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가 좋은 이유
왜 화가 났니?
오늘도 한 아이가 짜증을 내며 4B연필로 신경질적인 선을 마구 그린다.
또 뭐가 잘 안 그려지나 보다.
그리고는 지우개로 지우며 형태를 찾아가고 있다.
“선생님, 저 애가 낙서하고 지우개로 장난해요.”
“아? 저건 장난이 아니야. 저 친구가 하는 건 지우개로 그림을 그리는 거야.”
낙서를 한 아이의 행동을 지적한 아이는 놀란 표정이었다.
“선생님이 뭐라고 안 하네?"
하지만 낙서를 하던 아이는 뜻대로 안 되자
“나 집에 갈래욧!”
낙서로 마음을 푸는 아이들
일주일에 한 두 명 정도는 연필로 휘갈기는 낙서로 자신의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표현한다.
저마다 이유가 있다.
뭘 그릴지 몰라서
엄마한테 혼나서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마음 때문에
공부 때문에.....
아이가 낙서를 시작했을 때
“왜 그러니?” 보다는
“더 해봐. 연필이 닳아도 좋아. 종이가 찢어져도 좋아.”
그러고는
“선생님이 지우개로 이 부분을 살짝 지워도 돼?”
4B연필이 잘 지워지는 떡 지우개가 연필이 된다.
나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보일 때 마음이 풀릴 때까지 낙서 시간을 준다.
처음에는 화가 나서 답답해서 시작했던 낙서에서 서서히 감정이 식어 어느 순간 그리는 즐거움으로 바뀐다.
그리고 나는 떡 지우개를 들이댄다.
떡 지우개는 진한 4B연필이 잘 지워진다.
그리고 아이의 허락을 받은 후 지우개로 어떤 형태를 지우면서 그림을 그려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낙서로 감정을 풀었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한다.
그리고 선생님이 더 제안한 낙서가 흥미롭다.
“저도 해볼래요.”
지우개가 연필이 되어 그림을 그린다.
낙서에서 또 다른 그림이 탄생하는 것이다.
낙서에서 그림으로
휘갈기는 선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더 적극적으로 풀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낙서들이 그림이 되게 마법을 쓴다.
떡 지우개로......
그리고 칭찬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의 칭찬은 그림을 소중하게 액자에 넣어 모든 아이들이 볼 수 있게 걸어두고
아이의 부모님이 오시면 자랑한다.
“OO가 그린 거예요.”
자랑스럽게.......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는 선생님의 칭찬으로 머쓱해하며 부모의 표정을 바라본다.
이것이 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된다.
낙서가 더 멋진 그림이 될 수 있다고?
우리는 아이의 낙서를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한다.
해서는 안 될 것이 아닌 더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한다.
선을 마구 휘갈기기도 하고 종이를 찢어도 좋다.
어떠한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그들 마음대로 말이다.
아이에게 낙서가 좋은 이유
Sunni Brown은 시각+청각+읽고+쓰기+운동감각의 4가지 학습 양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키며
정서적인 경험(emotion)이 더했을 때 창조적인 문제 해결에 엄청난 효과를 가진다고 하였다.
낙서의 본능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창의성의 시작은 낙서에서 출발한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던 낙서가 나도 모르게 그림으로 시작했다가 글로 자연스럽게 넘나들기도 한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끄적끄적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어떤 재료로든 자연스럽게 표현되기 쉽다.
또한, 낙서를 통해 접근하는 것은 유연성도 생기며 무언가를 그리거나 쓸 때 느슨하고 은근하게 몰입을 하게 되므로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낙서에는 그 어떤 제약도 없다
그냥 막 하면 된다.
이 글을 읽고 낙서를 시작해야겠죠?
라잇나우!
아이가 낙서를 해도 뭐하고 하면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