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esidio Library Nov 21. 2023

이 매력은 뭐지? 메인 주 포틀랜드

아름다운 등대와 잡담

포틀랜드는 그 근방에서 가장 큰 도시. 며칠동안 작은 마을만 돌아다니다가 간만에 큰 건물을 보니 정말 큰 도시처럼 느껴졌다. 여기도 나름 도시라고, 노숙자가 간간히 보였다. 저 사람들은 정말 도시마다 있네. 추워지면 어떻게 하나, 셸터가 있겠지?

커다란 크루즈쉽도 서는 덕분에 하버 근처에 관광객을 대상으로한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았다. 별로 살 건 없었다.


울퉁불퉁한 돌길에 나름 알록달록한 동네. 뭐랄까, 이런 건 동부에서만 볼 수 있는, 서부에는 없는 갬성이다. 나는 벽돌 건물과 집들이 왜이렇게 예쁜지 모르겠다. 대부분은 기프트샵이고 조금 힙한 레스토랑과 펍들도 즐비하다.


점심을 먹으려고 선택한 곳은 'The Highroller lobster Co.' 라는 랍스터 패스트푸드점. 비싼 랍스터를 패스트푸드로 먹는다고? 할 수 있지만 랍스터 롤을 생각하면 이해가 또 되는 곳이다. 내부가 빨간색으로 다이너 느낌을 아주 잘 살렸다. 보통 줄이 좀 있긴 한 것 같은데 내부가 꽤 커서 사람이 금방 빠진다.

랍스터롤은 랍스터를 돌돌 말아놓은게 아니라 버터에 구운 폭신한 빵 사이에 랍스터를 버무린 샐러드 같은 것을 넣은 랍스터 샌드위치?에 더 가깝다. 여기는 랍스터 롤, 버거, 게 살 롤 등 살찌는 놈들을 파는데, '라비 팝'이라는 처음보는 놈도 있었다. 아마 꼬치에 끼워서 팝 (막대사탕이나 아이스크림 바 같은 걸 팝이라고 함) 이라는 거 같았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고민을 하다가 'The surf & Turf Bugger' (육+해 버거)에 갈릭마요를 소스로 골랐다. 작은 걸 시켰는데 (버거 사진은 남편에게 있네..), 그래봐야 뭐 랍스터가 얼마나 들었겠어 했으나 먹다가 오동통한 집게살이 통째로 끌려나와 깜짝 놀랐다. 우리 동네는 아무래도 훨씬 더 비싸고 텍스도 붙으니까 이런 건 여기서 먹어야 한다. 랍스터가 든 것 치고 가겨대도 괜찮고 버거도 엄청 기름지고 맛있었어서 추천하고 싶은 곳.



밥을 먹고 울퉁불퉁한 돌길, 비탈진 골목길을 걸어다니다가 등대를 보러 가기로 했다. 포틀랜드 항구있는데에서 차를 타고 다리만 넘어가면 해안을 따라서 등대가 4개나 있다. 편의를 위해 1-4번이라고 불러보자. 그 중에 우리가 본 것은 (Bug Light)1번과 3번(portland headlight)인데, 2번은 1번과 비슷하게 생겼고 1번에서도 보여서 안 갔다.

1번 Bug Light. 똥똥하고 귀엽게 생겼다.

평탄한 푸른 잔디가 있는 공원인데, 건너편에 포틀랜드 시내 뷰가 보여서 아름답다. 개들도 많고 고즈넉히 앉아있기 좋아 보이는 작은 공원이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4번 (Two lights). 구글지도를 따라가면 Two lights state park와  West light/ east light가 다 따로 뜬다. 어디라는 거야 하고 파크를 목적지로 찍고 따라서 가다 보면 "등대로 이어지는 길 없음" 표지판이 여기저기 있다. 그래서 그럼 아 공원으로 가는게 아닌가봐 하고 다시 돌아서 이스트/웨스트 타워 쪽으로 운전해서 들어가면 또 "등대로 이어지는 길 없음" 이라고 써 있다. 약이 올라서 그래도 계속 따라 가 봤더니 웬 한적한 부자동네로 들어가는데, 알고보니 개인사유지였다-. 뭐 역사적 건물로 보호되어있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누군가의 집의 한쪽이 난데없이 등대다. 개인사유지 동네가 차 댈 데도 없고 내려서 돌아다니기도 그렇다.

아마 파크로 가면 건너편 멀리서 등대를 볼 수 있는 듯 하다.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본게임은 3번 Portland Headlight! Fort William's Park라는 커다란 공원이 주변에 조성되어 있고, 여기저기 배터리(오래된 전쟁시설. 대포나 기관총 등이 설치되었었던 곳)이 많이 있다.

공원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게 잘 되어있고 절벽을 따라서 걸으며 보는 등대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여름시즌이 지나서 (또!) 저 때에는 등대 시설이나 박물관 같은건 다 문을 닫았었다. 그래도 멀면 먼 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어찌나 아름다운지.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목소리를 예쁘게 뽑기 좋아 어렸을 때 자주 불렀던 노래, 등대지기. 노래로 만들어 놨으니 저렇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사이지, 실제로 저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막막하기 짝이 없다.


미국의 등대에는 관리를 위해 등대지기가 함께 살았다. 집이 붙어있는 건 그래서인데, 대부분은 남자였고 등대지기가 저기가서 먹고 살아야하니 그의 부인과 가족까지 저기가서 살았던 것이다. 때가 되면 보급품이 들어오는 것 외에는 거의 외부와의 접촉이 없었던 사람들. 폭풍우라도 치는 날이면 스스로의 안전이 걱정되어 두려움에 떠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 등대도 지켜내야 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등대지기가 죽고 대체할 사람을 보내주기까지 몇 년이 걸렸던 경우도 있었고, 죽은 남편을 대신해서 등대에 갇혀 대신 일을 했던 부인도 있었다고 한다. 외딴곳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며 바닷바람에 헤져만 가는 건물과 등대를 관리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수은의 위험성을 모르기 전에는 저 등대 불이 돌아가는 것이 수은에 둥둥 떠 있는 형태였고 등대지기는 주기적으로 그 전등을 닦아서 관리해야 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수은 중독으로 고통받았다고도 한다.


메인주의 해안에는 크고 작은 등대가 꽤 많다. 자잘한 섬과 산호초가 많았던 영향일까 춥고 어두운 겨울 때문일까. 그 중 여러 곳은 펀딩을 이러저러하게 다시 받아서 현재는 말끔하게 단장한 채 관광객을 맞이한다. 지금은 새하얗게 칠해서 사진찍기 좋은 낭만적인 스팟이 되어버린.





시간이 되시면 저 공원에서 한가롭게 산책도 하고 돗자리 깔아놓고 쉬면서 소풍을 즐기면 좋겠다. 단점이라 하면 화장실이 없다! 있긴 있는데 임시화장실...


화장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동네, 화장실에 굉장히 인색(?)하다. 저정도 크기의 대단지 공원이면 번듯한 화장실을 지을 법도 한데, 없다! 저기만 그런 게 아니라 메인 주 해변가 마을 내에 대부분에 공중화장실을 찾기가 아주 힘들었다. 찾았다 싶어도 오프시즌이면 여름 지났다고 닫고 문을 잠가버렸고, 있더라도 임시플라스틱 화장실/트레일러 화장실 인 경우가 허다했다. 아니 말이야, 사람이 먹으면 나오는 게 인지상정인데! 돈 내고 먹을 곳은 많으면서! 화장실 갖고 인색하게 이러는 건 너무 한 것 아니냐..


돌아오는 길에 나름 귀여워 보이는 'Old Orchard Beach'에 들러가기로 했다. 커다란 해수욕장과 해변 보드워크에 있는 놀이공원을 위주로 형성된 마을인데 놀이공원은 오프시즌이라 문을 닫았어도 마을 자체는 귀엽지 않을까 해서였다. 산타크루즈도 시즌 지나면 평일은 닫지만 주말에는 열고 뭐 이런 식이니 그런 걸 상상했는데,


엇.. 이 마을은 정말로 그 공원이 문을 열 때만 다 같이 여는 모양이다. 마을이 텅텅 비어 문닫은 상가와 길가에 낙엽만 날리는데, 을씨년스러움을 넘어서 으스스했다. 미국 공포비디오 게임 같은 거 보면.. 그래, '사일런트 힐'이라고 혹시 아시나 모르겠는데.. 약간 그것의 해변가 버젼 느낌이 났다(구글에 쳐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수 있다). 호텔과 모텔이 아주 많은 것을 보면 여름에는 꽤 흥하는 곳인 것 같은데. "어우 여기 뭐야" 하고 그냥 돌아서 나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사람들 겨울에는 뭐 먹고 사는 걸까..





다음 글에 계속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