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낙화

by 니체


잠을 흔들었던 땅울림에서 깨어나면 목련이 지는 소리

불면의 지형을 만들었던 낙화의 여진으로 밤새 뒤척이는 봄


나는 꽃의 감옥이다

날마다 빛을 가누고 서서 꽃을 피우면서도

단 한순간도 소멸을 거부했던 나의 불온한 뿌리들

어릴 적 하기식 국기마당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따라 부르던 애국가의 결의같이

천지간 꽃대에 매달려 한정없이 떠날 줄 모르는

나는 막 핀 꽃


한 시대의 전신傳身은 자유 낙하하는 꽃잎같이

조밀한 시간이 선행하고 있다는 것을

목련이 다 지고 난 후에야 깨달았다

높이에 집착하지 않고 다툼이 없는 낙화

서로의 어깨를 다치지 않고

정연한 중력의 동심원에 몸을 놓을 줄 아는 질서

때를 좇아 스스로의 무게를 버릴 때에야 비로소

가벼워지는 무욕의 법도를 나보다 꽃이 먼저 알고 있었다


꽃마루 위에 서면 해 떨어지는 하늘길


낙하하지 않는 모든 집착은 추하다



- 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2016. 시와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