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먼지가 끼인 거울을 닦다가
뿌우옇게 흐려진 호심경 淏心鏡에 얼비친
침묵의 흉터를 여럿 보았다
가파른 세상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깨진 흔적들
이러구러 벙어리 같은 통증을 어루만지다가 이내
무른 마음이 먼저 엎질러져 오래오래 먹먹해졌다
상처란 만질수록 더 아프고 괴로운 법이어서
그 몹쓸 궁지와 마주치는 일은 참으로
쓸쓸하기 짝이 없다 정처없이 유리하는 새처럼
어느 낯선 도시의 변두리에 부려놓은 보퉁이처럼
그런 속수무책의 어처구니를 마주할 때마다
뼈가 마르도록 사무치는 것들이 많아서
내 속에 쌓인 얼룩은 자초지종 닦고 또 닦아도, 그만
저녁 먹구름처럼 어두워지는 것이다
ㅡ반달 표류기
<2023.현대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