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세금은 집주인이 내지만, 그 무게는 임차인이 진다

by 김현재




부동산에 높은 세율이

부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표면적으로는 집을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가 부과한 세금은 소유주와 임대인이 일차적으로 부담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 무게는 최종 사용자, 즉 임차인이 지게 되는 구조로 흘러가게 돼요. 어떤 매커니즘으로 부과된 세금이 결국 임차인에게 가게 될까요.


먼저 한 가지 사실부터 짚고 넘어가야 해요. 세금은 ‘비용’이에요. 그리고 비용은 사업의 경우에도, 개인의 경우에도 대부분 다른 주체에게 전가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법인세를 올리면 물가가 오르고, 부동산 소유자의 세금을 올리면 그 세금은 임대료 형태로 세입자에게 넘어가게 돼요. 임대인이 손해를 보면서 임대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결국 시장은 ‘전가할 수 있는 곳까지’ 비용을 밀어내며 균형을 찾으려 해요.




장기적인 전세와 월세가격 인상


대표적인 전가 방식이 전세금 인상과 월세 인상인데요, 세금이 오르면 소유주는 그 부담을 임차인에게 돌리기 시작해요. 당장 기존 세입자에게 10%를 올릴 수는 없지만, 새로운 임대차 계약에서는 그 인상분을 반영하게 돼요. 이때 전세금이 오르거나, 기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월세가 인상돼요. 시장 전체의 평균 임대료 수준이 점차 올라가게 되는 구조죠. 시장이 왜곡되는거에요. 현재는 좋을 수 있지만, 4년 뒤 한번에 높은 가격을 주고 거주지를 옮기는 부작용이 생기는거죠.


물론 정부도 이 점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2020년, 임대차 3법 중 하나로 계약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했어요.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할 때, 임대인이 임의로 임대료를 크게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어요. 하지만 이 정책에는 결정적인 맹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시장을 움직이는 신규 계약


임대료 시장의 실질적인 지표는 ‘신규 계약’이에요. 기존 계약은 제한된 상황에서 움직이지만, 신규 계약은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유롭게 가격이 형성돼요.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느끼면, 기존 세입자에게는 어쩔 수 없이 5%만 올리지만,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는 시세를 반영해 마음껏 올릴 수 있어요. 이 지점에서 가격이 급등하고, 결국 전체 시장의 평균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돼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어요. 앞서 말했듯,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기존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주하다가 계약이 끝나면 갑자기 훨씬 비싼 임대료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세입자는 주거지를 옮기게 되고, 시장엔 불안이 생겨요. 결국 정책은 의도한 바와 정반대로, 가격의 급등과 불안을 유발하게 돼요.




세금이 만든 시장 왜곡


정부는 주택 가격을 잡고자 세율을 올리고, 다주택자에게 페널티를 부과하지만, 시장은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아요. 집값은 세금으로 잡히지 않아요. 오히려 시장의 왜곡과 전세, 월세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만들어요.


임대인 입장에서는 비용을 정당하게 보전받기 위해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고, 임차인은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더 좁은 집으로 이사하거나 외곽으로 밀려나게 돼요. 주거의 질은 하락하고, 청년이나 신혼부부 같은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되죠.


이는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이동성, 계층 고착, 삶의 질 저하라는 더 깊은 문제로 이어져 큰 부작용을 낳아요. 세금을 통해 부동산을 조정하려는 정책은 의도는 선해 보일 수 있지만, 시장의 작동 원리를 무시하고선 결코 성공할 수 없어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 되어 있다.




세금은 가장 약한 고리를 누른다


결국 부동산 세금은 겉으로 보기에는 ‘있는 자’를 향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사는 자’의 몫이 되어 돌아오게 돼요. 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지 않고는 건강한 부동산 정책은 불가능해요.


정부는 잃을게 없죠. 세금을 올려서 세수도 확보하고, 지지자들의 호응도 얻어요. 근데 그 지지자들은 평생 직간접적으로 세금 안내고 살까요?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면 부담은 개개인이 짊어져야해요.


정부가 할 일은 단기적인 가격 통제가 아니라, 임대 공급의 안정성 확보, 중장기적인 수급 균형 조절, 주거 사다리 복원의 구조적인 접근이에요. 세금이 시장을 누르면 시장은 또 다른 방향으로 왜곡되며 응답해요. 그 반작용은 언제나 가장 힘없는 쪽으로 향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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