었다. 학원 규정 상 학원 강의를 100% 수강한 것은 아니었기에 합격에 의한 추가 금액은 납부하지 않아도 되었다.
3. 작지만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첫 번째 항공사에 합격했다.
2016년 3월 3일, 실눈을 뜨고 합격자 창을 봤다. 합격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취업 준비가 끝나던 순간이었다. 큰 규모의 항공사는 아니었지만 어디든 항공사면 괜찮다고 생각했기에 만족했다. 그리고 3월 7일 신입사원 연수를 위해 낯설기만 했던 강서구에 발을 디디게 된다. 인천공항이 더 익숙했던 나에게, 김포 공항이 어느새 '회사 근처'가 되는, 그런 나날이 펼쳐지기 시작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