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신혼부부, 자전거로 유럽 일주를 결심하다.

라트비아 리가에서 자전거를 사던 날

by 현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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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우리는 기네스를 질리도록 마셨다.

이제는 당분간 기네스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맥주로 가득 찼던 며칠을 뒤로하고,

라트비아 리가로 넘어왔다.


라트비아 리가에서부터 이탈리아 밀라노까지(약 3,888km),
약 한 달 동안 자전거로 유럽을 횡단하겠다는
꽤나 무모한 계획을 안고서.


자전거로 유럽 일주.
이 계획을 세우기 전까지 우리는 그냥 ‘세계여행자’였다.
그런데 자전거라니.

이게 맞나?
짐은 어떻게 싣지?
자전거는 또 어디서 구하지?
돈은… 생각보다 많이 들 텐데.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끝도 없이 떠올랐다.

하지만 늘 그랬듯,
우리는 모든 고민을 잠시 저 멀리 던져두기로 했다.
그리고 결국, 유럽 자전거 일주를 하기로 결심했다.


원래 계획은 단순했다.
리가에 도착해서 페이스북이나 중고 웹사이트를 통해
중고 자전거를 구하는 것.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로컬 번호가 없었고,
이메일로 몇 군데 연락을 돌려봤지만
어디에서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일정은 빠듯했고,
자전거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하루.

리가에 있는 우리 에어비엔비 주변 약 10군데의 자전거 샵을 모두 둘러보기로 했다.


점심을 여유롭게 먹고
오후 두 시쯤 집을 나섰다.
자전거는 금방 살 수 있을 거라는,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한 착각 속에서(ㅎㅎ)


첫 번째 자전거 샵은 구글 지도에 나와있는 것과 달리 문을 닫았고,

두 번째, 세 번째… 그렇게 여덟 번째 샵까지.


어떤 곳은 우리가 찾는 트래킹 바이크가 없었고,
어떤 곳은 가격이 너무 비쌌다.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자전거를 고르지 못한 채

샵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들어간 여덟 번째 샵.
내 키에 비해 꽤 큰 자전거였지만,
백짝꿍과 커플로 맞출 수 있는 트래킹 자전거가 있었다.
우리가 필요한 자전거 장비들도
대부분 그곳에 있었다.


무엇보다, 사장님께서 현금 결제를 하면 할인을 해주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5F170FC0-A010-4B88-9A9D-06E81EF5FAC9_1_201_a.heic 토마토 닭볶음탕..?

저녁을 해 먹으며
그동안 꾹 눌러두었던 고민들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짐이었다.
세계여행 배낭 두 개를 도대체 어떻게 자전거에 실을 것인가.


처음에는 아이를 태울 수 있는 트레일러를 사서

거기에 배낭 두 개를 넣고 자전거에 연결해 달려야 하나, 꽤 진지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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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정말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자전거 뒤에 설치하는 유아용 시트.
그 시트를 자전거 두 대에 각각 달고, 배낭을 하나씩 올려 달리면 어떨까?

스크린샷 2026-01-22 오후 2.13.16.png 친절하신 사장님께서 우리 배낭을 유아용 시트에 실어보게 해주셨다 :)

어차피 자전거는 오늘 봤던 샵 중 한 곳에서 무조건 사야 하는 상황이었고,

우리는 결국 여덟 번째 샵에서 구매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다시 여덟 번째 자전거 샵을 찾았다.
마침 그곳에는 유아용 시트가 두 개 있었고,

시트 하나당 최대 하중은 22kg.
무게 배분은 우리가 하면 될 것 같았다.
가장 큰 고민이 그렇게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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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키에 비해 자전거는 조금 컸지만,
선택지는 사실 없었다.
우리는 백짝꿍과 커플 트래킹 자전거를 하기로 했다.

유아용 시트 2개, 헬멧 2개, 자전거 벨, 자물쇠까지.
필요한 장비를 모두 고르고 나니
결제할 금액은 700유로(자전거 두대 가격). 한화로 약 120만 원.


자전거에 유아용 시트와 이것저것을 설치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우리는 내일 아침에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이제 정말, 유럽 자전거 일주를 시작할 일만 남았다!


자전거 위에서 시작된 우리의 유럽 일주 이야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미국 로드트립을 끝으로 당분간 글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유럽 자전거 일주는 세계여행을 하며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고,

그래서 결국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우리의 여행기가 조금이라도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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