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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H Jul 04. 2020

[토막글]기억 낚시꾼

이야기는 메타세콰이아로부터 시작된더

[토막글]기억 낚시꾼

이야기는 메타세콰이아로부터 시작된다 

고등학교 때였다.
수업 내용 중에 메타세콰이아가 등장했고, 다수의 친구들은 그게 뭔지 몰랐던 것같다. 그래서 선생님은 메타세콰이아가 뭔지, 이렇게 설명하셨다.
 , A (특정 ) 갈때, 고속도로 빠져나와서 A들어가는  양쪽에 쫘라락  있는 나무 있잖아
나는 A동네   10년이 넘어간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는  동네의  메타세콰이아 길을 알리가 없다. 전국에서 유명한 관광지? 아니다. 그럼  동네에서라도 유명한 공원인가? 절대 아니다.  길이가  200미터도   되는, 메타세콰이아가 양쪽에 심어진  말고는 특별할  전혀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맞아요 거기 뭔지 알아요라고 말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선생님은 ‘그지 그지?’라는 눈빛으로  쳐다봤고,  밖의 모두는  길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인터넷에서 메타세콰이아를 검색해서 보여주어야만 했다.
나는 처음에, 선생님이 마치 정말 어려운 문제라도 내서 내가 그걸 맞춘 듯이 기뻤다. 선생님이 던진 기억의 실마리를 붙잡을  있는 것은  30   뿐이었던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는, 선생님이 도대체   길을 얘기했을까, 궁금해졌다.  길은 메타세콰이아를 설명하기엔 매우 부적절한 예시이다. 공감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나도  길을 몰랐다면, 선생님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만약 아무도 선생님의 얘기에 맞장구 쳐줄  없었다면?

비슷한 얘기가  있다.

며칠 전이다. 회사에서 상사와 함께 퇴근하던 길이다. (상사라고 지칭하니까 굉장히 딱딱한데, 사실 정말 가까운 사이이고 존경하는 분이다)
길을 걷다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셨다.
 그거 알아?  코엑스에 커다란 사이니지 있잖아. 파도 치는 .”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코엑스에 다녀온지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역에서 나와서 코엑스로 들어갈       사이니지 화면을 잊지 않고 있었다. 지금 찾아보고 나서야 그게  유명한 조형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화면 속에 파도가 치는  구현했다...라는  외에는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했다.
 네네.  삼성역 나와서 코엑스 들어갈  있는 파도 화면 말씀하시는 거죠?”
역시 처음에는  분이 던진 기억의 실마리를 내가 공유하고 있다는게 단순히 즐거웠다.
그런데 만약 내가 코엑스에    화면을 보지 못했다면, 아니 코엑스에 자주 가는 편도 아니라면,  분이 던진 질문에 밍숭맹숭한 답변을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코엑스 근처에 사는 것도 아니니 내가 코엑스의 파도 사이니지를 알고 있을 확률은 매우 낮다. 애초에 파도 화면을  적이 없다면  기억에 공감하지 못하니까  분이 하러던 이야기 자체의 전달력도 떨어졌을 것이다.   분은 그렇게 무모한 기억의 실마리를 나에게 던진 것일까?

메타세콰이아와 파도 화면. 고등학교 선생님과 회사 상사. 상황도, 기억의 내용도 다르지만  분은 마치 낚시꾼이 낚싯줄을 던지듯 기억의 실마리를 던져것이다.
하지만 낚시가 으레 그렇듯, 상대방이  실마리를 잡을  있을 확률은 매우 낮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싯줄을 던지는  마음의 여유이다.
상대방이 실마리를 물든, 물지 않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아닌가. 설사 상대방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몰라도 괜찮다. 그건 그때가서 설명하면 된다. 아니면 화제를 바꿔도 된다. 아니, 사실  분들은 낚싯줄을 던질   뒤의 결과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마음의 여유가 부럽다. 누군가에게 화제를 던질 , 상대방이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 않으면, 공감하지 못하면,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미리 걱정한다.
낚싯줄을 던지기 전부터 고기가 걸려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하느라 낚싯줄을 던지지 못하거나 던져도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다.

실력 있는 낚시꾼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을 마음의 여유. 나는 그것이 부럽다.   아니지만 일상 생활 속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줄일  있는  가지 방법이  수도 있다.
여유로운 기억 낚시꾼. 다음주엔  모습을 닮아야지 하고 다짐하며  주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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