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문제는 축구계를 아직도 점령하고 있다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기록으로 보자면 약 3백40만 명의 팬들이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보러 경기장을 찾았고, 200개국이 넘는 곳에서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며, 대다수의 젊은 팬들이 여가 시간에 피파 시리즈를 즐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축구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인 사이먼 쿠퍼의 책 "축구 전쟁의 역사" ("Football Against the Enemy")에서는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축구 안에는 다양한 응원 문화와 특정 클럽들 간의 라이벌 관계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축구에 존중과 존경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축구의 문화를 주제로 운영되는 [코드 스위치]의 메인 칼럼니스트 진 뎀비에 따르면 흑인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1980년대부터지만 인종 차별에 대한 뉴스는 여전히 각종 미디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축구가 아직도 인종 차별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많다. 우선 미국과 캐나다와 달리 서로 역사가 뒤죽박죽 엉켜 있는 유럽에서 인종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기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많은 캠페인과 연설이 인종 차별주의자들의 인식을 바꾸려고 했지만 내정하게 말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 했다. 불행히도 축구도 마찬가지인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피파를 포함한 여러 축구 기관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즘 피파를 둘러싼 뉴스가 온통 월드컵 비리와 마이클 가르시아 조사관의 리포트에 관한 것을 보면 피파가 얼마나 더럽고 이익만을 쫓는 집단인지 알 수 있다. 인종 차별적인 사건이 터지면 말로만 화낼 뿐, 실제로 인종 차별을 막으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준 적은 없다. 심지어 피파의 관계자로 일하는 제프 웹도 피파의 행동에 대해 실망감을 표현했다. "제 생각에 지난 10, 15년 동안 우리가 옳은 일을 했던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피파와 다르게 UEFA는 "Say No to Racism"과 비슷한 캠페인을 많이 후원하고 있다. 선수들의 주장 완장이나 경기장에 걸려있는 배너에서 이 문구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폭스 스포츠 칼럼니스트 린더 쉬어레킨스의 말처럼 UEFA가 인종 차별적인 훌리건들에게 내리는 징계는 솜방망이처럼 약하다. 야만적인 행동을 하다 발각된 팬들에게 벌금을 물게 하거나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징계를 내리지만 잡히지 않은 다른 훌리건들은 예전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보인다. 2007년부터 미국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된 흑인 선수 모리스 에두는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점에 대해 불평했다. "그들은 주의를 받고 벌금을 내고 가끔은 징계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2주 후에 똑같은 일이 벌어지죠." 에두 외에도 UEFA가 징계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위에 보이는 표는 프랑스 스포츠 잡지 "레퀴프"가 정리한 표다. 보이는 팀들은 지난 10년간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적이 있는 클럽들이고, 표 위에 보이는 숫자는 각 클럽들이 자기 팬들에게 경기장 관련 징계를 준 횟수를 나타낸다.
흥미로운 점은 총 176명의 팬들이 같은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는 것인데, 짐작했겠지만 모두 인종 차별적인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해 경기장 출입 불가 조치를 받았다.
연평균 17.6명이면 최악의 수치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지난 10년간 인종 차별적인 행동을 한 팬들은 176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인종 차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비교적으로 행패를 부리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와 비교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그 수준이 더 심각하다. 그나마 스페인은 훌륭한 리그 경쟁력과 환상적인 선수들이 뛰기에 유럽 리그 넘버 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다르다. 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는 것보다 스쿠데토를 차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세리에 7공주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 이탈리아 리그의 수준은 초라하다. 경기장에는 바나나 껍질이 뒹굴어 다니고 "원숭이"와 "껌둥이"와 같은 인종 차별적인 함성이 끊이지 않고 들린다. 다른 리그들의 평균 관중수가 꾸준히 증가할 때 세리에 A의 관중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1996/1997 시즌에는 경기당 약 2만 9500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지난 시즌에는 2만 3500명도 안 되는 숫자로 줄었다. ABC 뉴스의 간판 저널리스트 리처드 기즈버트 (Richard Gizbert)는 자신의 칼럼에서 유럽의 축구 경기장이 증오의 현장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한 경기에 많게는 수만 명의 관심이 쏠리는 축구 경기를 정화시키는 길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역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징계 수위를 높이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특정 팬들에게 징계를 내린 반면 앞으로는 리그와 클럽에 직격탄을 쏴야 한다. "원숭이"를 외치고 바나나를 던지는 사람들은 인종 차별주의자이기 전에 축구 팬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클럽이나 리그가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 수 있으면 생각을 고칠 확률이 낮지 않게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징계는 리그의 흥행과도 연결될 수 있는 가혹한 징계다. 그러나 인종 차별을 상대하게 위해서는 그 어떤 자비도 없어야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승부 조작으로 승점을 잃고 강등을 당하는 마당에 인종 차별에도 승부 조작과 비슷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아니, 승부 조작보다 더 가혹한 징계를 받아야 마땅하다. 승부 조작은 축구라는 스포츠에만 영향을 주지만 인종 차별은 축구를 넘어 한 인종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권을 침해하고 비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약 2년 전, 자신에게 던져진 바나나 한 입을 물어 "우리는 모두 원숭이다" ("We are all monkeys") 캠페인을 시작한 다니 알베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상황을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이 사건으로 인해 인종 차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고, 선수들과 팬들 모두 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렇게 인종 차별에 대한 큰 뉴스는 축구계에서 사라지나 싶었으나 약 1년 전, 기차역에서 여러 첼시 팬들이 한 흑인 남성을 무차별하게 차별하고 밀어내는 영상이 보도되었다. 이번에는 축구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분노했고, 프랑스와 영국의 정치인들까지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인종 차별을 유머로 받아들이는 시기는 한참 지났다.
축구가 전쟁은 아니지만 단순한 공차기 또한 아니다.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뛰는 것이 축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아니란 말이다. 안타깝지만 축구는 인종 차별을 가장 큰 적으로 삼아 맞서 싸워야 한다. 경기 외적으로 발전하는 축구를 위해 피파와 UEFA 같은 기관들이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고, 팬들과 선수들은 서로 힘을 합쳐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을 키워야 한다.
글: 프리사이스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