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의 명품 호텔 이야기
세상은 넓고 호텔은 많다. 하지만 수많은 호텔들을 다닐수록 왠지 다 거기가 거기 같고, 뭔가 더 특별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호텔에 묵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그렇게 나에게 호춘기(호텔 사춘기) 바람이 불어닥치려던 찰나,
ㅡ불가리호텔 런던(Bvlgari Hotel London)에 가게 되었다.
그 뒤로 사랑에 빠졌다고나 할까? 명품 브랜드에서 만든 호텔은 처음이었는데, 그 느낌이 묘했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명품 매장에 들어선 것만 같은 짜릿한 느낌! 유명 호텔 체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기분 좋은 낯섦이 좋았다.
그 이후로 또 어떤 명품 브랜드가 호텔을 만들었을까 폭풍 검색을 했다. 그렇게 찾아낸 <불가리, 아르마니, 펜디, 베르사체>의 호텔들, 지금부터 만나보자!
첫 번째 주인공은 132년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 날 명품 호텔과 사랑에 빠지게 한 장본인이다. 1970년대까지 보석과 은 세공 기술로 이름을 떨치다 점차 패션 사업에서도 성공을 거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러다 2001년, 호텔 브랜드 ‘불가리 호텔 & 리조트(Bulgari Hotel & Resort)’를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호텔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2004년 밀라노를 시작으로 2006년 발리, 2012년 런던, 2017년 베이징, 두바이 그리고 2018년 갓 오픈한 상하이까지 현재 총 6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오픈했고 2020년에는 모스크바와 파리, 2022년에는 도쿄에도 오픈이 예정돼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곳이 발리에 있는 ‘더 불가리 리조트’. 국내에서는 장동건, 고소영 부부의 신혼여행지로도 꽤 알려져 있는 곳이다. 마돈나와 같은 세계적인 셀럽들도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하니 운이 좋으면 영화에서나 보던 스타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긴 ‘불가리 호텔 런던’의 외관. 발리 리조트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블랙과 골드 컬러의 심플한 디자인. 런던의 차분하고 모던한 이미지를 잘 녹여낸 외관이 멋스러웠다.
만약 당신이 불가리 호텔에 간다면 주목해야 할 것 첫 번째, 객실 인테리어다. 불가리 호텔의 메인 컬러는 ‘실버’, 은 세공 기술로 시작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인테리어로 잘 녹여냈다.
주목해야 할 것 두 번째, 수영장이다. 동굴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수영장. 프고가 리뷰한 불가리 호텔 두 곳(런던, 상하이)의 수영장이 다 동일한 인테리어였다. 리조트의 수영장은 좀 다를 수 있지만, 말하고 싶은 건 불가리 호텔에 가면 수영장에 실망할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가리 호텔 어메니티는 Made in Bvlgari. 품질도 좋고, 불가리만의 시그니처 향이 나서 마치 불가리 향수를 뿌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너무 좋아서 집에 가져와 바르는 중)
두 번째 주인공은 섹시함의 대명사 ‘아르마니’다. 아르마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1975년 설립한 브랜드로 일찍이 호텔 사업에 뛰어든 명품 브랜드 중 하나다.
2007년, 두바이의 랜드마크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에 첫 번째 호텔 ‘아르마니 호텔 두바이(Armani Hotel Dubai)’를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12년에는 밀라노에 두 번째 호텔을 오픈하면서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호텔로 자리매김 해나가고 있다.
*부르즈 칼리파: 두바이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총 길이 829.84m.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마니 호텔’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인테리어다. 패션계의 대부이자 아르마니의 수석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인테리어부터 객실 소품 디자인 작업까지 직접 참여해 오픈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호텔 내 가구와 소품은 대부분 ‘아르마니 까사(아르마니의 가구 브랜드)’ 제품.
전체적으로 블랙 앤 화이트와 베이지 톤 컬러를 사용해 섹시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잘 살렸다. 평소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선호하는 아르마니 특유의 감성이 잘 담겨져 있다.
`아르마니와 머물러라(Stay with Armani)`
아르마니 호텔은 이 한 문장에 호텔의 철학을 담아냈다. 한 오프닝 파티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아르마니 호텔을 짓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아르마니만의 미학과 이탈리아식의 따듯한 서비스가 결합돼 투숙객에게 내 집 같은 안락함을 전달할 수 있는 호텔이 되었으면 한다.”라는 말과 함께 호텔의 첫 시작을 축하하기도 했다.
192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설립된 명품 브랜드 ‘펜디’. 고급 모피와 가죽 제품을 주로 선보이며 특유의 우아하고 럭셔리한 스타일로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다.
그동안 호텔 사업에는 그닥 관심이 없어 보이던 펜디가 최근 돌연 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6년 3월, 로마 본사 건물로 사용 중이던 ‘팔라초 펜디(Palazzo Fendi)’를 개조해 3층을 5성급 ‘프라이빗 스위트 호텔(Fendi Private Suites)’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앞서 두 브랜드의 호텔보다는 스케일이 작지만, 개성만큼은 독보적이다.
펜디 호텔의 가장 큰 매력은 호텔 층(3층) 외에 층들이 서로 다른 쓰임새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1층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펜디 부티크 매장이 있고, 2층엔 VIP 손님들을 응대하는 ‘팔라초 프리베’가 있다. 호텔 위층에서는 일식 레스토랑과 루프탑 바도 이용할 수 있다.
‘펜디 프라이빗 스위트’는 단 7개의 스위트 룸으로만 구성돼 있다.
객실은 모두 다르게 꾸며져 있으며, 객실 곳곳에 놓인 가구는 ‘펜디 까사(펜디의 가구 브랜드)’ 제품과 디자이너에게 특별 주문 제작한 것들로 펜디만의 럭셔리하고 우아한 감성이 잘 묻어난다.
또한, 1층 부티크 매장에서는 명품 콜렉션 외에도 선진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를 통한 다양한 설치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우리의 미학적 감각이 살아난 곳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될 것이고, 그들도 그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펜디의 CEO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는 ‘팔라초 펜디’가 단순히 호텔, 부티크 매장이 있는 공간이 아닌 ‘펜디’라는 브랜드의 뿌리와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펜디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극한의 화려함과 과감한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 베르사체의 수석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호텔 브랜드 ‘팔라조 베르사체(Palazzo Versace)’를 설립, 패션을 넘어 호텔에도 베르사체만의 디자인 철학을 녹여내기에 이르렀다.
2000년, 호주 골드코스트에 첫 호텔 ‘팔라조 베르사체 호텔 골드코스트’를 오픈, 2015년에는 두바이에 '팔라조 베르사체 호텔 두바이'를 오픈했다.
두 호텔 모두 중세 유럽 궁전을 연상시키는 듯한 외관이 인상적인데, 이는 이탈리아 브랜드답게 이탈리아의 전통 건축 양식에 따라 지어진 것이다.
베르사체 호텔의 정체성은 호텔 내부로 들어가면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대리석 타일, 소파와 침구에 박힌 베르사체만의 자수 패턴과 비비드한 색감이 화려하고 관능적인 베르사체의 디자인 철학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바닥에 깔린 카펫부터 레스토랑의 접시, 가구, 샴푸, 컵 비누까지 사소한 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Made in Versace. 베르사체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팔라조 베르사체 호텔’에 방문한다면 입구부터 창문, 수영장 바닥, 각종 식기와 소품까지 어느 하나 무심히 지나치지 말자. 예상치 못한 곳들에서 베르사체의 상징인 ‘메두사의 머리’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불가리, 아르마니, 펜디, 베르사체… 이외에도 페라가모, 모스키노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이 하나 둘 호텔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그동안은 패션과 코스매틱 분야 등에서 브랜드를 알렸다면, 이제는 호텔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보다 깊이 있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호텔에 묵는 것이 아닌, 명품 브랜드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들의 가치관과 색깔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명품 브랜드 호텔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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