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133호 사설]
“업무를 방해할 뿐 아니라 구성원 간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위법 행위에 대해 형사상 관련법에 의거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민법 및 사규에 의거해 그 손해를 배상하게 할 예정이다.”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신의 출근을 저지한 구성원들에게 징계를 예고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인에게 일상적으로 횡행했던 게 징계 남발이었다. 징계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는 언론인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 단어가 촛불혁명과 함께 정권교체 이후 선임된 YTN 신임사장 입에서 나왔다. YTN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표면적인 갈등은 약속파기를 둘러싼 노사간 대립이다. 최 사장이 언론노조·언론노조 YTN지부(노조)와 약속한 ‘노종면 보도국장’ 카드를 파기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반면 최 사장은 ‘노종면 보도국장’을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현재 YTN이 언론적폐 청산과 YTN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 기대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이 사장 출근을 저지하고 신임 사장 입에서 ‘법적조치·징계’라는 단어가 나오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이대로라면 YTN이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만약 YTN이 또 다시 파업과 같은 극한투쟁과 갈등 상황으로 가게 된다면 이런 상황을 만든 최종 책임은 사장과 경영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최남수 사장과 경영진이 지난날 과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마련을 통해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구성원들과 진지한 소통을 통해 지난 9년간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YTN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할 시기다. 노조와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자세로 또 다시 YTN을 갈등과 분열의 장으로 떨어지게 하는 건 경영진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최 사장은 사장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과거 이력 등과 관련해 구성원들의 불신을 받았다. 문제는 이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까지 최 사장이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다수 구성원들이 신임 사장을 불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건, 자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다. 최 사장 본인은 나름 노력했다고 말할지 몰라도 내부 구성원들 평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다른 건 차치해 두더라도 ‘최남수 체제의 YTN’이 분명히 직시해야 하는 게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상화 길을 걷고 있는 다른 방송사들과 현재의 YTN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MBC만 해도 최승호 사장이 들어서면서 빠르게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지난날 ‘보도참사’에 대한 사과는 물론 적폐청산 대상자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한 조치 등을 단행하면서 시민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KBS의 경우 최근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는 등 ‘적폐 경영진’ 교체작업에 시동이 걸렸다. KBS 정상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영방송인 SBS도 사장 임명동의제를 비롯해 ‘사내 민주성’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하며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두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적폐청산’과 개혁조치들을 경영진과 이사들이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YTN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지난날 잘못된 보도와 행태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책임져야 할 간부들과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오히려 특정 해직기자 이름을 거론하며 ‘절대 보도국장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런 상황에 반발하는 구성원들을 향해 새롭게 선임된 사장은 ‘징계와 법적 처벌’까지 예고했다.
이것이 새로운 경영진이 보여주고 싶은 YTN 미래 청사진인가. 최남수 사장이 과거로 회귀하자는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내부 구성원들 요구를 수용해 YTN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YTN은 변화를 기대하는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