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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동기 Jan 16. 2020

언론은 ‘장애인 비하’
논란에서 자유로운가

이해찬 대표 발언도 문제지만 한국당 논평도 장애인 비하

 

이 글은 고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고발뉴스 기사보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영상을 내리고 이해찬 대표가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오늘(16일) 한겨레가 4면에서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서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의지가 강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인재영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를 질문받은 이 대표가 민주당의 ‘1호 영입 인재’이자 24살 때 빗길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된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만난 일을 꼽으며 한 말이다. 이날 유튜브 방송은 녹화본이었음에도 이 대표의 문제 발언이 편집되지 않고 고스란히 방송됐다.” (한겨레 4면 <이해찬 또 비하발언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 약해”>) 


이해찬 대표와 민주당의 문제점 ‘세 가지’ 


제가 볼 때 세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장애인 의지와 관련해 ‘이상한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것 △둘째, 장애인의 삶을 비정상으로 규정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민주당 유튜브 방송이 녹화본이었음에도 ‘해당 부분’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갔다는 겁니다. 


‘세 가지 문제점’은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지 그리고 감수성이 떨어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16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에선 이해찬 대표가 언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사실 ‘장애인 비하’에서 자유롭지 않은 곳이 더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를 비판한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 논평이 대표적입니다. 

아시아경제 홈페이지 화면캡처

박용찬 대변인은 어제(15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해찬 대표를 겨냥해 “뼛속까지 장애인 비하가 몸에 밴 것이다. 아무리 인재영입을 한들 무슨 소용이냐. 대한민국 장애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석고대죄하고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책임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집권 여당 대표가 비판받아 마땅한 발언을 했으니 야당이 이렇게 ‘수위 높은’ 성명을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박용찬 대변인의 다음과 같은 논평 내용입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다.” 


‘장애인 비하’ 비판을 ‘장애인 비하’로 하는 한국당 대변인 


저는 장애인에 대한 비하 수위나 내용만 놓고 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 논평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봅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라니요? 장애인에 대해 이 표현보다 더 모멸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이 어디 있을까 – 이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장애인 비하 발언’을 비판하면서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는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인권’에 대해 무감각하며 ‘장애인 비하 발언이나 표현’을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정치인들이 ‘장애인 비하 발언’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지요. 


사실 언론들이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언론도 ‘장애인 비하’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언론의 지면과 화면에는 ‘장애인 비하 표현’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 가운데 제목을 중심으로 최근 기사 ‘몇 개’를 살펴볼까 합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을 정신병자·범죄자 취급한다”…분노한 이국종> (머니투데이 1월16일)  

<정병국 “외눈박이 대통령, 자화자찬·정신승리…‘보수통합’ 힘 있어야”> (헤럴드경제 1월16일) 

<심재철 “文 대통령 신년사, 비현실적 망상·외눈박이”> (아시아경제 1월7일) 

<수사 개입 靑-치받는 檢… ‘외눈박이 진실’ 외치며 사사건건 충돌> (한국일보 2019년 12월18일) 

<與 최운열, 국책연구원장들에 “꿀 먹은 벙어리냐” 쓴소리> (연합뉴스 2019년 10월18일)

<황교안 “문 대통령, 北 미사일에 벙어리…굴종적 대북정책”> (SBS 2019년 8월7일) 

뉴시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언론은 ‘장애인 비하’ 논란에서 자유로운가 


위에서 언급한 기사들 제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참고로 뉴시스가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회의원의 장애인 비하 표현 사용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더불어서, 혐오 정치를 막을 조치를 마련하라고도 했다 … (중략) 인권위는 “‘꿀 먹은 벙어리’, ‘정신병자’, ‘X신’ 등의 표현은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고 편견과 혐오를 키운다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한 헌법 10조와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32조 제3항의 규정에 비춰볼 때 절대 용인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치인은 인권 존중의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데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비유 대상으로 장애인을 언급하며 비하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예방할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2019년 12월30일 <“벙어리·병신 표현 그만 써라”…인권위, 정치권에 일침>) 


장애인단체를 비롯해 국가인권위에서도 ‘꿀 먹은 벙어리’, ‘정신병자’, ‘X신’ ‘외눈박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언론은 여전히 ‘장애인 비하 표현’을 기사에서는 물론이고 제목에서도 버젓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장애인 발언’을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진 오늘(16일)도 ‘정신병자’ ‘외눈박이’ 제목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이제 12년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국회와 언론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허긴, 요즘 ‘결정장애’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표현도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 역시 무심결에 ‘장애인 차별 발언’을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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