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사가 사업을 확장해 다른 새로운 산업에 뛰어드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브랜드가
1) 충실한 팔로워들을 보유한 브랜드라면
2)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사람들을 더욱 설레게, 기대하게 만든다.
일본의 생활 잡화 제조 브랜드 [MUJI]와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IKEA]에 관한 이야기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2가지다.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 제품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브랜드.
호텔산업까지 확장한 브랜드.
MUJI는 올해 초 중국 선전에 1호 MUJI HOTEL을 오픈했다. IKEA는 2016년 스웨덴에 IKEA HOTEL을 열었고, 이제는 다른 국가에 새로운 IKEA 호텔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컷 가구를 만들었으니 이걸 채울 공간이 필요하네. 그러니 호텔이나 만들어볼까?”
뭐, 이런 마음일까? 다른 스타일의 두 인테리어 회사가 만든 호텔의 모습은 어떠할까?
MUJI는 일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의 PB 브랜드로 출발했다. 그러다 1989년에 독립해 주식회사 ‘양품 계획’을 설립해 독립 브랜드가 되었다. 이후 생활용품을 비롯해 식료품과 가구, 조립식 주택 등 7천여 품목을 판매 및 전 세계 7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다. 없는 게 없다는 MUJI는 그렇게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었다.
필자가 MUJI를 좋아하는 이유는 굳이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MUJI는 심플하고 편안한 것 자체가 개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인테리어 품목에는 따뜻한 원목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많은데, 볼 때마다 MUJI의 제품들로 나만의 방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웬걸, 실제로 MUJI의 상품들로 꾸민 방들이 세상에 나왔다. MUJI가 호텔산업으로 진출한 것이다.
무지 코리아 대표는 호텔 산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위와 같이 답을 했다.
소비자를 위한 합리적인 가격과 공간의 호텔이 부재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MUJI는 직접 호텔을 만들었다.
올해 1월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SHENZHEN)시에 첫 호텔을 열었다.
선전 호텔 담당자에 따르면 개업 첫날부터 4일 동안 79개의 객실 예약이 모두 끝났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MUJI호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룸 타입은 5개며, 총 79개의 객실로 구성되었으며 슬리퍼, 침구, 옷걸이 등 생활용품과 가구는 모두 MUJI의 제품이다.
1박 숙박비는 룸 타입에 따라 950위안(한화 약 16만 원)에서 2500위안(약 42만 원) 사이로, 주변의 중국 호텔 가격에 비하면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성수기, 비성수기에 무관하게 동일한 가격정책을 하고 있으며, 전용 사이트에서 예약을 받아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는 소소한 장점이 있다.
이는 ‘중간 정도로만 나쁘지 않게 만들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호텔 건축에는 자연주의 회사답게 리사이클링 목재와 친환경 벽지를 사용했다. 그리고 전체적인 베이스는 따뜻한 원목이다. 굉장히 심플해 보이지만 전혀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간결한 디자인이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최소한으로 갖추되, 멋을 잃지 않는 MUJI. 이게 바로 MUJI호텔의 지향점이다.
간결함은 서비스에도 반영되어 있다. 무지 제품인 칫솔, 샴푸 등의 무료 어메니티는 객실에 포함되어 있지만, 룸 서비스가 없다. 룸 서비스 대신 게스트들은 MUJI Diner에서 건강식의 아시안 음식과 서양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또한 wall-mounted CD player라고 MUJI의 핵심 상품이자 수상하기도 한 제품이 객실에 배치되어있다. (위의 사진)
부대시설로는 크게 4개 있다. MUJI Dinder / Library / Gym / MUJI Store
독특하게도 호텔에 Library(도서관)이 있다. 대략 650권 정도가 배치되어있으며, 이곳은 24시간 무료로 운영된다. 이외에 작은 규모의 체육관이 있으며, 컨퍼런스를 위한 3개의 미팅룸이 존재한다.
또한 2층과 3층에서는 MUJI 스토어가 위치해있다. 이곳에서 옷, 화장품부터 가구 등 MUJI의 각종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지금 언급한 4곳의 부대시설 역시, 위의 도서관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자연주의 느낌이 물씬 나는 따스한 우드톤으로 전체를 디자인했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 6월 30일 MUJI는 베이징의 역사 지구 쪽에 2번째 호텔을 열었다. 이 호텔의 디자인은 전통적인 중국 건축물의 분위기가 느끼도록 디자인했다. 그리고 내년 봄, 일본 내에서는 처음으로 긴자 지구에 MUJI호텔을 오픈한다고 한다.
럭셔리 호텔들에 맞서 만들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MUJI.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이 호텔, MUJI기대하게 만드는 호텔이다.
IKEA는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다. 꾸밈없는 디자인, 소비자가 직접 운반하고 제작 및 조립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에 IKEA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매불망 기다리던 님이 온 듯한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그 열기는 여전히 이어져 지금도 주말에 가면 주차할 곳이 없다는 불만들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다양한 가구 브랜드가 있고, IKEA는 오히려 직접 만들어야 하고, 운반하느라 불편한데 우리는 왜 이케아 매장으로 향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열광하는 IKEA의 제품을 꾹꾹 눌러 담아 구성한 IKEA 호텔이 있다면?
IKEA 호텔은 2016년, 이케아의 고향인 스웨덴의 Älmhult에 IKEA HOTELL(LL을 두 번 쓴 이유는 스웨덴어로 hotel이 hotell임)라는 이름으로 오픈했다.
이곳의 평균적인 가격은 10만 원 대며, 전체 254개의 객실에 총 3층으로 구성된 3성급 호텔이다. 호텔 외관에 배치된 검은색&흰색 테이블과 의자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고급스러움보다는 이케아의 ‘실용성’이 나타난다.
그리고 우드톤으로 도배한 MUJI와는 전혀 다른 세련된, 실용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무지와는 다르게 호텔 안에 IKEA SHOP이 있진 않다. 대신 걸어서 3분 되는 거리에 오늘날의 이케아를 만든 수많은 아이디어와 실패 사례, 이케아의 역사가 담긴 IKEA Museum이 위치해있다. 즉, 이케아의 고향에 이케아 박물관을 만들고, 이케아 호텔도 만들고, 호텔 안은 이케아로 꾸미고.
‘All about IKEA’다.
이케아의 가구들을 객실, 부대시설 곳곳에 꾹꾹 담아 두었다. 의자도 일반 호텔 객실에서 볼 수 있는 마냥 푹신해 보이는 의자가 아니라 데스크에 맞는 검은색 실용적인 의자를 선택했고, 흰색의 깔끔한 스탠딩을 두었다.
호텔 외관과 객실 내부는 흰색과 검은색의 디자인으로 간결함을 나타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내 집 같은 편안함을 주는 객실이다.
이케아는 자국 스웨덴이 아닌 미국 코네티컷에 위치한 New haven이라는 소도시에 새로운 호텔 오픈을 고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IKEA의 2번째 호텔이자 IKEA가 해외에 만든 첫 번째 호텔이 될 예정이다.
이 건물은 1970년대 브루탈리즘 형식의 빌딩이며 이를 IKEA가 인수했다. (여기서 잠깐 지식! 브루탈리즘 형식의 빌딩이란, 거대한 콘크리트나 철제 블록 등을 사용해 지은 거친 조형의 빌딩) New haven은 뉴욕과 필라델피아와 같은 핵심 대도시와 단지 몇 시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는 장소로도 각광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건물이 주는 개성 있는 느낌이 묘하게 IKEA와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글을 쓰면 쓸수록 너무나도 가보고 싶어지는 너무나도 가보고 싶은 두 브랜드의 호텔들. 다음번에는 호텔 리뷰로 찾아뵐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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