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주는 '구체적인 상상'에 대하여
20대 초반의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날이었다.
그들의 풋풋함에 절로 웃음이 나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쓰리기도 했다.
세상의 거친 풍파에 부딪히다 보면
저 순수함도 점차 사라질 것을 알기에,
이들의 앞날에 그저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욕심 섞인 마음이 들었다.
나이대에 맞는 이상형 이야기나
연애 고민 같은 귀여운 대화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20살 초반이었을 때, 나를 바라보던 선배들도 지금의 나처럼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때의 선배들이 가장 많이 해주었던 말은
"꿈을 가져라"였다.
당시에는 그저 흔하디 흔한 조언으로 치부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비로소 그 말의 진정한 깊이를 이해한다.
꿈은 단지 돈벌이 수단인 직업이나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미래 내 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이었다.
나의 꿈은 마당 있는 자그마한 저택을 짓고,
나만의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읽는 것이다.
나이 들어 친구 같은 아내와 티격태격 대화하고,
가끔 놀러 오는 손주들의 손을 잡고 집 마당을 거닐며
손주들의 일상 이야기를 듣는 것.
상상만 해도 웃음이 지어지는 그림이다.
지금은 비록 멀게 느껴질지라도 이런 꿈은
언제든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막이 된다.
꿈은 이토록 구체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직업을 꿈으로 설정하면,
그것을 이룬 뒤에는 다시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그런 꿈은 목적지가 아닌, 그저 잠시 머무르는 경유지일 뿐이다.
경유지에 도달하고 나서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일은 생각보다 가혹하고 두려운 과정이다.
구체적으로 그려진 꿈은 밤하늘의 별과 같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 방황할 때 방향을 잡아주는 별.
우리는 그 별을 이정표 삼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내면에 이러한 별을 품고 있다면,
고난과 역경은 그저 목적지로 가는
사소한 과정일 뿐이다.
사실 나도 그 과정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알 수도 없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한 가지는,
그 별은 언제나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치고 힘든 순간,
나만의 별은 세상을 함께 헤쳐 나가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