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20분
씻고 나오는데 2호가 이상하다. 입술이 파래지고 눈의 초점도 없다.
일주일 만이다.
지긋지긋한 일주일 패턴이 몇 달 동안 계속된다.
2호를 안아 들며 무조건 반사처럼 입에서 '아이씨!' 탄성을 내뱉는다.
옆에서 둥둥은 그 소리 듣기 싫다며 '아이씨' 좀 안 하면 안 되냐 나무란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2호를 방으로 옮겨서 산소 호흡기를 씌우고 레귤레이터를 연다.
쉬익~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한다.
파랬던 입술은 다시 붉게 변했다.
웅얼거리며 2호가 산소호흡기를 벗으려 한다.
호흡기를 꾹 눌러서 못 벗게 한다.
그리곤 1분 정도 지났을까..
2호의 정신이 돌아왔다.
속이 많이 상했다.
2호의 경련을 3년 가까이 몇백 번 넘게 봤지만
내게는 여전히 너무 버거운 이벤트다.
상황이 종료되고 경련 직후라 어눌한 말투로 웅얼거리는 2호를 보며 한 숨을 내쉰다.
1호는 못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자기 방 침대에 벌러덩 누워 콧노래를 부른다.
이번 주는 이 지긋지긋한 일주일 패턴이 깨지길 바랐다.
일주일 전부터 저녁 약 먹는 취약시간대인 9시 전에 충분히 약물이 몸에 퍼지도록
저녁 약 먹는 시간도 30분을 앞당기며 나름 머리도 굴려 봤었다.
그러나 일주일의 저주를 풀지 못했다.
낙담이 된다.
뒤이어 화가 올라온다.
'아이씨'
아내에게는 듣기 싫고 짜증을 유발하는 말
저 탄성 한 마디에는
내 기대, 안타까움, 회한, 분노가 담겨있다.
어른답게 부모답게 꿋꿋하게 잘 버티며
아내와 첫째와 둘째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가장 잘 못 버티는 유약한 존재가 돼 버렸다.
약에 취해 잠든 2호를 보며
또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