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096호가 발행됐습니다.
1.
미디어오늘이 이번 호에서 가장 주목한 이슈는 ‘삼성과 언론’입니다. 언론이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안에 우호적 여론을 만들어주는 등 삼성그룹과 조력관계를 맺어 온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일부 언론사 간부는 합병 성사 후 삼성그룹 임원에게 직접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열린 ‘이재용 등 5인의 삼성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일부 내용은 미디어오늘이 기사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중요한 내용’을 대다수 한국 언론이 쓰질 않습니다. 삼성그룹이 청와대, 국민연금관리공단, 일성신약 부회장 등 ‘삼성물산 합병안’ 이해관계자를 만나러 다닐 때, 언론은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며 이 작업을 뒷받침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언론은 침묵합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합병안 의결 시점에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한국 기업 경영권 침해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국민연금 백기사론’ 확대에 총력을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조력은 일부분 삼성그룹과의 교감을 통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재판’ 관련 기사에서 이 부분을 주목한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왜일까요? 삼성은 여전히 한국 언론에게 성역이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오늘이 발행된 오늘도 ‘이재용 재판’이 열렸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삼성그룹 측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작업을 도맡아 왔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만 한국 언론이 얼마나 ‘이런 사실’을 제대로 보도할지 걱정입니다. 손가영 기자가 공판 기록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2.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16일 유튜브를 통해 JTBC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18일 미디어오늘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죠. 정철운 기자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소속 고위관계자를 취재해 “2016년 2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대했고 이날 대화의 절반은 손석희를 갈아치우라는 압력이었다”는 내용을 확인합니다.
이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홍석현 회장에게 통하지 않을 얘기라며 난색을 표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에게 (삼성) 광고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이후 JTBC에선 삼성 광고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이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특정 언론사의 보도담당자 교체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이때부터 예견된 게 아닐까요?
3.
3면에는 논쟁적인 기사들을 담았습니다.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며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이른바 ‘진보언론’에 대한 비판(물론 미디어오늘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이 거세지고 있는데요, 이 같은 현상에 대한 반응과 평가를 담았습니다. <‘조중동’에 이어 ‘한경오’ 프레임이 등장했다> <문재인 ‘검증’하니 후원 빠지고… 고민에 빠진 진보언론>의 후속보도로 보시면 됩니다.
관련해서 정철운 기자가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신간 ‘왕따의 정치학’에 대한 서평 기사를 실었습니다. 조기숙 교수는 진보언론을 가리켜 △우리 편에게 더 가혹한 이중 잣대를 들이 대고 △돈과 시간부족으로 보수언론 프레임을 따라가며 △운동권 주류 엘리트주의로 비주류를 무시하거나 자격지심이 있으며 △광고주 눈치를 보느라 친노·친문에 가혹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진보언론이 분열을 키워 민주당 집권에 방해가 되었다”며 “킹메이커를 하려면 조선일보처럼 제대로 하라”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미디어오늘이 ‘한경오 프레임’과 ‘진보언론 비판’을 계속 지면에 담아가는 이유는 이런 상황에 대한 공적인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미디어오늘은 이 문제를 계속 주시해 나갈 생각입니다.
4.
금준경 기자는 대선후보들의 통신정책을 분석했습니다. 핸드폰 요금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망중립성 문제’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해 대선주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대선주자들의 해법은 서로 달랐습니다. 금준경 기자가 이 부분을 꼼꼼하게 짚었습니다.
차현아 기자는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을 비교했습니다.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등 유력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에 대해 교육현장의 반응도 짚었습니다. 사실 교육 현장에 오래 몸 담은 교사의 눈으로 보면 유력한 다섯 후보의 교육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현장의 시각에서는 각 후보 별 공약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학교에서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공약이,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이 공약이 그대로 실천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지요. 차현아 기자가 서울 미양고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기정 교사를 만나 여러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독자 여러분들의 어떤 반응일지 궁금합니다.
지난호부터 연재하고 있는 ‘프레임 전쟁’의 두 번째 테마는 ‘찬탁과 반탁’입니다. 찬탁-반탁 프레임은 결국 언론이 시발이었습니다. 동아일보의 신탁통치 왜곡보도로 인해 우리 사회는 찬탁과 반탁으로 나뉘었고 결국 남북분단의 씨앗이 됐습니다. 장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도연 기자가 이번주에 만난 ‘전직 MBC 언론인’은 성경환 전 tbs 사장입니다. 1982년 MBC에 아나운서로 입사한 성 전 사장은 1987년 방송민주화추진위원회, MBC 노동조합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MBC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는 그의 몫이었습니다. 2012년 파업 이후 MBC 아나운서들이 회사를 떠나는 상황을 바라보는 그의 심정이 어떨까요. 다음과 같은 말에 모든 것이 다 녹아 있다고 봅니다.
“MBC에서는 더는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떠났다고 생각한다. 일은 하고 싶은데 주어지지 않으니까. MBC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사람대로 힘들다. 떠나는 이들을 붙잡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한다. 2012년 이후 방송이 정상화됐다면 10~20년 동안 스타 아나운서였을 친구들이다.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인재들인데 그 기회를 상실한 것 같아 안타깝다. 선배로서 호시절만 보낸 것 같아 미안하고.”
5.
세월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있는 문형구 기자는 이번에도 단독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2014년 4월16일 9시27분부터 약 한시간의 골든타임, 당시 헬기들이 선내진입 없이 소극적 구조활동만 했던 것이 헬기들을 현장 지휘했던 초계기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걸 밝혀냈습니다.
문형구기자는 이들 해경초계기와 헬기간 교신록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는데요, 이 교신록에 의해 당시 헬기들의 활동을 지휘했던 게 B703호기였고, 헬기들이 선내 진입을 하지 않고 오직 자력탈출한 승객을 4명~5명 단위로 실어나르는 일을 했던 것은 이 B703호기의 지휘에 따른 것임이 새로이 드러났습니다. 뭍으로 세월호는 올라왔지만 아직 규명해야 할 진실이 정말 많습니다.
이하늬 기자는 세월호를 기록하는 박봉남 PD를 만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초기,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가족들은 오직 이들만 ‘허락’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러 차례 인터뷰를 고사했던 박봉남 PD가 이번에 미디어오늘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이외에도 이번호 역시 읽을거리와 생각해볼 사안들이 많습니다. 미디어오늘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