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상 깊었던 산책의 장면에 대해
날씨가 좋으면 밖으로 뛰쳐나가는 병이 있다. 이왕이면 맑은 날씨가 좋지만, 어느 정도 흐린 날씨에 하는 산책도 그만의 멋이 있어 만족하는 편이다.
운동이라고도 하면서 꾸준히 나서게 되는 집 앞, 나만의 산책 루틴이 있다. 본격적인 등산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야트막한 동산 느낌이다. 초반의 경사를 오르면 나머지는 평지나 내리막길이다. 중간 정자에서는 한강도 내다 보인다. 아침에는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하는 한강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마침 오늘, 저녁을 먹고 어두운 시간에도 올라 오랜만에 야경을 봤다. 가을 막바지인 요즘, 내일이면 비가 온다기에 저녁 산책을 나섰던 것이다. 강물이 아닌 불빛들의 반짝임이 또 예뻤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걱정이 있거나 하면 높은 데 올라가 전망을 본다. 어느새 조그맣게 모여 있는 건물과 도로의 모습들을 볼 때면 '내가 생각한 문제들도 저렇게 작구나', '사람이란 저기 점만큼 작은 존재구나' 하며 뭔가 환기되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그 산책의 풍경을 담은 사진은 따로 없다. 산책을 하며 온전한 휴식을 얻기 위해 핸드폰을 따로 챙기지 않기 때문이다. 편한 바지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으면 불룩 나오는 것도 보기 싫고, 그 무게감이 괜히 불편하다. 무엇보다 계속 신경 쓰인다. 내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은 마음. 그래도 시간은 확인해야 하기에 손목시계만 차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선다.
산책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많을 땐 몸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자연과 거리에 내 몸을 놓아두면, 그 풍경에 시선을 뺏기며 차라리 멍해질 수 있다. 그렇게 비우면서도 채우는 시간이 반복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