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의 기억
군불을 지피는 저녁, 흙집 아궁이에는 그을음 앉은 누대의 입들이 시뻘건 불덩이를 물고 있었네
그 완강한 불의 혀를 악물고 버팅키던 뼈마디들
홍보석 다비를 입회하듯, 화엄의 후림불 앞
버언해진 궁핍의 입구에 앉아서 부지깽이 같은
알몸으로 맥없이 뒤적이는 불씨 속에는
낫처럼 야부로시 돌아나가지 못한 허공의
어둔 골목들이 있어
몽우리진 마음의 빈 노적가리를 둥글게 돌다돌다 지치면
긴 방죽길 오래 걸어서 붉은 달을 굴리며 몇 번씩
헛배를 채우던 바람의 씨앗들
멍석 깔린 골방 갈라진 흙벽 틈새로 스몃스몃 피어오르던 헛헛한 연기들은 어느 물길 잃은 어족의 상한 지느러미일까
무명無明의 시간을 유영하며 지상에 발 딛지 못하는
모르피나비처럼 아픈, 저 허공의 춤사위
어둠보다 더 깊은 목울대로 뜨겁게 게워내던
목피木皮 울음같이
타닥타닥 살퍼런 멍의 허기를 핥던 불, 불빛
아, 어머니 나는 늘 어두워져서 내 몸 안쪽 불그림자
어룽이는 정지문을 열고
비어져 나온 매운 연기에 흐려진 눈을 닦곤했었네
- 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2016.시와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