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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동기 Dec 05. 2016

언론은 청와대 취재 거부
선언을 해야 한다

‘꼼수’ 가득한 청와대 일방적인 입장 발표, 기자단 차원에서 거부해야


이 글은 'PD저널'에 기고한 글입니다. (PD저널 글 보기


‘언론은 청와대 취재거부를 선언해야 한다.’ 


필자의 생각이다. ‘과격한’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정치공작’과 ‘꼼수’가 가득한 청와대 입장을 보도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세 차례의 대국민 일방 담화에서 대통령의 거짓말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건 이미 확인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일방 담화’ 발표가 담고 있는 ‘정치 공작’에 가까운 분열적 행태다. 그걸 대서특필하고, 의도를 짚고, 새누리당 비박계의 향후 행보와 야당 입장을 보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청와대 ‘꼼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 


적어도 오는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때까지 언론은 청와대에 대한 취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취재거부’ 선언하고 청와대를 나와야 한다 


청와대 출입기자들 역시 기자단 차원에서 ‘취재거부’를 선언해야 한다. 당장 짐 싸서 ‘고립무원’의 청와대를 나와야 한다. 탄핵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되는 이번 한 주, 청와대의 또 다른 ‘정치적 꼼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꼼수’를 또 지면과 화면을 통해 전하고, 그 ‘의도’를 며칠 동안 분석할 건가. 지금 시점에서 그런 식의 보도가 ‘청와대 꼼수 프레임’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물론 ‘현실적인’ 취재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거부하고, 자신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대국민담화는 이제 필요 없다. 만약 ‘4차 대국민담화’ 역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은 채로 진행된다면 기자들이 굳이 청와대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한겨레 2016년 12월5일자 1면

지난 ‘3차 대국민담화’ 때 일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2층 기자회견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하지 않은 언론사들이 기사 쓰는 데 어려움이 있었나? 없었다. 국민들로부터 즉각 퇴진과 탄핵 요구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에서 기자들은 무엇을 취재할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 


대통령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200만 명이 넘은 상황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해야 할 일은 ‘그곳’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다. 불통의 상징이 된 청와대에서 기자단 철수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더 늦기 전에 ‘그곳’을 나와야 한다. 


편집·보도국장들도 청와대의 간담회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편집·보도국장들도 박 대통령의 간담회 요청을 거부해야 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이번 주중 기자회견이나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 등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보기에 이건 ‘꼼수’다.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거부한 대통령이 언론사 보도·편집국장들과 간담회를 가진다? 이건 국민들의 즉각 퇴진요구를 연기·무마하기 위한 ‘언론플레이용 성격’이 짙다.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던 대통령이 언론사 간부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다른 입장을 보일까. 그럴 의사가 있다면 굳이 언론사 간부들과의 간담회라는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가능성 제로라는 얘기다. 


탄핵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되는 한 주가 시작됐다. 언론은 이번 한 주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답은 기자마다 그리고 언론사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꼼수’ 가득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식의 보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조치가 바로 ‘청와대에 대한 전면 취재거부 선언’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언론은 바로 지금, 청와대 취재 거부를 선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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