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40대 중반이었고, 실적도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평생 다녔던 은행은 희망퇴직을 한다며 그 분도 대상이라고 통보해온거죠. 큰 틀에서 이런일이 발생한 이유는 단순한데요. 더 이상 고객들이 은행 창구에 오지 않고 은행 어플에서 업무를 보기 때문이에요.
한때 은행 창구는 늘 붐볐어요. 통장 개설, 외화 환전, 보험 가입, 대출 상담 등 모든 업무가 오프라인 창구에서 이뤄졌죠. 온라인이라고 해봐야 텔레뱅킹 정도였고 이 마저도 불편했어요.
예전부터 은행은 '쾌적함'의 대명사였죠. 은행이 가면 유니폼 또는 정장을 입은 직원이 웃으며 고객을 대했고, 여름엔 에어컨이 겨울엔 히터가 틀어져 온도가 딱 맞았어요. 저도 볼 일 없어도 더위와 추위를 피하러 은행에 가서 잠시 쉬곤 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가 모바일 앱 안에서 끝나기에 은행에 갈 일이 좀처럼 없게 된지 오래에요.
송금은 몇 번의 터치로 가능하고, 대출도 앱에서 바로 심사가 진행돼요. 심지어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외화 환전조차 모바일로 해결할 수 있어요. 은행 지점들은 여전히 근처에 존재하지만, 굳이 시간내서 갈 이유가 사라졌어요.
이제 이런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서 속도감 있고 쉽게 체감 되게 변하고 있어요. 은행 지점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고, 남은 지점도 무인화가 가속화되고 있어요. 은행 본점은 지점에 직원을 많이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리스크와 비용을 줄이고자 인력 감축에 본격적으로 들어갔어요. 그래서 아직 40대인 직원에게도 “이쯤에서 그만두라”는 말을 꺼낸거죠.
문제는 은행원, 즉 사람들이에요. 은행의 특징상 은행원들은 다른 은행으로 이직도 불가능하고, 퇴사 후 동종업계에 재취업도 어려워서, 제 3의 길로 가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년이 보장된 시대는 이미 과거 얘기고 50대는커녕 40대 직원조차 은행이 감당하기엔 ‘과잉’이 된 시대가 도래한 거죠. 이러한 시대에 개인은, 책임질 것이 많은 한 가정의 가장은 막막하기만 하죠.
은행이라는 조직은,
기능만 남긴 채 사라질 것
이 변화는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은행이라는 조직 자체가 해체되는 과정에 가깝다고 봐야해요. 예전엔 ‘은행에 간다’고 했지만, 이제는 단순히 ‘금융 행위를 한다’고 말하는 게 더 자연스럽죠. 실제로 '은행 다녀온다.'는 말은 일상에서 사라진지 오래에요
앞서 말한 것 처럼 과거의 은행은 ‘공간’이자 ‘브랜드’, ‘서비스의 주체’였는데 미래의 은행은은행은 이 정체성을 잃고, 오직 ‘기능’만 남게 될 거예요. 은행의 고유한 기능이란 돈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고유의 역할, 즉 ‘뱅킹’이에요.이는 법적으로 허가된 금융기관만 수행할 수 있는 핵심 기능이지만, 그 외의 거의 모든 서비스—투자, 보험, 송금, 결제, 자산관리 등—은 이미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미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쿠팡머니와 같은 앱에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게 익숙하죠. 복잡한 업무는 은행 어플로 가지만 이체 같은 단순한 업무는 은행 외 어플들에서 하는게 더 편해요.
사실상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기존 은행과 거의 동일해요.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은행’이란 단어조차 떠올리지 않죠. 이게 은행은 사라지고, 뱅킹만 남게 된 현실이에요.
예를 들어, 토스를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실제 대출금은 특정 은행에서 나와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토스에서 대출받았다”고만 기억하죠. 누구의 돈인지보다, 누가 제공했는지를 기억하는 시대에 접어든 거예요. 고객과의 접점을 은행이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게 현실이죠.
문제는 이 흐름이 더 빨라질 거라는 것. 지점은 줄어들고, 고객 접점은 모두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가게 되고요. 은행은 결국 금융 API 제공자 역할만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창구 직원, 상담사, 마케팅 인력 같은 기존 역할은 점차 사라지게 될거에요. 남는 일은 리스크 관리, 정책 기획 같은 특수 영역뿐이고, 심지어 이마저도 알고리즘과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요.
그럼 은행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요?
대부분의 직종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날거라 봐요. 이제는 누구든 ‘내 자리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니까요.
한때 은행은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은행에 다닌다고 해도 “언제 나가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뒤따라 오는게 현실이에요. 다만 은행이 변화의 최전선에 있을 뿐, 그 뒤를 따를 업종은 얼마든지 있을거고요. 모든 산업이 플랫폼화되고, 기술로 대체되는 흐름 속에서 ‘나만은 예외’라는 생각은 더 이상 위험한 착각일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