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다니엘 사진전_행복을 찍는 사진작가(Happygraphers)
SNS에 빠지면 위험하다지만, 유용한 정보가 많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맛집, 음악, 영화, 프로그램 즉 내 콘텐츠들의 원천도 대부분 여기서 발견한다. (활용하는 시간을 잘 조절해야지. 중독되지 않도록.)
'안나&다니엘 사진전'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원래 팔로우하던 작가도 아니었는데, 전시 소식을 접하곤 '이 사진들 재미있게 봤었는데!' 하고 있었다. 어느새 내 눈에 들어와 인상적으로 남았었나 보다. 정작 얼리버드 티켓 오픈 광고를 보면서는 선뜻 결정하지 못했는데, 곧 판매기간이 종료된다는 문구에 마음이 급해졌다. 작년 연말, 새해를 앞두고 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자는 마음으로 질러버렸다.
예전에는 전시 정보를 먼저 찾고, 또 소셜커머스까지 뒤지며 할인 티켓을 구하는 등 더 적극적인 모습이었는데. 최근에는 그러지 못했다. 귀찮음과 체력 문제...라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아무래도 시간과 재정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시간과 돈을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하면서. 이런 와중에 흥미로운 전시 정보가, 그것도 얼리버드 티켓이 곧 마감된다고 하니 뭔가 울컥했던 것 같다. '그래, 그동안 마음고생했으니 나를 위한 선물로 질러버리자.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산 티켓은 작년 12월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모든 예매가 그렇지만, 얼리버드는 더더욱 미래의 나를 묶어두는 느낌이다. 그 기간 안에는 꼭 사용을 해야 하니까. '앞으로 3개월 안에는 보러 가겠지' 하며 비장하게, 마치 무기처럼 보관하고 있었다.
이번주는 신년 특별새벽기도회 기간이다. 그래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있다. 기도회 후 지인과 티타임을 갖고 나니 어느새 아침 9시 30분 무렵. 다른 계획이 있었지만 오늘따라 티켓 생각이 났다. 마치, 이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재미있는 걸 찾아보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며 혼자 좋아했던 그 모습으로. 결국 나는 집과 반대 방향의 지하철에 몸을 싣고 말았다.
전시를 보면서 작가들이 부러운 이유는 늘 같다. 일상을 향한 자신만의 시선, 또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 있다는 것. 물론 나에게도 '글쓰기'가 있지만. 전시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워하고 또 배운다. 작품부터 그것을 설명하는 텍스트까지.
AI 촬영이나 후반 작업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꼼꼼한 기획으로 모든 사진을 실제로 촬영한 안나와 다니엘. 찍고 싶은 사진을 스케치하고, 필요한 의상과 소품을 마련하고, 배경이 되는 사물들도 직접 자르고 채색해 만든다. 그 과정을 담은 영상과 실제 사전 기획물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렇게 '미련한 사람들'이 있을까. 요즘 편리한 도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안나와 다니엘은 이 과정 또한 즐기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만든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은 '미련하고도 멋진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포토샵으로 할 수 있는데 굳이 '실제'로 이런 작업을 하는지 궁금해 하지만, 우리에게는 정반대입니다. 실제로 손으로 만지고 만들 수 있는 것을 왜 굳이 포토샵으로 만드냐는 거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창의적으로 해결해 가며 독특한 결과로 바꿔 나갑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조차도 작품을 위한 과정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말 그대로 '끝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재밌게 느끼는 걸까. 음악, 도시 등 주위의 모든 것을 소재로 아이디어와 상상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세상은 단지 당신의 상상을 위한 캔버스일 뿐이에요."라고.
이들 작품의 백미는 제목이다. 영문으로 된 제목을 굳이 번역하지 않았다. 작가들의 의도, 즉 언어유희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에 담은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표준어(?) 제목도 있지만, 합성어와 신조어가 대부분이었다. 제목을 통해 작품들이 다시 보이곤 했다. (진작 영어 공부 좀 더 할걸... 틈틈이 영어사전 찾아가며 작품을 봤다)
메시지들도 남다르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순간.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는 그 순간을 물음표, 여행을 상징하는 캐리어로 표현한 "Where to?". 그 어떤 카메라도 인간의 눈을 대신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은 "Hatperture". Hat(모자)와 Aperture(카메라 조리개)를 합친 신조어 제목에 감탄했다. 최근 여행을 다녀오며 눈에 보이는 만큼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것을 절실히 체감했던 터라 더욱 와닿았다.
전시를 보기 전부터 '행복해졌다'라는 리뷰가 많이 보였다. 어떤 행복이었을까. 저마다의 시선이 닿은 만큼 서로 달랐겠지만. 소소하고도 대담하게 시도한 이들의 작품을 보며 다들 감탄하고 즐거워했을 것이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작품으로 만든 사람들. 나도 그 재미를 느껴야겠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만의 행복을 위해 크고 작게 일을 벌여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