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가장 오래된 유적

by 니체

지하도를 건너오다 앉은뱅이 사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초저녁, 짐승의 순한 눈을 닮은 사내

눈빛이 너무 시려 내 몸의 안쪽이 얼얼했다

어떻게 왔을까, 그 사내 끌고 온

따뜻한 길의 안부가 궁금했다


발도 길도 없는 속수무책이

죄인처럼 불려나와 허공에서

석고대죄하는 입

저렇듯 징글징글한 마려움의 피돌기가

반토막의 육체로 물구나무 서서

내 무심천을 건너오는데


속도로도 관념으로도 통과할 수 없는

이 난감한 유적 앞에 서서 나는

누란의 미라같이 썩지않는

어여쁜 가난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가장 오래된 신성이

불민한 땅위에 병처럼 번져

누대로 세습된 열렬한 종교 같은 것이어서

흰 사발같이 고요한 허기로

의연한 슬픔의 눈으로 엎드려 밥을 비는 것


저 육신을 업고 있는 큰 입은 아마도

태고 적 우리 조상이 눈물로 지어놓은

천길 깊은 밥의 신전

가장 오래된 견고한 유적일 터,


오래 전에 도착한 개밥바라기별 하나가

엎어진 어둠 속에서 내 눈을 맞추고 있다



- 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2016. 시와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