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48일차(26.01.17.일요일)

백수가 되어 보니 비로소 보인다(게임편)

by Preni

몇 년 전부터 우리 신랑은 게임을 권해왔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라기 보다는

게임 속 작은 게임

예를 들어 리듬에 맞추어 노래 하는 장면이나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상품을 타는 장면 등

간단하면서도 약간의 집중이 필요한 장면들이랄까.


직장생활로 매일을 우울과 낙담으로 보내는 내게

잠시라도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환기를 시켜주었던 거지.


중독이 걱정되어 거절을 하다가

한 번씩 신랑이랑 손잡고 그 장면들을 잠깐씩 하기 시작햇다,


과연

그 순간만큼은 즐겁더라구


그럼에도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기분좋은 환기를

중독이라는 현실도피용으로 오염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래 그 때의 나는,

일을 할 떄의 나는, 도망칠 곳이 필요했다

잠시라도 새숨을 쉴 수 있는 환기가 필요했다.


현실도피처가 아니라

포화된 나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비워하는 환풍기였던거지


백수가 된 후에도 여전히 그 게임을 하고 있지만

그 때 만큼의 몰입은 아니다.

이제는 다른 종류의 게임도 시작하고 있다.

백수가 된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중독되어 현실을 도피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은 이제 없다 ,


백수가 되어 보니 비로소 보인다,

무엇이 내 불안을 편안함으로 바꿔주는지.

그 때의 내가 왜

무시하던 오락게임을

그렇게나 즐거워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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