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예금으로만 둘 것인가 ETF로 바꿀 것인가
60대까지 연금을 예금으로
갖고 있었는데, ETF로 교체
해야할까 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60대까지 연금을 예금으로만 운용할지, 아니면 ETF로 전환할지는 안전과 위험뿐 아니라 연금 수령까지 남은 기간, 기대 수익률, 그리고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먼저 가장 중요한 시간을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 나이에서 60대까지 20년 이상이 남아 있다면, 예금 금리인 연 2~3%는 물가상승률을 간신히 따라가는 수준입니다. 물가상승률을 2%로 가정하면 실질 구매력은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면 S&P500과 같은 주식형 ETF는 장기적으로 연 8~10%의 수익률을 기록해왔습니다. 이 차이는 복리 효과로 크게 벌어집니다. 예금 3%로 20년을 운용하면 원금이 약 1.8배가 되지만, ETF 8% 수익률로 운용하면 약 4.7배가 됩니다. 장기적인 자산 증식에서는 ETF가 월등히 유리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60이 넘은 시점에서 이제서야 ETF로 바꾼다는 결정은 현실적으로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수익률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예금은 원금이 보장되고 이자가 확정돼 변동성이 없습니다. 반면 ETF는 매년 15~20% 수준의 가격 변동을 겪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하락장에서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은퇴 직전에 큰 하락장이 오면 회복할 시간이 부족해 손실을 확정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시퀀스 리스크’라고 하며, 은퇴 자산 운용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남은 기간에 맞춰 전략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연금수령이 15년 이상이 남았다면 ETF 비중을 높게 가져가 복리 성장을 극대화하고, 은퇴가 가까워지는 55세 전후부터는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점차 늘려야 합니다. 10년 미만이 남았다면 절반 이상을 안전자산에 두고 일부만 ETF로 운용하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결론적으로 20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전액을 예금에 두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패배하는 전략이고, 전액을 ETF로 두는 것은 은퇴 직전 하락장에 취약한 전략입니다. 자산을 불리는 시기와 지키는 시기를 구분해, 초반에는 성장에 집중하고 말년에는 방어로 전환하는 것이 60대 이후 안정적인 은퇴 생활을 만드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안타깝지만 복리를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관심 갖고 연금 수령일을 최대한 늦춰 활용할 수만 있다면, 예금보다는 ETF가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