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전 히......(ON JOURNEY)

유언장 1

by present

(먼저 유언장이라고 하니 숨겨진 부동산이나 금궤를 숨겨놓은 장소를 일러주거나 현금 가득한 통장이나 보물이 묻힌 장소가 적혀진 지도를 기대할지도 모르니 그런 건 없다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ㅠㅠ

남겨줄 돈 대신 그저 평소에 이미 다했지만 그래도 아쉬워 사랑하고 사랑한다는 살뜰하지만 지겨운 나의 마음을 내가 없어도 열어보고 또 열어보라고 글을 남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딸 시온을 세상에서 가장 먼 세종에 데려다줄 때 우리가 발견한 곳이다.

운전이 서툴기도 했지만 우리는 그 짧은 거리를 여행으로 삼고 싶어서 고속도로를 타고 휴게소에 들르곤 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나타난 휴게소에서 커피와 간식을 사는 건 그 짧은 시간을 대단한 여행으로 만드는 우리만의 리추얼이었다.

그리고 '여정중'이라는 재치 있는 제목에 감탄하며 모녀는 우리 삶의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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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JOURNEY ( 커피,온전히)

다 큰 딸내미(원래대로 하면 대학을 졸업했을)지만 내 보기엔 아직 물가에 내놓은 꼬마 같다. 169센티에 꼬꼬마를 그곳에 두고 올 때면 차로 2시간 거리지만 처음엔 얼마나 안쓰럽던지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술 한잔 들어가면 K-장녀의 어쩔 수 없는 심리에 대해 늘어놓곤 하는 단 둘 뿐인 오누이 중 먼저 태어난 딸 시온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첫 아이라 뭐든 신기하면서도 불안하고 예쁘면서도 조심스럽게 그 아이를 사랑했다. 있는 그대로 봐주지 못하고 늘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틀을 가지고 그 아이를 대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사는 그 아이에게 나의 경험을 비춰 판단하고 기대하고 강요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너무나 바보 같고 어리석은 양육의 시간이 떠올라 미안하고 또 미안한 순간이 많다.

KakaoTalk_20251004_102810293.jpg 한옥마을 근처 바람 쏘이는 길에서의 엄마 아빠랑 자전거 타주는 이쁜 딸 시온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으로 온 땅의 충만한 기운을 받으며 다행히도 저렇게 꼿꼿이 설 수 있게 성장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베풀 시에 쌓을 온 이름 탓인지 아님 아빠의 유전자인지 사람을 좋아하고 나누는 걸 좋아한다. 부모에게 기둥이 되고 싶어 하고 동생을 안을 줄 안다.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청소년의 불행을 가슴 아파하고 교육제도의 폐해에 대해 고민한다. 이젠 제법 아니 나보다도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사회와 문화 때론 정치판 이야기까지 내게 재잘거린다. 그리고 나에게 배움을 준다.

한 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친구관계로 오랫동안 힘들어하기도 하고 때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기도 했었다. 그러더니 어느새 자라 어미새 없이도 자유로운 이쁜 새가 되어 지금의 스스로를 즐기고 살아내고 있는 듯하다.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기도 하며 어느 날은 혼자 자화자찬하며 하루하루 그렇게 그렇게 커 가고 있다. 어느 날은 날 위로하거나 충고하기도 한다^^

이제 나는 그 아이의 일상에 대해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됐다. 이만하면 됐다. 내가 제대로 해 준 것도 없이 어느 때는 오히려 마치 내 것인 양 좌지우지하려고 큰소리치며 너를 야단치던 모습을 떠올리면 후회가 밀려와 지그시 눈을 감게 된다.

그럼에도 잘하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딸 시온.

너의 시간이 고운 일들로 채워지기를

혹시 넘어지더라도 금세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너 스스로를 많이 사랑하고 오래도록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네가 경험한 그 사랑을 세상과 많이 나누기를

너와 늘 함께하는 엄마 아빠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영원히 안심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로 인해 정말 행복했음을

너와 함께 한 시간만으로도 내게 큰 기쁨을 선사했음을

시온이 있는 모습 그대로 엄마에겐 늘 자랑자체였음을(자식을 자랑으로 삼지 않겠다 다짐했었건만) 고백한다.

나의 소중한 딸 시온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사랑하고 오롯이 받아들이고 크게 소리치렴......

다 괜찮아 이미 괜찮아 지금 이대로 있는 그대로......

KakaoTalk_20251004_104827444.jpg 화보 찍는 시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