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돈 풀기의 명과 암

by 김현재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더 이상 뉴스가 아닌

시대입니다.



정부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푼다’는 정책을 반복해 왔어요. 현금 지급, 세금 감면, 금리 인하, 공공 지출 확대 등 모두 한 가지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죠.



하지만 돈을 푸는 일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걸까요? 단기적 효과는 분명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대가를 동반하곤 합니다. 오늘은 이 ‘정부의 돈 풀기’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정부가 왜 돈을 푸는가?



정부가 돈을 푼다는 건 결국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뜻입니다. 크게 보면 다음 네 가지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1. 재정 지출 확대 – 도로, 철도 같은 인프라 사업이나 복지 예산, 공공근로 창출 등을 통해 돈을 직접 쓰는 방식이에요.


2. 세금 감면 – 부가세, 소득세를 줄여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부분은 현실세계에선 잘 없죠.


3. 현금 지급 – 재난지원금, 긴급 생계비 등을 통해 바로 가계로 돈이 들어가게 합니다.


4. 통화정책(양적완화) –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국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지난 10-20년간 미국과 일본이 사용한 정책이에요.



이런 정책들은 공통적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목적이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



돈이 풀리면 사람들은 쓸 돈이 생기고, 기업들은 투자를 재개할 여유를 갖게 됩니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고용이 조금씩 회복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죠. 특히 경기침체기에선 정부 지출이 유일한 ‘마중물’ 역할을 해주기도 해요.



또한 갑작스러운 실업이나 기업의 줄도산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2020년 코로나 위기 당시 정부가 신속하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금리를 낮춘 덕분에 대규모 경제 붕괴는 막을 수 있었죠.



무엇보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수요 부족으로 물가가 계속 하락하면,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경기는 더 위축돼요. 정부 지출은 이런 악순환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생겨



문제는 돈을 푼다고 해서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에요. 아래의 세 가지 부작용은 거의 예외 없이 반복됩니다.



1. 국가 부채 증가

정부는 ‘세금’이 아닌 ‘국채 발행’, 즉 빚을 내서 돈을 풉니다. 지금은 우리가 혜택을 보지만, 갚는 건 미래 세대의 몫이 될 수 있어요.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결국 세금을 올리거나 복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2. 자산가격 버블

유동성이 실물경제가 아니라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먼저 흘러가요. 그 결과, 실질소득이 늘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집값과 전셋값이 올라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구조예요.


3. 인플레이션 압력

돈이 많이 풀리면,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에서 물가가 상승합니다. 특히 필수재인 식료품, 공공요금,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고통은 훨씬 커지죠. 2022년 이후 세계적으로 일어난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당시 풀렸던 돈이 몇 년 늦게 되돌아온 예시이기도 합니다.




돈 풀기 = 시간을 버는 전략



정부의 돈 풀기는 경제를 살리는 ‘마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응급 상황에서 심장 박동기를 붙인 것에 가까워요.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려면 근본적인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듯, 경제 역시 구조개혁, 생산성 향상, 일자리 창출이라는 본질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돈을 푸는 일은 위기를 막기 위해 ‘시간을 버는 일’일 뿐이에요.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핵심입니다.



우리는 자주 “정부가 돈을 좀 더 풀어야 하지 않나?“라는 말을 합니다. 그 자체는 옳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누가 쓰며, 어떤 구조를 남기는지까지 생각해보는 것이 경제적 사고입니다. 돈을 푸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바꿀 것인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위기 때, 심장박동기를 다시 꺼내지 않아도 되는 경제가 만들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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