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AR, 메타버스의 세계 그리고 부동산
Hello World! 예전에 데이터 분석을 좀 하겠다고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조금 배워본 적이 있는데 영어권에서 수업을 하는 친구들이 항상 인사를 이렇게 하더라고. 예전에 웹을 처음 배울때 페이지에 아무 글씨나 쳐놓고 그게 정말 주소를 치면 나오는지 볼 때 썼던 것이 이 Hello World였었던 것 같아. 그에 대한 향수인가?
사족이 조금 길었는데,
내가 최근에 VR기기를 사게 되었어. 그 배경은 최근 기술 트렌드 관련 서적들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새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메타버스 관련한 이야기를 듣자 하니 이 기술이 웹과 모바일에 상응하는 향후 10년을 지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매체가 될 것이라 예상 하더라고. 나에게 기술 트렌드에 대한 예지력따위는 없으므로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그래도 그 파급력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된다면 도대체 어떤 기회들이 존재하는지 궁금하지 않겠어? 그래서 메타버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VR 기술을 온몸으로 체험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에서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를 샀어. 마치.. 지금으로부터 약 11년 전 2010년 말에 내가 아이폰을 샀었는데, 그 때의 느낌이랄까? 슈퍼 얼리 어답터는 아니지만서도 어느정도는 시도해보고 싶은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
이해하기로는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상당히 앞서나갔다고 하던데, 기기를 눌러쓰고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보니 정말 몰입되고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모바일로 치자면 애플과 삼성이 크게 하드웨어를 리드하고 있고 (물론 화웨이 샤오미 등도 있음) 그 하드웨어를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인 애플리케이션은 명확하게 아이폰 기반의 운영체제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스마트폰들의 연합군인 안드로이드로 양분이 되어 있는데, 이 두개의 운영체제 초반에 굳어지다 보니 제3의 업체들도 시장에 가세하기를 원했으나 모두 실패한 것 같아. 이렇게 선점 효과가 중요한거 같고, 물론 선점 효과의 대명사는 카카오톡 아니겠어? 물론 카카오톡이 있을 때 내 기억에는 다음에서 출시한 마이피플도 있고 몇개 더 있었던거 같은데, 카카오톡이 가장 직관적이고 편안한 형태로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빠르게 각인되었던것 같아.
페이스북은 (그 성장세 및 지금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규모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시대에는 일개 "앱 운영사"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부러웠을 뿐이고... 그 결과로서 오큘러스의 VR 기기를 활용해 보니 거기 내부에 자체 앱스토어가 존재하더라고. 이러한 앱들은 페이스북이 새로이 조성한 운영체제 그리고 생태계 위에서 작동되고, 그렇게 빠르게 이 시장을 선점하면 모바일에서의 애플과 구글같은 입지를 다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
여하튼..
VR기기를 가지고 초기 몇개 사용법에 대한 테스트를 한 다음에 어떤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지 봤더니 아직까지는 단순하게 1) 게임, 2) 업무/생산성(가상공간에서의 스마크워크 등), 3) 미디어(영화 등 영상물) 관람 정도가 되더라고. 특히, 메타버스 업무공간을 활용하는 샘플들을 보면 내가 실제로 가상공간에서 움직이면서 동료들과 마주치기도 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등 단순히 줌으로 연결되어 특정 목적을 가지고 논의 후 끊어지는 관계라기 보다는 "상시 연결"되어 있으나 가상공간 내에서 바로 근처에 있는 것은 아닌? 형태가 되는 것 같아.
이런 형태를 리테일에도 적용해 본다면, 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실제로 입어보고 만져보고 고르는 형태의 상품이 아니라면) 360도 카메라로 모든 동선을 촬영해 놓고 집에서 개인들이 VR 헤드셋을 끼고 기 촬영된 공간을 걸어다니거나 컨트롤러로 이동하면서 화면안에 보이는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넣는 식으로, 실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쇼핑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어
그런 찰나 이런 형태의 기술이 진화되면 실물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어.
단순하게 보기에는 백화점, 쇼핑몰과 같은 리테일은 분명히 대체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는 한편, 업무시설/주택/숙박/창고는 쉽게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왜 그럴까?
결국 사람들이 그 공간을 이용하는 목적이 "공간"이라는 하드웨어를 이용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지, 아니면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무언가 다른 것을 이용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백화점, 쇼핑몰을 가는 이유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갈거야. 다른 군더더기는 빼고 정말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러 손님들이 이런 곳들을 방문한다고 한다면, 비교대상의 2개 백화점이 있고, 모두 동일한 수의 동일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연식과 하드웨어의 형태(층당 면적, 층수 등)가 다르다고 가정해 보는거야. 단순 쇼핑, 즉 물건을 사러 온 사람 입장에서 두 곳 중 어느 한곳을 가는 것을 특별히 요할 것인지? 물론, 그 하드웨어의 형태에 따라 쇼핑을 하는 동선을 UX 관점에서 더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내가 구하고자 하는 상품을 똑같이 가지고 있을 경우 내 기본 목적인 쇼핑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것 같아. 그럼 비교대상이 VR헤드셋을 써서 진입할 수 있는 "가상의 쇼핑몰"이면? 입고/만지고 하는 등의 상품이 아니라면 기본적인 목적(쇼핑, 즉, 원하는 물건을 찾아서 구매하는)을 달성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여.
업무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필요로 하는 영역으로 보여져. 동료들과 상시 연결될 수 있는 기술 등이 뒷받침된다고 하면, 반드시 업무시설에 가서 하는 것이 아닌, 편안한 책상, 의자 그리고 인터넷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 가능한 구조가 될 거야.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회사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자택에서 일하는 것은 물리적인 차이는 존재하지만 일을 해낼 수 있는데 있어서의 차이는 없어. 근데 VR헤드셋을 써서 "가상의 오피스"에 진입한다면, 현실세계의 업무공간이 필요 없이 업무를 할 수 있을까? 상상이 잘 안되기 때문에 물리적인 공간이 여전히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여. 물론, 위치와 스펙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줄어드는 정도가 아닐까?
주택과 숙박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의 주택 또는 호텔과, 강북의 주택 또는 호텔에서 살거나 머무는 데 있어서 주택과 숙박의 기본 기능인 안에서 쉬고, 잠을 자는 목적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게 있지는 않을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주택과 호텔도 먼 훗날이 되어서는 위치와 스펙의 중요성이 줄어들겠지?) 그런데 만약 우리가 VR 헤드셋을 끼고 가상의 주택과 호텔 객실에 들어왔다고 한다면? 그 가상의 공간에서 쉴 수 있을까? 명백히 우리가 쉬려면 현실공간에서의 쉼터가 필요한 것 같아.
창고는? VR 헤드셋을 끼고 가상공간에 창고를 만났다고 한들, 내가 실제 보관해야 하는 물건을 "가상공간의 창고"에 보관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해 보면, "가상공간"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일부 영역의 리테일(쇼핑몰 백화점 등)에 한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일부 영역의 리테일이 다른 여타의 영역과 크게 다른 점은,
1) 해당 리테일들은 사람들이 하드웨어를 경험하는 것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해당 부동산을 방문하는 것이고,
2) 여타 영역의 경우 사람들이 하드웨어를 직접 사용하고자 해당 부동산을 방문한다는 점이야.
이렇게 리테일은, 사람들이 기본 목적(쇼핑, 물건을 사는것)에만 충실하고자 할 경우 그 하드웨어가 상당부분 가상공간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본질적인 운명에 처해 있으므로, 이 점을 고려하여 쇼핑몰에 "그 공간 자체를" 이용하는 것을 수반하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워터파크, 테마파크, 놀이터, 전시관 등)들을 병행하여 설치함으로써 그 명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사실 우리가 코로나의 부정적 영향을 받은 영역을 찾을 때 리테일과 숙박시설을 흔히 대표적인 예로 들지만, 리테일은 어찌 보면 코로나가 그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이지 본래부터 대체는 진행 중이었던 반면, 숙박시설이 오히려 (수급만 문제 없으면 정상 상황 하에서는 충분히 안정적인 성과가 기대되었을 것인데) 타격을 많이 입은 것 같아. 물론,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만 정상화 된다면 숙박시설은 빠르게 성과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