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어 같은 단기 체류자를 위한 미국 의료보험체계 후루룩 마시기
"How do I say Ibuprofen in Korean? I went to a pharmacy but they looked confused.."
(한국어로 아이부프로f펜 어떻게 말해? 약국 갔더니 황당해 하는 것 같아 보이던데..)
몇 년 전 한국에 업무 차 방문했던 남편 친구가 문자로 물었던 적이 있다. 나는 순간 양쪽 다 이해가 가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래도 판데믹 이후 한국사람들도 약 성분 이름에 조금 더 익숙해 진 것 같지만, 보통은 그냥 약국가서 "감기약 주세요", "속이 아픈데 소화제 주세요" 하면 약사님이 골라서 주시는 것을 받아서 먹는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런 처방전 없는 약을 'Over the counter medication'라고 부르며, 필요에 따라 본인이 매대에서 골라서 사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 같이). 그래서 그런지 정확한 제품의 이름이나 성분의 이름을 주로 사용하는 것 같다. Ibuprefen은 흔히 이용하는 진통제/해열제로, 흔히 아는 Advil 제품이 바로 이 성분이다.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한 호러스토리는 많고도 많다. 실제로 말도 안되게 복잡하다. 당최 이해가 안되서 관련업계에서 일하는 주변인들에게 질문을 엄청나게 해댔고, 또 원감으로 일하면서 베네핏 가입 시즌 마다 자기들도 1도 모르는 미국인 직원들을 조금씩 도와주려고 노력하면서 이해하는 데 6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웃음). 사실 어떤 회사의 어떤 의료보험 상품을 무슨 자격으로 들었는지, 어떤 주이고 나이는 어떤지에 따라 매달 내는 금액, 방문했을 때 내는 금액, 약을 살 때 내는 금액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 문장으로 딱 이거다! 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마구 겁낼 필요는 또 없는 것 같다. 결국엔 미국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니. 이 글은 오페어, 또는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 미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겁이 나는 이들을 위한 아주 포괄적이고 간략한,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설명이다. 다만 내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주는 다를 수 있다.
1. 에이전시를 통해, 혹은 학교를 통한 의료보험
다 사람 사는 곳이라, 오페어든 학생이든 오면 일단 단기 보험을 들도록 되어있다. 이 보험은 반드시 들어라. 대부분 1년마다 갱신하는 구조이고 다달이 금액으로 따져보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이 단기보험은 사고로 인한 처치, 수술 및 입원, 독감 예방접종, 성병 예방 및 피임, 기타 예상치 못한 질병과 심하지 않은 일반의약품등을 커버한다. 그러나 심한 지병, 암과 같은 장기 및 집중케어, 위험부담이 높은 활동을 하다가 다친 경우, 치과진료, 눈 진료 등은 대부분 커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차에 치여서 다리가 부러졌다면 이는 대부분 커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스키를 타다가 다리가 부러졌으면, 이는 위험부담이 높은 일반적이지 않은 활동에 대한 부상이기 때문에 커버하지 않을 수 있다. 음식을 잘못 먹어 식중독인 경우에는 커버 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에서 위암이 있는 상태로 와 상태가 악화돼 암 수술을 하는 것은 커버가 안 될 수 있다.
2. 이 보험이 커버하는 의사를 찾아가라고? 뭔 얘기야
한국은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이 있고 모든 병원에서 이용가능하다. 기타 보험이라고 하면 암 보험이나 실비보험쯤 될까? 그래서 미국체계에 이해가 어렵다.
간단히 설명하면, 특정 보험에서 이용이 가능한 병원/의원이 정해져 있다. 그 리스트에서 벗어난 다른 병원을 가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돈을 다 내야한다. 한국이라고 생각하고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보험은 한화 의료보험.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을 가야 하는데 근처에 있는 삼성의원에 갔다. 하지만 삼성의원은 삼성, 카카오, 현대 보험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거기서 치료를 받았다면 그 끔찍한 비용을 다 내야한다. 이 때 해야할 일은 내 보험 한화 의료보험 홈페이지를 가거나 전화해서 해당하는 의사 리스트를 알아내고, 그 중에서 가야한다.
3. PPO는 뭐고 HMO는 뭐래요?
보통 플랜을 구매할 때, 선택지가 엄청 많다. 흔히 PPO와 HMO 타입이 있는데 깊게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PPO의 경우에는 내 보험을 안 받는 (out of network)병원에서도 보험료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렇게 들으면 오 당연히 그거 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PPO의 경우 다달이 요금, 보험 적용률, 내가 내는 돈(out of pocket) 이 훨씬 더 높은 편이다.
4. Copay는 뭐고 Deductable은 뭐죠?..
처음에 이 개념이 가장 정신없었다. 플랜 설명서에 거대한 표와 함께 Copay 가 20%니 40%니, Deductable 이 $3,500 어쩌고 저쩌고.. 자, Copay는 서비스를 받을 때 내가 부담하는 정해진 비용 (Coinsurance는 내가 부담하는 비용비율)을 말하고, Deductable은 보험회사의 혜택이 시작되기 까지 내가 내야하는 금액을 말한다. 따라서 Copay와 Deductable 은 낮을 수록 유리한 것이 맞다. 다만 코페이와 디덕터블이 낮아지면 매달 내야하는 다달이 금액이 세상 높아지는 것이 함정.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예를 들어 응급실 copay $200, Deductable $1500 이라고 써 있으면, 간단한 응급실 방문 시 200불을 낸다 (1500불까지는 내 돈으로 내야 하므로).
5. 막 병원비가 5억씩 나왔다고 망했다고 하던데요?
그건 보험이 없는 경우 혹은 보험에서 커버 안하는 서비스를 받지 않았나 싶다. 세부 개인사항은 다 다르니 잘 모르겠지만, 적법한 의료보험이 있다면, 그리고 의료 보험에서 커버하는 서비스를 이용중이라면 보통 'Out of pocket Maximum'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뭐냐면, 내가 내야하는 비용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와 같이 Out of pocket Maximum이 낮다면 다달이 비용이 훨씬 비싸질 수 있다.
6. 예를 들어보자
수술을 했는데, 엄청 중대한 수술이라 비용이 $100,000 였다고 치자.
내 보험의 수술 copay가 60%, Deductable이 $2500일 때, 내가 내는 비용은 다음과 같다.
Deductable $2,500 + 나머지금액 $의 60% Copay = $2,500+$58,500=$61,500
그런데 만약에, 내 Max out of pocket 이 $20,000였다면, $20,000만 내면 된다.
6. 보통 많이 이용하는 것은 수술보단 잡다한 의원진료나 응급실
극한의 상황을 설명하느라고 위의 큰 금액을 들이대긴 했다. 하지만 건강한 분이라면 대부분 마주치게 되는 것은 그냥 열이나서 의원 방문이라든가, 갑자기 손을 베여서 응급실에 갔다거나 하는 정도가 더 흔하다. 이 경우에는 보통 자기 네트워크 안 의사 방문시 Copay가 $10-$30, 응급실 방문이 $100-$2000불 정도로, 다시 말하지만 프리미엄 높은 걸 해서 다달이 비용이 높으면 케어 방문시 비용이 낮아진다.
7. 눈, 이, 익스트림 스포츠는 따로
이 보험은 대부분 눈과 이는 포함하지 않는다. 위험부담 높은 활동(스키, 스킨스쿠버, 스카이다이빙 등 레포츠) 나 직장도 커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커버가 필요하다면 개별로 따로 찾아서 드는 방법이 있다. 기본적인 용어나 체계는 일반 보험과 비슷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호팸과 스키를 타러 가야 했기 때문에 호팸이 추가로 스포츠 관련 부상도 커버하는 단기 보험을 들어줬다. 중간에 사랑니가 아파서 치과를 갈 때에는 보험이 없었기 때문에 엑스레이 한 번 찍을 때 $200 넘게 나왔던 것 같다. 나는 사랑 니 빼는 수술을 하면 엄청 비싸게 나올 까봐 고민하고 있었는데, 호팸이 아주 감사하게도 자기네가 내 줄테니 가서 사진 찍어보라고 했다. 일단 급하진 않아서 당시엔 그냥 진료만 받고 수술은 안했다.
8. 이 체계의 어려운 점이 있다면
사실 어려운 점은 이 보험 커버 자체가 아니라, 이 전부를 다 따로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에 있다. 나쁜 경우의 예를 들면, 내 보험회사에 속해있는 동네 병원에 갔는데, 거기서 엑스레이를 찍어야한다고 했다고 치자. 다만 자기네는 엑스레이 기계가 없으므로 이 목록에 있는 1,2,3,4 병원에 전화해서 우리가 보냈다고 해서 찍어와라 한다. 당신은 시키는 대로 1,2,3,4에 했는데 1번은 문을 닫았고, 2번은 당신의 보험을 받지 않는 곳이고, 3번은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으며, 4번은 예약이 가득 차 있어 3달 후에 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다시 동네의원에 전화해서 항의하면, 거기는 그럼 너 보험회사에 물어봐서 다시 리스트를 받으라고 할 수 있다. 보험회사에 전화하면 또 리스트를 주지만, 그 리스트에서 같은 경우를 반복할 수 있다. 혼자서 병원, 보험회사, 연계한 다른 병원까지 계속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 종종 약을 받아야 하면 약국까지 클레임 문제가 더해질 수 있다.
그리고 매년 갱신을 해야한다. 대충 10월쯤 가입이 시작되어 각 회사에 따라 11월~1월 쯤에 가입이 마감되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가입하기 어렵다. 출산, 결혼 등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더할 수 있다.
9. 그럼 미국에는 원스탑 서비스는 없나?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를 메인으로 하는 Kaiser Permenente는 보험과 의료, 약을 모두 한 곳에서 한다. 한국에서 가는 것과 똑같이, 아무 카이저 병원 지점에 가면 내 기록이 다 있고, 진료 받은 다음에 1층에 가서 약을 타오면 된다. 보험료 청구도 보통은 자기네들이 이미 알아서 다 적용해서 청구해 준다. 다른 기타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다른 곳으로 연결해 주기도 하지만, 이 또한 보험측에서 알아서 처리한다. 최근에는 여러 회사들이 위와 같은 어려움을 줄이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고, 각종 앱과 서비스도 많이 제공하는 추세이다.
10. 보험료가 어엄청 비싸다던데
프리미엄이 붙으면 비싸다. 그건 어떤 종류의 보험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 보장금액이 크고 편리할 수록 비쌀 수 밖에 없다. 유학생이나 단기체류를 목적으로 하는 것들은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다. 직장가입자라면 직장에서 그 직원의 보험료는 거의 다 내주고, 배우자나 자녀가 추가되면 그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거의 풀 금액을 내야한다. 실제로 내가 대학원 다닐 때에는 그 학생보험의 비용과 보장이 꽤 나쁘지 않아서 남편의 보험에 추가하지 않고 졸업할 때 까지 유지했었다. 직장에서 제공하는 치과, 눈 보험은 굉장히 싼 편으로 내 경험에 의하면 한 달에 5불을 넘지 않았었다. 눈 병원은 아직 가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니도 뽑고 충치 치료도 하고, 6개월마다 스케일링에 1년마다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치과는 한국에서 들었던 호러스토리 같지 않았다. 충치치료는 한국보다 비싼 편이지만 그냥 한국에서 내던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자체,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대부분은 적어도 최소한의 의료보험을 들도록 하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노력중이다. 실제로 미국 세금국 IRS에서는 의료보험이 없는 이에게 매 년 몇 십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covered california' 프로그램을 운영해 소득에 따라 아주 저렴한 의료보험을 제공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심지어 베이직 의료보험을 고용주가 무료로 제공하게 되어있다. 캘리포니아에는 Family Pact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일정 소득을 넘지 않으면 여성/남성질환, 임신, 피임, 성병 관련한 의료 서비스를 커버한다. 실제로 직업이 없는 학생이나 오페어는 이 소득 기준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이용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미국에 다년간 여러가지 신분과 여러가지 의료보험으로 살면서 느낀 점은,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이다. 웬만큼 한국에서 돌아다니는 미국 의료보험 호러스토리일 만한 것들도 다 미국에서 진료와 치료 받아왔는데, 아직은 다행히 호들갑 떨 만큼의 청구서를 받아 본 일은 없다. 겁먹지 않고 차근차근. 뭔가 덤태기를 당했다면 항의하면 된다. 대부분의 의료보험서비스는 한국말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고, 심지어는 그거 그 비용 아닌 것 같다고 네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의 의료보험이 특별하게 어메이징한 것이어서 우리는 그 고마움을 몰랐다가 미국의 혼돈의 카오스를 만났을 때 당황하게 되는 것일 뿐.. 그래도 혼돈의 카오스 중에도 잘 찾아보면 질서가 좀 있다. 마치 내 책상 처럼, 당신의 가방 속 파우치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