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그늘의 방식

by 니체


아버지가 찌뜨리고 간 한 시절의 자드락밭에서

나는 내 몸을 뜯어먹고 자란 한 잎 열매 없는 식물이었다 삼백예순 날을 눈 못 뜨고 깊이 데인 상처로만 서서, 젖은 몸을 열면 바람이 불고 몇 번씩을 얼었다 녹은 골목같이 서늘한 아버지의 이마가 만져지는 것이다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생이 한번도 죽음이 없는 멸滅 가운데 이를 때 비로소 만나게 되는 환생의 무덤들, 끝끝내 나는 죽어서야 일어서는 아버지의 목곽 같은 다리뼈를 등에 업고 까무룩 혼절한 계절의 울음속을 유령처럼 떠도는 슬픈 한 마리 짐승이었다

맨발의 보행을 낟가리 한 세상의 모퉁이마다 엎드려 뭇별을 횡단하는 색약의 더듬이로 상처보다 먼저 온 아픈 기억이 눈 먼 세월을 에돌아 나올 때 저녁 샛강처럼 조용히 몸들이는 나는 아버지의 그림자, 위태로운 아버지의 서쪽 겨드랑이었다



- 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2016. 시와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