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의 가해자, 피해자,
또는 목격자

학교폭력예방

by 이순미

모든 사람은 한 때 가정폭력의 가해자, 피해자, 또는 목격자이다.

이 글은 학교폭력이 일어난 후 수습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관한 글은 아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교폭력과 더불어 폭력이 무엇인지 먼저 알 필요가 있다. 폭력이 일어날 때 알아차릴 수 있으면 대처하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학교폭력의 정의를 알아본다.

학교폭력의 정의(법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2021.6.23. 시행)

1.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ㆍ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1의 2. “따돌림”이란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1의 3. “사이버 따돌림”이란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은 복합적인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요인들에는 ⓵ 가정환경, ② 학교환경, ③ 사회·문화적 환경, ④ 개인적 특성, ⑤ 성장기 발달 특성 등이 있다. 여러 요인들을 다 통합하여 학교폭력의 예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학교폭력의 최대 원인은 가정환경, 그중에서도 가정폭력이라고 본다. 레빈슨은 ‘가정 폭력은 공간을 초월해서 다양한 종류와 빈도, 원인에 따라 일어난다. 모든 사람은 한 때 가정 내 폭력의 가해자, 피해자, 또는 목격자이다’라고 주장했다. 폭력은 원가정에서 폭력을 겪거나 목격하면서 배운 학습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가정 폭력의 <세대 간 전달이론>이 있다. 부모에게 서로에게 혹은 그들의 자녀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자녀는 나중에 자기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모의 양육기법이 학습되고, 학대받은 자녀는 결국 학대를 가하는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의 가정폭력 희생자가 자신의 삶에서 어떤 통제나 조절을 행사하기 위한 시도로서 계속 폭력행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우리의 감정적 반응에 대한 통찰을 할 때는 가족 관계에 있어 최소한 두 세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주된 감정적 반응은 억압이었다. 3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헤어졌다가 사춘기 때 다시 함께 살게 된 어머니와 자연스러운 감정 소통을 별로 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감정처리방식은 표현하지 않기(억압), 그리고 기도였다. 나는 대학 3학년 때 우울증을 겪고 나서 학생생활연구소에 찾아가 심리검사 다면적 인성(MMPI) 검사를 하고 개인상담을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 4학년 초부터 1년간 이장호교수님이 지도한 집단상담에 참여했다. 이곳에서, 말로 표현하기의 해방감을 체험한 후 ‘나 표현하기’와 ‘나 존중하기’ 연습을 시작했다.


폴 헥스트롬은 목사이면서 분노중독자였으며, 아내를 상습적으로 때리던 가정폭력행위자였다. 살인미수와 징역에 직면하면서, 밑바닥을 친 그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되었다. 책 《화내는 남편, 상처받는 아내》에서 그는 어린 시절에 학교 보조교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고, 이후 교회와 가정, 그 밖 학교에서 지킬과 하이드처럼 이중적 생활을 했다고 고백한다. 어머니한테 자기가 겪은 일을 다른 아이 이야기로 넌지시 이야기했지만, 그 아이는 가까이하면 안 될 나쁜 애라는 얘기만 듣고는 입을 다물었다.

폴의 아내가 더 이상 학대받지 않기로 결단하면서 부부생활은 이혼으로 끝났다. 결국 그는 전문 상담사를 찾아갔다. 무의식에 눌러두었던 과거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자기 치유를 시작했다. 과거의 반복적 폭력 습관에서 벗어나 원부인과 재혼하고 가정폭력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0년 전에 읽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 글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내 아들을 학대했습니다라고 쓴 어머니의 글. 그녀는 세 살 때부터 할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결혼해서 자녀를 몇 명 낳았고 이 아들을 낳았는데, 신생아 때부터 이 아이를 사랑할 에너지가 없다고 느꼈다. 아들이 자라면서 그녀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유독 이 아이를 학대했다. 자기도 자신을 제어할 수 없어 목사님을 찾아가 제가 제 아이를 학대한다고 말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아이가 못하면 못했다고 처벌하고, 잘하면 잘했다고 처벌했다.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고, 결국 아들은 20대에 댄서로서 성공적인 공연을 하고 난 후 자살했다. 이후 그녀는 전문적인 상담치료사를 찾아갔다.


2021년 6월 28일 알쓸범잡 13회, 7월 21일 표리부동 3회에 명문대생 존속살해 사건이 방영되었다. 이 사건을 기록한 책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가 있다.

아래는 이 사건을 기록한《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그의 부모는 늘 아들을 남들과 비교했고, 성적과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광적일 정도의 히스테리와 폭력을 행사했다. 뭔가를 못하면 당연히 혼나고, 잘하더라도 결코 칭찬받지 못했다. 오히려 왜 더 잘하지 못하냐며 혼이 났다. 이은석이 어릴 때는 만약을 대비해 야구방망이까지 숨겨 놓았다고 할 정도로 부모, 특히 어머니[22]는 그를 매번 심하게 질책하고 구박하고 모욕을 주기만 했다. 그리고 거기에 폭력도 따라왔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이렇게 심하게 때리고 혼을 낸 후에는 항상 회개 기도를 강요했다.

형은 이은석의 항소심 법정에 출석하여 "우리의 부모가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갖는 만큼의 애정만 우리에게 줬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동생을 변호했다. 이 말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정상이라면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친밀하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할 친부모자식 관계가, 완전히 남남에 철저하게 업무 관계로 만나 서로의 이해관계만을 따지는 사회생활과 비교해도 더 못난 [46][47] 정도라니, 이 가정의 황폐함이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은석의 고등학교 동창들 역시 그를 두둔했는데,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때 은석이의 몸을 보면 언제나 피멍 투성이었다."라고 말하며 가정폭력을 증언했다.

[48 실제로 이은석은 법정에서 "부모님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다 용서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을 했는데, 남들은 하나도 견디기 힘든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을 동시에 지독할 정도로 겪었으니 성격 파탄이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이은석이 당했던 가정폭력의 수준이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기에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회자되는 경우가 많은데, 동시에 지독한 학교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아동 학대가 발단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존속살해 범죄로 그칠 게 아니라 아동 학대 방지 교육의 대표 사례로 적극 알려 이런 비극은 막아야 한다. 단순히 '아동 학대하면 부모를 죽일 수 있으니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아동 학대를 하면 아이에게 끔찍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길 수 있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은석과 똑같이 막장 부모들로 인한 피해자이자 동시에 어쨌든 자신의 친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가해자인 이은석을 향해 "내 동생이 저지른 짓은 범죄가 맞지만, 우리 부모 같은 사람 밑에서 언젠가 어떻게든 벌어질 일이었고 나는 그런 선택을 했던 내 동생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그의 형이 직접 말할 정도로 그의 가정환경은 지독하게 피폐한 곳이었으며, 이은석의 급우 중에서도 그의 가정폭력에 대해 증언해 준 이들이 있었기에 재판정에서도 그 점을 참작해 원래 사형이 구형되었던 것을 무기징역으로 한 단계 감형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은석의 부모가 자식들에게 가혹한 학대를 자행한 이유는, 이들도 가정폭력과 아동 학대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장 환경을 살펴보면 기막힌 점이 발견되는데, 우선 어머니의 경우 중학생 때 아버지(이은석의 외할아버지)를 여읜 뒤 홀어머니(즉, 이은석의 외할머니)로부터 훨씬 더 심한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 자랐다. 소설책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매 맞았을 정도였다. [49][50] 그리고 아버지는 어린 시절 형(이은석의 큰아버지)만 편애하고 자신은 본체만체하는 [51] 아버지(이은석의 할아버지) 밑에서 엄청나게 많은 상처를 받고 자랐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도 아버지와 형을 증오했으며, 성격이 놀랄 만큼 이은석과 유사했다. [52][53]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비정상적인 인격을 가지게 된 이들이 부모가 되어 어떤 비극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정도로 이해하도록 하자.

표리부동 방영 후 이은석이 방송사에 편지를 보냈는데, 그는 '과거의 내게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살인을 하는 게 아니라 당장 그 집에서 도망쳐 나오라고 할 것'이라며 회한을 드러냈다~이상 표창원.


프로이트는 “억압된 것은 반드시 회귀하고야 만다”라고 말했다. 감정 역시 유산으로 부모의 억압된 감정은 다음 세대로 타고 내려간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부모로부터 폐쇄성과 슬픔을 물려받는다.

에릭 프롬은 가학성을 정의하여 무능감을 전능감으로 바꾼 것이라 말했다. 구타자가 신체완력으로 보면 힘센 것처럼 보이지만, 반면에 정신이나 정서적으로 보면 무능한 사람이다.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 정체감을 유지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그는 분명 무능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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