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만약 그림을 사서 거실에 걸어두고 싶은 화가가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앨리스 달튼 브라운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2021년에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열렸던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전시회에서 그녀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 전시회를 통해서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그림은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녀가 그린 호수의 물빛, 그 물 위에 영롱히 빛나는 윤슬의 일렁임, 그리고 커텐에 부는 미풍의 살랑거림이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연풍경이 윤슬의 모습인데, 아마도 내가 본 화가들가운데서 윤슬을 가장 아름답게 그리는 화가가 바로 앨리스 달튼 브라운이 아닐까 싶다.
지금 여의도 더현대백화점에서 열리고 있는 ‘빛과 바람의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 회고전: 잠시, 그리고 영원히’는 4년 전보다 더 많은 수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고, 그녀의 그림을 연대기 순으로 배열하고 있어 반가운 전시이다. 그녀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건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리얼리즘 기법에 기초한다. 하지만 보이는 형태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과 건물에 쏟아지는 빛과 그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인상파의 전통에 서 있다. ‘21세기 형 신 인상주의자’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그녀가 인상파 화가들과 다른 점은 그녀는 사람을 그리지 않고 자연과 건물을 중심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특히 그녀는 자연도 그리지만, 건물에 더 관심이 많다. 건물이 갖는 조형미, 특히 건물 전체도 그리지만 건물의 섬세한 부분인 창문, 문, 벽면의 일부, 지붕 등에 집중해서 그린 그림이 다수이다. 발코니 혹은 벽면, 창문 등에 드리워진 빛의 다양한 역동을 포착하는 그녀의 그림은 얼핏 몽환적인 사진 작품 같기도 하다.
그녀의 그림에서 그 집안에 사는 사람은 안 보이지만 그녀는 그 건물 그림에 그 안에 사는 사람의 포근한 감정, 아련한 추억, 어릴 적 꿈 등이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린다. 그러기에 그녀의 그림에 사람이 없는데도 사람들이 모여 앉아 대화하고 있거나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예를 들어 그녀는 커텐을 그릴 때도 눈에 보이는 커텐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커텐이 사람의 의식에서 반쯤 가려진 부분을 상징한다고 여기면서 그린다. 그렇게 하나 하나의 건물 부분에 그녀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이미지와 스토리가 담겨 있기에, 보는 사람의 마음에 파동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보다 보면 워낙 빛과 바람과 그림자에 대한 묘사가 치밀해서 그 풍경을 실제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그 집안에 나도 앉아 있는 것 같기에 그녀의 그림이 더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올해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86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작품활동을 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건강을 잘 지켜서 감성을 섬세하게 터치해주는 봄날의 햇살같은 그림들을 더 많이 그려주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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