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나를 어떻게 드러내야 하나 고민했던 시간들
교환학생 후기를 보면 어딜 가서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어서 즐겁게 놀았다.. 는 내용이 많은데 글은 그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잘 못 담아낸다. 한국에서 사람을 제대로 사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다른 나라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하면서 신뢰를 쌓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개강 전날에 Activities Fair가 열린다고 해서 우리 학교 친구랑 둘이 가보기로 했다.
일단 좁은 공간에 엄청나게 많은 동아리 부스가 밀집해있고, 날은 덥고 미국 학생들이 워낙 활발하게 홍보를 해서 옆 사람 말이 잘 들리지도 않는 정도. 나는 우리 학교 동소제도 안 가고 동아리도 아는 사람 통해서 가입한 사람이라 한국 동소제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곳의 Activities Fair 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를 붙잡고 홍보를 함> 내가 관심 있으면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 그래? 좀 더 알고 싶네' 라고 반응을 해줌> 자기들이 준비한 약 3분 가량의 홍보 스피치> 스피치 맨 끝에 '관심 있으면 여기 학교 ID랑 이메일이랑 학년 적고 가~' 하면서 명단을 내민다. > 그럼 추후에 동아리 활동이랑 가입 관련된 내용이 학교 메일로 온다.
일단 내 친구와 나는 무조건 많은 동아리를 해보자는 주의라서 10개도 넘는 동아리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정보를 기록하고 나온 것 같다. 요가, 정원 가꾸기, 줌바댄스, 살사클럽, 경영학회, 패션 경영, 국제기구, 국제학생 모임, 한국문화 동아리 등등...
한 동안 메일이 끊이질 않다가, 가입 시기에 가입을 안하면 메일이 점점 줄어든다.
내가 결국 가입한 동아리는 살사클럽 하나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길게 써 보려고 한다. (할 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동소제를 듣고 학교에서 미리 배정해 준 Buddy (현지 학생)를 만나러 갔다.
내 버디는 나랑 동갑이고 Kinesiology 전공이라고 했다. 아일랜드 교환학생을 다녀와보니 자기 학교 교환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 buddy 지원을 했다고 한다. 같은 4학년이라 그런지 진로나 미래에 대해 진지한 얘기할 때도 잘 통했고 나의 버벅거리는 영어도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여러 모로 성숙한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몇 일 지나서 다른 교환학생들이랑 풋볼을 보러 갔다. 물론 규칙은 1도 모름. 하지만 거기서 만난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 그냥 갔는데 처음 만난 사람들과 같이 앉아서 규칙 설명도 듣고 통성명도 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하면서 어색함을 풀어갔다. 그리고 풋볼 경기는 규칙을 세세하게 아는 것보다 점수 딸 때 같이 노래 부르고 응원하는 재미로 보는 것 같다. 일단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를 가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어디든 다 가고 봐야한다.
동아리도 살사 클럽 하나밖에 안 하고 특별히 그룹으로 모이는 행사도 없어서 기숙사에서 모집하는 Committee에 지원했다. 학생회인가 했지만 학생회라기에는 분야별 Committee가 너무 많음. 그냥 그 Committee의 리더들은 학생회이고 나머지 부원들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돕는 스태프 정도인 것 같다.
나는 Cooking Committee와 PR Committee에 지원했는데, Cooking Committee 첫 모임이 더 먼저 있었다. '이 날 이 때 모여서 서로 인사하고 쿠키 굽자!'는게 첫 모임의 내용이었다. 쿠키는 저렇게 쿠키 믹스를 대용량으로 사서 끝없이 구워내는 방식이다. 저 모임에서 사람도 많이 만나고, 내 남은 3개월 반을 거의 매일 같이 한 친구도 만났다. 이 날 누가 '우리 오늘 새벽까지 어디에서 만나서 공부하자!'이래서 피곤한데도 (!) 그리고 공부할 게 특별히 없었음에도 (!) 가서 졸린 눈 비비면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했다기보다는 들었다... )
캠퍼스 타운 언저리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1515라는 공간이 있다. 공부할 수도 있고 카페도 있고, 진로 상담도 해주는데 가끔은 이렇게 테마가 있는 작은 모임을 갖는다. 말 그래도 '너의 방을 꾸며봐!'라는 이름의 모임에 갔더니 이렇게 문구류를 잔뜩 주고 빈 병과 색지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공짜로 캔버스까지 준다고 해서 간 건데 약간 초등학교 스러운? 활동을 하게 해서 놀랐지만,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간 현지 친구랑도 더 친해지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친구랑 같이 가게 된 것도, 사실 엄청난 노력을 들인 결과이다.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이 행사에 '관심있음'을 눌렀길래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어 너 이 행사 갈꺼니? 나랑 같이 가자~'하고 메신저를 보냈다... 용기 엄청냈다 정말)
다음에는 수업에 적응하고 DC 여행 간 얘기 써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