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코 인수로 글로벌 트럭 제국을 건설할 수 있을까?
Pratham이 선별한 인도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영국의 자존심이었던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2008년 인도 회사 타타 모터스가 인수했습니다. 한때 인도를 200년간 식민지배했던 영국의 명차를, 독립한 지 겨우 60년 된 인도 기업이 사들인 것이죠. 당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인도 트럭 회사가 영국 럭셔리 브랜드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타타 모터스는 또 한 번 대담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상용차(트럭·버스) 명가 이베코(Iveco)입니다. 약 6조 원 규모의 인수입니다. 재규어 랜드로버보다 더 큰 금액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타타 모터스가 34년 만에 본래 자신의 정체성, 즉 '트럭 회사'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타타 모터스의 역사를 잠깐 돌아보겠습니다. 타타는 원래 트럭 회사였습니다. 1954년부터 트럭과 버스를 만들어온 인도 최대 상용차 제조사였죠. 그런데 1991년, 창업주 라탄 타타 회장이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인도 최초의 자체 설계 승용차"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탄생한 것이 1998년 출시된 인디카(Indica)입니다.
이후 타타는 승용차에 점점 더 많은 투자를 쏟아부었습니다. 2008년에는 재규어 랜드로버까지 인수했죠. 트럭은 여전히 돈을 벌어다 주는 효자였지만, 회사의 관심은 온통 승용차와 재규어 랜드로버에 쏠려 있었습니다. 거의 30년간 트럭 본업은 뒷전이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10월 1일, 극적인 반전이 일어납니다. 타타 모터스가 회사를 둘로 쪼갠 것이죠. 승용차 사업은 '타타 모터스 승용차(Tata Motors Passenger Vehicles)'라는 별도 회사로 분리했고, 트럭·버스 사업은 원래 이름인 '타타 모터스(Tata Motors Ltd)'를 되찾았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간단히 말해, 타타는 "우리는 본질적으로 트럭 회사다"라고 선언한 겁니다. 승용차는 따로 떼어내고, 본체는 다시 트럭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죠. 마치 성인이 된 자녀를 독립시키고 부모는 원래 직업으로 돌아간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12일, 이 '새로운(사실은 원래의) 타타 모터스'가 주식시장에서 독립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했습니다.
11월 12일 오전, 타타 모터스 상용차(트럭 회사) 주식이 처음으로 거래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전 예상가는 주당 ₹260(약 4,300원)이었는데, 실제로는 ₹335(약 5,500원)에 시작했습니다. 28%나 높은 가격이었죠.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다는 증거입니다.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열기가 식었습니다. 주가는 조정을 받았고, 2025년 12월 9일 기준 ₹307.55(약 5,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회사가 발표한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2025년 7~9월(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9% 늘었고, 인도 내 판매량도 9% 증가했습니다. 수출은 무려 75%나 급증했죠(물론 작년 수출이 워낙 적어서 늘어난 비율이 크긴 합니다).
그런데 애널리스트들(증권사 분석가들)은 다른 숫자에 주목했습니다. 타타의 시장 점유율 추세가 우려스럽습니다. 전체 상용차 시장에서는 2025 회계연도 37%에서 2026년 상반기 35%로 하락했습니다. 중대형 트럭에서는 여전히 47%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형 트럭 부문은 29%에 그치며 마힌드라 등 경쟁사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비교가 나옵니다. 타타의 경쟁사인 아쇼크 레일랜드(Ashok Leyland)와 비교해보죠.
아쇼크 레일랜드는 인도 2위 트럭 회사입니다. 1948년 설립되어 타타보다 역사는 조금 짧지만, 인도 재벌 힌두자(Hinduja) 그룹 소유로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중대형 트럭 시장에서 약 31%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타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죠. 아쇼크의 강점은 단순함입니다. 복잡한 글로벌 사업 없이 인도 시장에만 집중하며, 꾸준한 수익과 배당으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2026년 예상 실적을 비교하면 이렇습니다(2025년 12월 9일 기준).
표를 보시면 신기한 점을 발견하실 겁니다. 타타는 아쇼크보다 매출이 1.7배 많고, 이익도 1.7배 많습니다. 그런데 회사 가치(시가총액)는 겨우 1.4배밖에 높지 않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A식당은 월 매출 7,000만 원에 이익 1,000만 원을 냅니다. B식당은 월 매출 4,000만 원에 이익 600만 원을 냅니다. A식당이 규모도 크고 이익도 더 많이 내죠. 그런데 A식당 가치는 19억 원, B식당 가치는 14억 원입니다. 차이가 별로 안 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시장은 왜 타타를 저평가할까요? 답은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타타는 지금 이탈리아 트럭 회사 이베코를 인수하는 중입니다. 금액은 €38억(약 6조 원)입니다. 아직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2026년 상반기(1~6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죠. 이베코의 방위사업(군용차량) 부문을 분리하는 작업이 2026년 3월 말까지 끝나야 인수가 최종 완료됩니다.
문제는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입니다. 타타는 2025년에 빚을 모두 갚고 '빚 제로'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6조 원의 빚을 지게 되는 겁니다.
자금 조달 계획은 이렇다고 합니다.
1단계: 브리지론 확보 (완료)
브리지론(Bridge Loan)이란 '다리 대출'이라는 뜻입니다. 집을 팔아서 새 집을 사려는데, 집이 아직 안 팔렸을 때 은행에서 임시로 빌리는 돈과 비슷합니다. 나중에 제대로 된 자금을 마련해서 갚을 때까지 잠깐 쓰는 긴급 대출이죠.
타타는 €3.875억(약 6.4조 원) 규모의 브리지론을 이미 확보했습니다. 일단 이 돈으로 이베코를 인수하는 겁니다.
2단계: 증자 (2026~2027년 예정)
12~18개월 안에 €10억(약 1.6조 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쉽게 말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서 투자자들에게 팔아 돈을 마련하는 겁니다.
3단계: 자산 매각
타타 캐피탈(Tata Capital,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팔아서 추가 자금을 마련합니다.
4단계: 빚 갚기
4년에 걸쳐 브리지론을 천천히 상환합니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타타가 겨우 빚을 다 갚았는데, 또다시 큰 빚을 지게 된다는 것이죠. 게다가 글로벌 M&A(기업 인수합병)는 절반이 실패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2008년, 타타는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인도 언론은 환호했죠. "식민지 종주국의 명차를 인도가 사들였다!" 하지만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돈을 잃어가는 구멍이 되었고, 타타는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인도 정부와 영국 정부의 긴급 지원이 없었다면 무너졌을 겁니다.
그 후 거의 10년이 걸려서야 재규어 랜드로버는 이익을 내는 회사로 바뀌었습니다. 타타의 끈질긴 투자와 경영 개선 덕분이었죠. 지금은 성공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10년간의 고통을 기억합니다. 이베코 인수도 똑같은 악몽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겁니다. 타타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2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현금흐름은 계속 플러스를 유지할 것"이라고요. 하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베코와 타타가 합쳐지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 연 매출은 €220억(약 37조 원), 연간 판매량은 54만 대입니다. 판매 지역은 유럽 50%, 인도 30%, 기타 20%로 분산됩니다.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서 3~4위권에 들 수 있는 규모죠.
문제는 이 모든 게 '예상'이라는 점입니다. 통합이 잘될지, 유럽 경기가 좋을지, 문화 차이는 극복할 수 있을지,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타타는 2025 회계연도 기준 인도 중대형 트럭 시장에서 약 47% 점유율을 가진 압도적 1위였습니다. 소형 트럭 시장에서는 29%로 2위였죠.
하지만 최근 추세가 걱정스럽습니다. 전체 상용차 시장 점유율이 37%에서 35%로 떨어졌고, 일부 세그먼트에서는 마힌드라(Mahindra)가 빠르게 쫓아오고 있습니다.
인도 트럭 산업은 지난 10년간(2015~2025년) 연평균 5%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경기를 많이 타는 산업입니다. 경기가 좋으면 건설과 물류가 활발해져 트럭이 많이 팔리고, 경기가 나쁘면 트럭 판매가 급감하죠.
2019년이 정점이었습니다. 그 후 판매량은 아직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트럭 크기가 커지고 효율이 좋아져서 '톤수'(실을 수 있는 화물 무게)는 2024년에 2019년을 넘어섰습니다.
2025~2028년 산업 성장률 전망은 연 3% 정도로 완만합니다. 극적인 호황은 없을 것 같다는 의미죠.
대부분 사람들은 아쇼크 레일랜드만 경쟁자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힌드라가 조용히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2025년 10월 기준, 마힌드라는 일부 소형 트럭 시장에서 타타를 추월했습니다.
마힌드라의 'Last Mile Mobility'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도심 마지막 구간 배송용 소형 트럭에 집중한 거죠.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타타가 이베코 통합에 정신 팔린 사이, 국내 경쟁자들이 발밑을 파고드는 형국입니다.
재규어 랜드로버 인수 때도 회의론자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타타는 결국 성공시켰습니다. 10년이 걸렸지만요. 이번에도 같은 인내심이 필요할까요?
타타 모터스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한쪽은 안정적이고 검증된 길입니다. 인도 시장에 집중하고, 꾸준한 수익을 내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나눠주는 길이죠. 다른 한쪽은 이베코와 함께 글로벌 무대로 나가는 길입니다. 성공하면 연 37조 원 매출의 글로벌 트럭 제국을 건설하지만, 실패하면 재규어 랜드로버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는 위험한 길입니다.
투자자들은 이 불확실성 때문에 타타에 할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1.7배 많은데 시가총액은 1.4배밖에 안 높은 이유죠. 시장은 리스크는 최대로, 기회는 최소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2026년 하반기가 진실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이베코 통합이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트럭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는지, 국내 점유율 하락이 멈추는지. 이 세 가지가 타타의 글로벌 확장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타타 모터스의 6조 원 도박. 글로벌 트럭 제국을 건설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10년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