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어 보니 비로소 보인다(게임편)
몇 년 전부터 우리 신랑은 게임을 권해왔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라기 보다는
게임 속 작은 게임
예를 들어 리듬에 맞추어 노래 하는 장면이나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상품을 타는 장면 등
간단하면서도 약간의 집중이 필요한 장면들이랄까.
직장생활로 매일을 우울과 낙담으로 보내는 내게
잠시라도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환기를 시켜주었던 거지.
중독이 걱정되어 거절을 하다가
한 번씩 신랑이랑 손잡고 그 장면들을 잠깐씩 하기 시작햇다,
과연
그 순간만큼은 즐겁더라구
그럼에도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기분좋은 환기를
중독이라는 현실도피용으로 오염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래 그 때의 나는,
일을 할 떄의 나는, 도망칠 곳이 필요했다
잠시라도 새숨을 쉴 수 있는 환기가 필요했다.
현실도피처가 아니라
포화된 나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비워하는 환풍기였던거지
백수가 된 후에도 여전히 그 게임을 하고 있지만
그 때 만큼의 몰입은 아니다.
이제는 다른 종류의 게임도 시작하고 있다.
백수가 된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중독되어 현실을 도피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은 이제 없다 ,
백수가 되어 보니 비로소 보인다,
무엇이 내 불안을 편안함으로 바꿔주는지.
그 때의 내가 왜
무시하던 오락게임을
그렇게나 즐거워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