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님의 <나를 리뷰하는 법> 을 읽고
가끔 난데없이 문득 옛날 일이 떠오를 때가 있다.
친구, 가족들과의 행복한 한순간, 힘든 일에 도전해 성공했던 어떤 순간도 있지만 맥락 없이 떠오르는 기억은 대부분 후회스러운 장면이다. ‘아 그때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 후회와 자책이 이어서 떠오르며 이불 킥을 할 때도 있다.
그런 순간엔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처럼 사람들이 남긴 리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밥 한 줄을 사 먹어도 리뷰를 보는 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요령 있게 행동하는 방법 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비슷한 상황이어도 성격, 주변 환경, 세부적인 조건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내게 꼭 맞는 답은 없다. 내 상황에 맞는 답을 만들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오히려 필요한 건 타인의 리뷰가 아니라, 내가 남긴 상황별 대처법 혹은 ‘나 사용설명서’ 같은 게 아닐까?
해야 할 일이 줄줄이 대기 중인데 급한 업무 요청이 또 들어올 때, 아직 관계가 서먹한 사람들과 일해야 할 때, 당황하거나 실수하지 않고 요령껏 잘 대처하는 법 같은 기록이 어딘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대체로 배가 고플 땐 불친절하다.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날은 짜증이 늘어난다. 이런 내 특징을 알면 중요한 결정에 앞서 미리 대비를 할 수도 있다.
모임 장소 정하기, 쇼핑 등 일상의 일을 해결할 때는 참고할 자료가 있는데 정작 더 중요한 나에 대해 궁금할 때는 찾아볼 리뷰가 없다. 그냥 재밌게 본 영화가 누군가의 리뷰를 통해 인생 영화로 등극하기도 하는 것처럼 나에 대한 리뷰는 나에 대해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게 하기도 하고, 걱정이나 고민 앞에 작은 해결책이 되어주기도 한다. <나를 리뷰하는 법>의 저자 김혜원 님은 무엇보다 내가 나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고민이 있을 때 그냥 해보는 낙서,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고 남기는 기록. 좋아하는 장소 정리, 휴대폰 사진첩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 기록해보기 등은 나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주고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나를 리뷰하는 모든 행위는 나에게 친절한 일이자 타인과 세상을 부지런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똑같은 하루가 건조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거나 정서적으로 지쳤을 땐 나에 대한 관심도 주변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리뷰할 게 없을 것 같을 때, 쓸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수록 짧은 일기쓰기, 잠시 바라본 하늘 사진 찍기와 같은 작은 일부터 해보는 게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 리뷰들이 많을수록(리뷰가 쌓인다고 다음에 꼭 잘 대처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깊이만큼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