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행복을 선택하기
만약 당신이 암을 경험했다면 죽음이라는 현상에 대해 한 번쯤은 깊게 생각해 봤을 것이다. 어쩌면 죽음을 앞두고 있을 수도 누군가는 그때의 경험이 희미해질 만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일상을 살고 있을 수도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암이라는 질병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다. 나도 암을 경험했고 죽음이라는 단어와 마주했었고 지금도 온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 종종 신체에 나타나는 작은 징후에 대해 과민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일상에 대해 엄격히 제한하려고 계획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잠시 내 마음을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한다.
2024년 현재 암이라는 한 단어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그래서 어떤 말을 한다는 게 머뭇거려졌었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암경험자들에게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었다. 암경험자라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나의 경험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화가 나 있었다. 암환자에게 좋다는 갖가지 음식들과 건강식품들을 홍보하는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을 tv 광고와 sns 그리고 방송들! 특히 진실인지 조작인지 알 수 없는 건강 관련 방송을 할 때 여지없이 방송내용에서 나오는 식품을 파는 홈쇼핑 채널들을 보며 분노했었다. 마음이 약해졌을 땐 나도 저것들을 다 먹어야 하나? 갈등을 한 적도 있다. 그런 상황들은 많은 암경험자들의 약해진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불편해지게 할 수도 있다.
아마도 세상에 암환자만 먹어야 하는 암경험자에게만 좋은 음식이란, 상황이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혹은 모든 사람의 건강에 좋은 식습관과 운동방법과 생활습관이 있을 뿐이다. 암경험자의 불안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모 연구팀의 연구에 대상자로 참여했을 때 나는 말했었다. 대형병원들에 걸린 암 관련 사진들을 다 떼어줄 수 없냐고. 두려움과 불안을 부추기는 그 사진들 덕택에 우리는 더 두려워져 잠시라도 나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는 걸 아냐고 말이다.
(두려운 감정은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교감신경 우위상태에서는 면역기능은 당장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뒤로 미루어진다. 지속적으로 교감신경이 항진되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은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져 내 몸의 치유반응이 제대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더 부추기는 거나 다름없으니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는 생각이다)
암은 전염병이 아니다.(그러나 암이 생기기 쉬운 일상에 방치되는 건 전염병처럼 벌어질 수도 있을 일이다)
내가 암이 생길 수밖에 생활을 하고 그런 시간 속에 나 스스로를 오래 방치해 두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라고 자책한 적도 있지만 어쩌면 내 친절한 주치의 선생님 말씀처럼 나는 운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암치료를 하며 암경험자라는 이 꼬리표가 평생 나의 삶을 따라다니겠구나 깨달았을 때 마음먹은 한 가지는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투병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아가는 시간들로 메꿔야겠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암경험을 하며 나쁜 상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를 향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알게 되었고 삶의 유한함을 더 가까이 안 덕분에 하루하루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어떤 좋은 글귀나 강연으로도 변화가 어렵던 완고한 나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내가 얽매여 있던 세상에 많은 일들이 사실은 별스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의 한 호흡의 감사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어떤 대상을 미워하던 그 마음들이 나를 향한 미움을 빙자한 것이었다는 깨달았다.
그렇다고 내가 무언가를 초월했다거나 온전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든 어떻게 살 것인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선택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사물들은 각자가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에 있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 타고난 자질과 환경이라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 인간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판단에 달려 있다."
빅터프랭클린 선생님의 말처럼 나를 규정하는 것은 나이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꺼려졌던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지금 당장 이번 생에 짧은 시간을 선고받은 사람들 속에서 나의 이 이야기가 또 하나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나는 이별했고 죽음을 앞둔 그들에게 서툰 위로를 하기도 했었다. 무슨 말이 필요했을까!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는다던데 아마 내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생겼나 보다.
그 이야기는 우리는 누구나 지금 당장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목표를 이루거나 스스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환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행복한 것이라는 우리의 뇌 속에 자리 잡은 신념을 쓰레기통에 쳐 넣기만 한다면 말이다!)
어떤 상황이나 조건을 떠나 당신이 행복하고자 한다면 딱 그만큼 행복할 수 있다는 그 말말이다.
아프고 나서야 그걸 알게 된 게 아쉽긴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원하는 행복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정말 누가 봐도 고통스러울 상황에서도 행복을 선택하고 그 속에서 평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많은 시간 동안 좋아하는 것보다는 좋은 것을 찾아 헤매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바라는 것들보다는 바람직한 일을 쫓아서 살아오진 않았는지(최진석 교수님 장자 강의 중)
국가나 사회 혹은 문화에서 체득한 혹은 요구하는 내용들에 나를 맞추기에 급급하지 않았는지.
그래야만 행복할 수 있는 거라고 암묵적으로 강요받지는 않았었는지.
고등학생은 대학에 합격해야 행복하고 대학생은 번듯한 직장에 취업해야 행복하고 그다음엔 누군가에게 자랑할만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생활을 해야 행복하고 그다음 그다음엔......
어느 것이라도 빠지면 그는 절대 행복해서는 안된다고. 나만 이렇게 허튼 생각을 하며 살아왔었나? ^^
죽을 땐 어떻게 죽어야 행복한 건지 그것마저도 답을 구하려 동동거리고 있진 않은지.
과연 세상 모든 일에 한 가지 정답이 있을까?
어쨌든 완벽히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그 나머지 삶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
아니 나는 이미 행복을 선택하며 살고 있다.
지금도 이따금 정답을 찾으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내 모습에 당황스럽긴 하지만^^

행복은 어떤 일에 대한 결과가 아니고 마음의 상태이며, 내가 세우는 목표들이 내가 접하는 상황들이 내 삶의 목적이 아님은 알기에 예전보다 더 자주 행복하다^^. 아니 행복을 선택한다.
덤으로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것 또한 습관이 되더라는 그리고 전염이 잘되더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