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밥

돌아오지 않는 이름

by 니체


기차가 가고 후두득 감꽃 지네 떨어진 감또개같이 무른 누이가 시집을 가네 옹기장수 외팔이 혁수아재가 집 나간 어린 아내를 찾아 서울로 가던 날 점이네 어미소가 팔려가던 아랫장터, 쇠전머리 무쇠 저울추처럼 그렁그렁 맺히고 고인 것들 뒤로 굴뚝처럼 빈 외양간처럼 우죽허니 홀로 남은 자리, 감물 들듯 초록이 든 마음을 밀어 우레같이 쿵쿵거리는 마음을 밀어 하산다리 지나면 여울목 물 바닥에 빠른 구름을 좇아가는 송사리 떼


떠나고 남은 것 뒤에 목매기 울음소리 먹먹하게 들붙고 어룽어룽 몇 량의 그리움 실은 기차가 극락강을 지날 때 그을음 낀 저녁은 저만치 여객旅客처럼 내려 고단한 발을 끌며 들어오네 잠 없는 때꾼한 눈으로 하루가 또 감꽂처럼 지네


감꽃은 지고 해마다 꽃 진 감나무 그늘 아래서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들의 쓸쓸한 이름들을 헤아려보네


- 무서운 밥

<2016. 문학의 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