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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ittra Aug 13. 2024

잠시 떨어져 있기로 했다.

 인도에 주재원으로 나올때 혼자 나올 생각은 아니었다. 코로나가 한창인 20년 8월 쯤에 나올때만 해도 좀 있으면 상황이 나아지겠지 하고 먼저 나가서 자리를 잡을 생각이었다. 그치만 코로나는 빨리 끝날 기세가 아니었다. 이러다가는 4~5년 하는 주재 기간에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겠다라는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다. 


 같이 있고 싶은 욕심에 항공편이 재개되자 마자 가족을 인도로 불러들였다.

 

 그게  잘못된 판단인 것을 느끼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조금은 나아지고 있었지만 당시 인도의 모든 국제학교는 통학이 전면 금지된 상황이었으며, 도시 자체도 문을 닫고 비대면 배달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그래도 열악한 인도인데, 코로나로 거의 마비된 인도를 보았을 때 아내의 마음은 어땠을까?

 

 처음에 아내와 아이들은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감옥생활이었다. 그저 나의 퇴근만 기다려서 한국에서 어렵사리 가져온 식재료를 가지고 저녁밥 거하게 해먹는게 하루의 일상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학교도 가지 않고 하루종일 게임을 할 수 있으니 좋다고 철 없는 미소를 보이지만, 아내는 견딜 수 없는 피로감과 걱정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잘 지내고 싶었는데,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었다. 수 많은 대화와 다툼, 회유를 통해 이렇게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 온지 45일만에 아내와 아이들은 다시 귀국을 결정했다.  


 그날 밤, 아이들과 일찍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아내는 거실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아직 안자?" 하고 물으니, "여보, 미안해."라며 짧지만 사연 많아 보이는 목소리를 대답한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다시 떨어져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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