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T 메시가 드러낸 인도 콜카타의 민낯

정치가 망친 인도의 옛 수도

by Pavittra

리오넬 메시의 인도 콜카타 방문이 대참사로 끝났습니다. 솔트레이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소동은 단순한 팬들의 실망을 넘어, 서벵골(West Bengal) 주와 콜카타가 안고 있는 깊은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12,000루피(약 18만원)을 지불한 팬들이 메시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20분 만에 행사가 끝나버렸고, 분노한 관중들은 의자를 뜯어내고 물병을 던지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메시의 인디아 투어 콜카타는 20분만에 그야말로 아수라징으로 변했습니다


인도가 급속 성장한다고 하지만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마하라슈트라, 구자라트, 카르나타카 같은 일부 주는 급속도로 성장하지만, 서벵골과 콜카타는 오히려 낙후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맘따 바네르지(Mamata Banerjee) 서벵골 주총리는 "깊이 충격을 받았다"며 조사위원회 구성을 발표했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그녀 자신과 서벵골의 정치 시스템에 있습니다.


메시는 왜 인도에 왔나, GOAT 투어의 진실


메시가 이번에 인도를 방문한 것은 'GOAT(Greatest Of All Time) 인디아 투어 2025'의 일환이었습니다.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콜카타, 하이데라바드, 뭄바이, 델리 등 4개 도시를 돌며 팬들과 만나고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하는 일정이었죠.


콜카타에서의 첫 번째 일정은 상당히 화려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팬 미팅을 시작해, 10시 30분에는 21미터(70피트) 높이의 자신의 거대한 동상을 가상으로 공개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 동상은 45명의 제작진이 27일 동안 작업해서 완성한 것으로, 콜카타 레이크타운의 스리 부미 스포팅 클럽에 설치됐습니다. 볼리우드 스타 샤룩 칸도 함께 참석해 화제를 모았죠.


오후에는 솔트레이크 스타디움에서 대규모 팬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여기서 대참사가 벌어진 것입니다. 메시는 Inter Miami 팀동료인 루이스 수아레스, 로드리고 데 파울과 함께 콜카타를 방문했고, 하이아트 리젠시 호텔 730호실에 투숙했다고 알려졌습니다.


GOAT 투어는 기본적으로 상업적 프로모션 이벤트였습니다. 메시의 개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하지만 콜카타에서는 이런 단순한 상업 행사조차 정치적 쇼로 변질되어버렸습니다.


중앙정부까지 나선 메시 사태


사태의 심각성은 서벵골 주지사 C.V. 아난다 보세(C.V. Ananda Bose)가 직접 나선 것에서 드러납니다. 주지사는 12월 16일 "관리 실패"와 "시스템 실패"를 공식 지적하며, 인도 중앙정부에 "친시민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코노믹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주지사는 현장을 직접 시찰한 후 "이런 대규모 집회에 표준 운영 절차조차 없었다는 것이 놀랍다"며 "문명화된 벵골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지사가 "행사에 참석한 정치 인사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먼저 맘따 바네르지 주총리에게 기밀로 의견을 전달한 후 공개하겠다"고 답한 것입니다. 이는 정치적 개입이 사태의 핵심 원인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합니다.


서벵골 주지사가 중앙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보통 주 단위 행사는 주정부 차원에서 처리되는데, 이번엔 중앙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는 맘따 바네르지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이자, 정치인들의 특권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메시 사건이 보여준 콜카타의 현실


메시 행사의 실패는 우연이 아닙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메시는 약속된 시간만큼만 무대에 머물렀다고 했지만, 팬들은 전혀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정치인들과 연예인들만 메시를 둘러쌌다. 왜 우리를 불렀나? 12,000루피를 냈는데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는 한 팬의 증언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경찰과 군 관계자들까지 메시와 셀카를 찍고 있었다는 증언입니다. 일반 시민들은 뒤로 밀려난 채, VIP들만 메시와 시간을 보낸 것이죠. 이는 인도, 특히 서벵골에서 만연한 '계급주의'와 '정치적 특권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원래 팬들은 메시가 짧은 시범 경기라도 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여 명의 정치인과 VIP들에 둘러싸인 메시가 20분 정도 손만 흔들고 사라져버렸죠. 주지사가 지적한 대로 "표준 운영 절차조차 없었다"는 것은, 이런 대형 행사조차 정치적 고려가 전문적 관리보다 우선시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행사 주최자 사타드루 두타는 체포됐지만, 정작 행사를 망친 진짜 원인인 정치적 개입과 특권 의식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벵골의 경제 몰락, 숫자로 보는 참담한 현실


메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서벵골의 진짜 문제는 60년간 지속된 경제 몰락입니다.


1960년 서벵골은 인도 전체 GDP의 10.5%를 차지하며 전국 3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에는 단 5.6%로 추락했죠. 이는 인도 모든 주 중 가장 큰 하락폭입니다. 한때 뭄바이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경제 중심지가 이제는 변방으로 밀려난 것입니다.


맘따 바네르지 집권 14년 동안의 참상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6,688개 회사가 서벵골을 떠났는데, 이들의 이전 목적지를 보면 마하라슈트라에 1,308개, 우타르프라데시에 879개, 델리에 129개가 새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타타그룹, 비를라그룹, 힌두스탄 유니레버 등 대기업 본사들이 뭄바이로 이전했고, 비를라그룹과 달미아그룹만 해도 430크로어 루피, 우리 돈으로 약 650억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올해로 70살인 웨스트벵갈 주지사 맘따. Didi라는 닉네임을 가진 인도 정치계의 여성 거물입니다

2025년 9월의 일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맘따 정부는 30년간 제공된 모든 산업 인센티브를 소급 적용해 폐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에게 "서벵골을 떠나라"는 직접적인 신호나 다름없었죠.


왜 이렇게 됐을까, 정치의 경제 파괴력


서벵골은 1970년대부터 좌파 정권 하에서 반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했습니다. 2006년 타타 모터스의 나노(Nano) 자동차 공장 건설이 농민 시위로 무산된 사건은 상징적입니다. 맘따 바네르지는 당시 야당 지도자로서 이 시위를 주도했고, 결국 타타는 구자라트로 공장을 이전했습니다. 반기업 정서와 파괴적 노조 활동이 생산성보다 정치적 구호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모든 사업에 정치적 고려가 우선시되는 환경도 문제입니다. 메시 행사에서 보듯, 행정이 정치인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주지사가 "행사에 참석한 정치 인사들"을 조사 대상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기업들은 사업보다 정치적 관계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죠.


30년간의 산업 인센티브를 하루아침에 소급 폐지하는 식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경은 투자자들에게 "서벵골은 신뢰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주지사가 지적한 "표준 운영 절차 부재"는 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콜카타의 도로, 전력, 물류 인프라는 뭄바이나 방갈로르 대비 현저히 뒤떨어지며,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행정 시스템이 없습니다.


타타가 떠닌 웨스트벵갈과 타타를 유치힌 구자라트의 극명힌 대조

다른 주와의 극명한 대조


같은 시기 다른 주들의 성과와 비교하면 서벵골의 실패가 더욱 도드라집니다. 마하라슈트라는 GDP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며 IT와 제조업 허브로 성장했습니다. 구자라트는 모디 전 총리 시절 친기업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카르나타카는 방갈로르을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했죠. 텔랑가나는 2014년 분리 독립 후 하이데라바드를 IT 허브로 급성장시켰습니다.


이들 주의 공통점은 정치적 안정성과 친기업 정책, 그리고 전문적 행정 시스템입니다. 반면 서벵골은 정반대 길을 걸어왔습니다. 메시 같은 글로벌 스타가 와도 제대로 된 행사 하나 못 치르는 곳에서, 어떤 기업이 장기 투자를 하겠습니까?


콜카타의 아이러니,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몰락


콜카타는 한때 인도의 상업 수도였습니다. 동인도회사 시절부터 1911년까지 영국령 인도의 수도였고, 1960년대까지만 해도 뭄바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중심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방갈로르, 뭄바이, 델리로 떠나고, 기업들은 더 나은 사업 환경을 찾아 다른 주로 본사를 이전합니다. 메시조차 제대로 된 행사를 치를 수 없는 도시가 된 것입니다.


주지사가 "문명화된 벵골 사회"라고 표현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한때 인도 문화와 지성의 중심이었던 벵골이 이제는 기본적인 이벤트 관리도 못하는 지역으로 전락했습니다. 메시가 델리에서 마지막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과 대조되면서, 콜카타의 무능함이 더욱 부각되었죠.


투자자들이 서벵골을 기피하는 이유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심지어 같은 정권 내에서도 정책이 급변하는 정치적 리스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30년 인센티브의 소급 폐지는 그 극단적 사례죠. 메시 행사처럼 간단한 이벤트도 정치적 개입으로 망가지는 환경에서, 장기 투자를 누가 하겠습니까?


건설적이지 못한 노조 활동도 여전히 만연합니다. 생산성보다는 정치적 구호가 우선시되는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죠. 주지사가 지적한 "표준 운영 절차 부재"는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허가 하나 받으려면 수많은 정치적 관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마저도 일관된 절차가 없습니다.


우수한 인력들이 다른 주로 떠나면서 혁신 생태계가 붕괴된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인재가 없으면 기업도 올 수 없고, 기업이 없으면 인재도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벵골의 회생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메시 행사 같은 이벤트에서 정치인들의 개입을 줄이고, 전문적 관리에 맡겨야 합니다. 주지사의 지적대로 "표준 운영 절차"를 만들어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하죠.


30년 인센티브 소급 폐지 같은 반기업적 조치를 철회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콜카타 공항, 항만, 도로망의 현대화와 함께 IT, 제조업 등 미래 산업에 맞는 인재 양성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입니다. 맘따 바네르지가 진정으로 서벵골의 경제 회생을 원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이익보다 주민들의 경제적 복지를 우선해야 합니다. 메시 행사를 정치적 쇼로 만든 것처럼, 모든 정책을 정치적 계산으로 접근하는 한 서벵골의 미래는 없습니다.


메시가 떠난 자리에 남은 과제


메시의 인도 콜카타 방문 실패는 단순한 행사 관리 문제가 아닙니다. 60년간 누적된 서벵골의 구조적 문제가 20분간의 혼란 속에 압축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메시는 GOAT 투어를 통해 인도 전역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이데라바드, 뭄바이, 델리에서는 큰 문제없이 일정을 소화했죠. 하지만 유독 콜카타에서만 대참사가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서벵골의 정치 시스템이 모든 것을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한때 인도의 상업 수도였던 콜카타가 메시 하나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도시로 전락한 현실은, 정치가 경제를 얼마나 파괴적으로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6,688개 기업이 떠난 서벵골에 남은 것은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좌절뿐입니다.


맘따 바네르지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정작 조사해야 할 것은 메시 행사가 아니라 자신의 14년 집권이 서벵골에 가져온 경제적 참상입니다. 주지사의 "친시민 보고서"가 진정한 변화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정치적 공방으로 끝날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메시는 성공적으로 GOAT 투어를 마치고 떠났지만 서벵골 주민들은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가 경제를 망치는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쯤 끊을 수 있을까요? 그 답은 다음 선거에서 서벵골 유권자들이 내릴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인도의 '초저가 구독'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