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표류기

끊다

by 니체


끊다라는 말의 예리한 칼날에 스윽 마음을 베었다

순간의 낙화다 투신한 꽃의 향기가 아프다

끊다는 결별의 동사다 이를테면 과거를 버리는 일

다시는 들이켜지 않겠다며 우상의 술잔을 깨뜨리는 것

욕망하는 세상의 열렬한 연애를 그치는 것

이제 그만이라는 손절

중독된 금단의 수작까지 단칼에 베어버리는

한순간의 독한 결말이자 촌각의 현재시제로 완성된 혁명이다

끊다는 말은 단호히 숨을 멈추는 것

한 계절의 무게로 잎을 떨군 꽃처럼

오늘 나는 친애하는 나의 악마를 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