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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수 Apr 25. 2016

맨체스터의 주인이 바뀐 그 시즌

2011/2012 시즌, 빨갰던 맨체스터는 푸른 하늘색으로 바뀌었다

잉글랜드의 도시 맨체스터에는 항상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며 많은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클럽이 있다. 클럽의 이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들을 보유한 클럽으로 유명하고, 알렉스 퍼거슨, 트레블, 라이언 긱스 등의 인물들과 사건들로도 유명한 클럽이다. 그러나 맨체스터에는 유나이티드의 빛에 묻혀 수십 년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 했던 클럽이 있다. 그 클럽이 바로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시티는 한때 콜린 벨이나 프레니 리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보유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전력은 항상 유나이티드의 것에 절반도 되지 못 했다. 전력이 약하다 보니 우승 경험도 적었다. 전력도, 실력도 떨어지는데 팬들의 목소리만 크다 보니 유나이티드는 시티에게 ‘시끄러운 이웃들’ (The Noisy Neighbors)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시티의 상황은 2008년부터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보유하고 있는 만수르가 구단을 매입하자 그들은 2008/2009 시즌부터 세계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즌에 시티가 영입한 선수들로는 셰이 기븐, 나이젤 데 용, 크레이그 벨라미, 웨인 브리지, 군나르 닐슨, 호비뉴, 파블로 자발레타, 빈센트 콤파니, 조, 탈 벤 하임 등이 있다.




돈의 효과가 나타나다:


스타플레이어 영입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2008/2009 시즌을 10위로 마친 시티는 2009/2010 시즌을 5위, 그리고 2010/2011 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시티가 한 시즌에 기록한 평균 승점이 47.7이었지만 2009/2010 시즌에 그들이 기록한 승점은 무려 67점이었다. 스타플레이어들을 이미 수없이 보유한 시티의 욕심은 끝나지 않았다. 아담 존슨, 줄리온 레스콧, 실빙요, 콜로 투레, 엠마뉴엘 아데바이요르, 카를로스 테베즈, 산타 크루즈, 가레스 배리, 에딘 제코, 제임스 밀너, 마리오 발로텔리, 알렉산더 콜라로프, 다비드 실바, 야야 투레, 제롬 보아텡, 사미르 나스리, 세르히오 아구에로, 스테판 사비치, 가엘 클리시 등이 2012/2013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들어왔다. 2009/2010 시즌 5위였던 순위는 2010/2011 시즌에는 또다시 상승하며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또, 그들은 FA컵을 우승하며 자신들의 통산 2번째 대회 우승을 자축했다. 


돈이 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만수르는 더 많은 양의 돈을 시티에게 투자했다. 맨체스터 시티만 집중적으로 중계하는 TV 채널이 없자 그는 아예 맨체스터 시티 TV를 만들어 시티 팬들에게 모든 경기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시티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을 잘할 수 있게 최고급 전용기까지 마련했다. 또, 그는 팬들을 위해 시티 펍을 구입하는 동시에 조금 더 간편하게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도착할 수 있게 모노레일 만들기 시작했다. 전 좌석을 히팅 좌석으로 바꾼 것은 덤이다. 클럽 시설과 전력, 그리고 성적이 이렇게 좋아지자 수많은 축구 팬들이 맨체스터 시티의 팬이 되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좋아요를 얻었고, 트위터 페이지 또한 많은 사람들이 팔로우 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스쿼드가 만들어지다:



2010/2011 시즌을 3위로 마치며 우승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시티는 2011/2012 시즌이 시작되기 전 유럽 최고의 스쿼드를 만드는 데 성공하며 우승의 꿈을 더욱 부풀렸다. 공격진에는 카를로스 테베즈를 비롯해 에딘 제코, 마리오 발로텔리,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있었고, 미드필더진에는 다비드 실바, 사미르 나스리, 가레스 배리, 야야 투레, 제임스 밀너, 아담 존슨, 나이젤 데 용, 그리고 수비진에는 빈센트 콤파니, 줄리온 레스콧, 파블로 자발레타, 알렉산더 콜라로프, 콜로 투레, 가엘 클리시, 스테판 사비치, 마이카 리차즈 등이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 초호화 스쿼드. 프리미어리그에는 시티의 스쿼드를 따라잡을 클럽이 없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 같은 클럽들도 맨체스터 시티 앞에서는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당시 시티 공격진의 몸값만 해도 2000억 원이 넘었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맨체스터 시티를 리그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하기 시작했고 시티는 거침없이 승점을 쌓기 시작했다.


올드 트래포드 대참사:



최상의 전력을 갖춘 맨체스터 시티는 9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게 된다. 이 두 클럽은 2011/2012 시즌의 강력한 우승 후보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이 경기의 승패가 향후 시즌 우승 경쟁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따라서 시티와 유나이티드는 주전 라인업으로 서로를 상대했다. 자신들의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유나이티드는 데 헤아; 에브라, 에반스, 퍼디난드, 스몰링; 영, 안데르손, 플레처, 나니; 웰백, 루니 라인업을 들고 나왔고, 시티는 하트; 클리시, 레스콧, 콤파니, 리차즈; 배리, 야야 투레; 실바, 발로텔리, 밀너; 아구에로를 선발로 기용했다. 불꽃 튀는 승부가 예상되었던 이번 경기는, 발로텔리의 "Why Always Me?" 골로 맨체스터 시티가 초반부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안데르손과 플레처는 야야 투레와 배리의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중원 플레이를 막지 못 했다. 또, 좌우 측면에서 다비드 실바와 밀너를 막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이 마리오 발로텔리와 세르히오 아구에로에게 배급되었다. 반면 중원 싸움에서부터 밀린 유나이티드는 공격은커녕 수비도 하지 못 했다. 빠르고 조직력 있는 시티의 공격진을 상대로 유나이티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겨우겨우 1골만 허용했던 전반전과는 달리 후반전에는 5골을 허용했다. 유나이티드는 한 골을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열정적인 응원과 함께 "You are the Noisy Neighbors!"를 외친 유나이티드 팬들의 기세는 시간이 지나자 점점 조용해졌고 시티 팬들은 유나이티드를 비웃듯이 "Who's the Noisy Neighbor now?"라는 문구가 써진 응원 카드와 함께 맨체스터의 영원한 일인자일 것 같았던 유나이티드를 조롱했다.


이 경기는 단순히 리그의 한 경기가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맨체스터 시티는 항상 유나이티드에게 끌려다니며 돈의 효과에도 항상 맨체스터의 2인자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시티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이런 역사적인 스코어를 남긴 채로 유나이티드를 비참하게 만들자 시티의 위상은 이때부터 점점 높아졌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돈과 성적이 보장되는 맨체스터 시티에게 점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반면 예년보다 위상이 떨어진 유나이티드는 스타플레이어들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시티는 더 이상 맨체스터의 2인자가 아니었다. 이는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의 2인자가 되었단 말은 아니지만, 이제 이 두 맨체스터 팀들은 동일한 레벨의 축구 클럽으로 인식되기 시작되었다. 당연히 시티 팬들은 기뻐했고, 유나이티드 팬들은 절망감에 빠졌다.


"Agueroooo!":



일찌감치 리그 우승 후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로 좁혀진 후, 두 클럽은 마지막 라운드의 시작인 38라운드 시작 전까지 사이좋게 승점 86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시티가 골 득실차에서 크게 앞서며 자신들의 첫 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 시티와 유나이티드의 38라운드 상대는 각각 QPR과 선덜랜드. 이변이 없는 한 시티가 최약체 팀 중 하나인 QPR을 가볍게 이기며 리그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유나이티드는 선덜랜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시티는 QPR에게 완전히 밀리며 후반전 추가시간 전까지 1대2로 지고 있었다. 시티에게 주어진 추가시간 5분. 시티는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지르며 2골을 넣어야 했다. 


추가시간이 반 정도 지난 상황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 키커는 항상 그랬듯이 다비드 실바였고,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상관없이 모든 시티 선수들은 페널티 박스 안에 있었다. 실바가 환상적으로 감긴 크로스를 올리자 헤딩 능력이 뛰어난 에딘 제코가 골을 기록, 경기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추가시간 4분경. 맨체스터 시티에게 공격 찬스가 왔다.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발로텔리가 쓰러지며 세르히오 아구에로에게 패스를 주었고, 아구에로는 침착하게 강력한 슛을 때렸다. 공이 그물망을 흔드는 그 순간, 조 하트는 손을 들며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고, 아구에로는 유니폼을 벗는 동시에 동료들에게 뒤덮였으며, 로베르토 만치니는 코치들을 껴안으며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마틴 타일러의 해설은 아직도 시티 팬들을 울리게 한다: 


"Balotelli... Agueroooo! I swear you'll never see anything like this ever again! So watch it. Drink it in!"


https://www.youtube.com/watch?v=ibg98OTBnkY

마틴 타일러의 극적인 해설을 듣고 싶다면 9분 37초 정도부터


44년 만의 리그 우승과 또다시 쓰이는 스토리:



2011/2012 시즌은 맨체스터 시티의 최고의 시즌이었다. 그러나 시티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시티가 축구 이적시장을 망쳐 놓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시티는 돈으로 만들어진 클럽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부분, 아니 이들이 주장하는 말들은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시티를 욕할 수는 없다. 시티는 구단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자금력을 써서 클럽을 발전시켰고, 이를 계기로 EPL은 더욱 재미있어졌으며, 시티 팬들은 44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맛보았다. 그렇다고 시티의 성공 스토리가 이렇게 끝났을까? 아니, 수십 년간 맨체스터의 작은 클럽이었던 맨체스터 시티의 성공 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시 한번 그들이 2011/2012 시즌에 그랬던 것처럼 극적인 순간에 극적인 골로 리그 우승을 차지할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또 하나의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글: 프리사이스 패스

http://blog.naver.com/kunno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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