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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Jan 31. 2019

기상천외 경매 세계: 항공권도 경매할 수 있다!

비딩(Bidding)의 모든 것

내 첫 비즈니스 탑승 경험은 2014년 겨울, 인천에서 광저우를 거쳐 시드니로 향하던 중국남방항공이었다. 흙수저 대학생이 무슨 수로 비즈니스석을 탔냐 물으신다면, 특가였다고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 

(2015년 1월의 시드니)

어느 정도 특가였냐 하면, 지금도 눈이 번쩍 뜨일 가격이었다. 무려 100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인천-시드니 왕복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거머쥐었으니까. (이 정도면 동일 노선 국내 FSC 이코노미석보다 싸다)

 

(비즈니스 라운지에 처음 들어간 자의 접시)

올 때 갈 때 생애 처음 비즈니스석을 타고 황송한 대접을 받고 나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 다시 장거리 이코노미 탈 수 있는 걸까?’ 

(2018년 11월 후쿠오카 행 진에어)

정말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진짜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 이후로 2018년까지 5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을 할 일이 없었다. (5시간 이하의 단거리 비행에서는 주구장창 LCC를 탔다.) 그러다 2018년 가을, 나의 스페인 행이 결정되었다. 덜컥 알리탈리아항공의 이코노미 항공권을 결제했다. 12시간 이상의 초장거리 비행. 스페인 땅을 얼른 밟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침을 꿀꺽 삼켰다. ‘보윤아, 너 할 수 있겠니?’ 

(후쿠오카 행 진에어, 좁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

자신이 없었다. 나는 인천-호치민 비엣젯항공도 너무 힘들어져 버린 저주받은 몸뚱이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무슨 수로 비즈니스석을 탄 담.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나는 결국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슬프게도...)

항공권에도 경매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흔히, 비딩(bidding)이라고 하는데, 구조는 간단하다. 좌석을 비워가느니 싸게라도 팔아서 채워가자, 라는 경제적 논리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수요와, 항공사들의 경제적 논리가 만나 비딩(경매) 시스템이 탄생한 것이다.  

(자본주의 만세!)

실제로 에디터의 경우 왕편을 비즈니스석으로 비딩하고 복편을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에 비딩했고 두 편 모두 비딩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총 지불 금액은 

이었다. 128만원에, 갈 때 비즈니스석, 올 때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에 앉아 다리 쭉 펴고 샴페인 홀짝홀짝하며 왔으니 이만하면 당신이 이 글을 주의 깊게 볼 이유는 충분하리라. 




업그레이드의 장점


말해 무엇하랴.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되면 이러한 것들을 누릴 수 있다. 단,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므로 자세한 혜택은 각 항공사에 문의하시길. 




비딩 진행 절차


비딩의 기본 틀은 잔여 좌석에 한해 높은 금액으로 입찰한 사람부터 낙찰된다는 것이다. 항공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이러한 흐름을 따른다.

물론 입찰 희망 금액은 아무 금액이나 써내는 것은 아니다. 항공사 별로, 노선 별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좌석 클래스 별로 최저 비딩 금액과 최고 비딩 금액이 달리 설정되어 있다.


비딩에 성공할 경우 입력한 결제 정보에 따라 입찰 금액이 승인되며, 새로운 e-티켓을 받게 된다. 비딩에 실패할 경우 아무 금액도 결제되지 않지만(이미 승인된 경우 바로 취소된다), 재입찰은 불가능하다. 

(비딩에 성공하면 새로운 보딩 패스를 받는다)

이미 승인된 업그레이드는 항공사의 귀책 사유가 아닌 이상 어떠한 경우에도 양도, 변경, 환불이 불가능하니 여정이 불투명한 경우에는 시도하지 말 길. 비딩 성공 후에 비행기 스케줄을 변경하게 되면 비딩 금액이 그대로 날아가는 것은 물론, 업그레이드 내역도 새 스케줄에 반영되지 않는다. 

(비딩 결과 발표 전까지는 비딩 수정 및 취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비딩에 실패한 후에는 재입찰이 불가능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비딩 내역 변경 및 취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제 비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항공사들을 만나 보자. 아래에 나열된 항공사보다 더 많은 수의 항공사들이 비슷한 비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항공사들로만 추려냈다.




 알리탈리아항공 Alitalia 


알리탈리아항공의 비딩 성공 여부는 항공편 출발 시점에서 24~72시간 전에 알 수 있다.

'비딩 부적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알리탈리아 항공기로 운항하는 국제선 노선에 탑승하는' 고객이 비딩 가능하다. 정확한 것은 항공사 홈페이지의 ‘Get an Upgrade’ 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출처: 알리탈리아항공 공식 홈페이지)

또한, 알리탈리아항공의 경우에는 2단계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즉, 이코노미→프리미엄 이코노미 / 프리미엄 이코노미→비즈니스 외에도 이코노미→비즈니스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는 것.  

(출처: 알리탈리아항공 공식 홈페이지)

단, 업그레이드로 발생하는 추가 마일 적립은 없다. 비딩을 통해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다 하더라도 나에겐 기존 예약에 해당하는 이코노미 탑승 마일리지만 적립된다는 것. 




 에티하드항공 Etihad Airways


에티하드항공은 전 세계 항공사 중 가장 다양한 좌석 업그레이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가격 부분에선 대체로 효율이 그닥이라고 한다.

(출처: 에티하드항공 공식 홈페이지)

에티하드항공은 제휴 항공사가 운항하는 일부 공동운항편에 탑승하는 승객에게도 비딩 권한을 부여한다. 단, 이 경우 제휴항공사의 약관을 참고해야 하므로 자세한 것은 각 항공사에 문의하는 것이 빠르다.  

(출처: 에티하드항공 공식 홈페이지)

특이한 점은, 나보다 더 높은 입찰가가 등장할 경우, 메일로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불안 심리와 경쟁 심리를 자극해 기존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써내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다. How clever… 

또한, 입찰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입찰가를 낮추려면 기존 비딩을 취소하고 재신청해야 한다.


비딩 성공 여부는 늦어도 출발 6시간 전에는 알 수 있다. 따라서 입찰 변경 및 취소는 결과 메일이 오기 전이나 출발 6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출처: 에티하드항공 공식 홈페이지)

알리탈리아항공과는 다르게 한 단계 상위 객실로만 비딩 신청이 가능하다. 즉, 이코노미→비즈니스 / 비즈니스→퍼스트 로만 업그레이드 신청이 가능한 것. 


한 가지 중동의 넉넉한 인심을 알 수 있는 부분은 마일리지 적립이다. 일반적으로 기존 예약을 기준으로 마일 적립을 해주는 타 항공사와 다르게 에티하드 게스트 마일은 업그레이드된 객실을 기준으로 적립된다.




 에어캐나다 Air Canada


에어캐나다는 항공편 출발 72시간 전까지 입찰 가격을 제출하면 된다. 비딩 수락 여부는 출발 48시간 전에 이메일로 통지된다.

(출처: 에어캐나다 공식 홈페이지)

에어캐나다는 마일리지로 구매한 항공권도 업그레이드 비딩 신청이 가능하다. 단, 탑승 마일리지는 기존 예약 건을 기준으로 적립된다.  

(출처: 에어캐나다 공식 홈페이지)

또한, 신청 후 2시간 내에 좌석 업그레이드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는 ‘즉시 업그레이드’ 서비스도 있다. 당연히 최저 비딩 금액이 일반 비딩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으며 출발 4~10일 전에 한해 일부 항공편에서 가능하다.




 캐세이퍼시픽항공 Cathay Pacific Airways


캐세이패시픽항공은 항공편 출발 50시간 전까지 입찰 변경 및 취소가 가능하며 비딩 성공 여부는 출발 2~3일 전에 이메일로 발송된다. 

(출처: 캐세이패시픽항공 공식 홈페이지)

캐세이퍼시픽항공 역시 에티하드항공처럼 한 단계 높은 좌석으로만 비딩 신청이 가능하다. 단, 마일리지는 기존에 예약한 항공권을 기준으로 적립된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업그레이드가 되더라도 수하물 허용량이 변경되지 않는다. 즉, 비즈니스석 비딩에 성공하더라도 수하물은 이코노미석 기준에 따른다는 것… 

참고로 비딩 시스템을 운영 중인 다른 모든 항공사들은 수하물 허용치를 변경된 기준에 맞춰 제공한다. 마일리지 적립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캐세이퍼시픽의 이런 조항은 차~암 짜다. 




 하와이안항공 Hawaiian Airlines


하와이안항공은 ‘비드 업 프로그램’이라는 자체 비딩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출발 48시간 전을 전후로 비딩 성공 여부가 메일로 발송되며, 따라서 출발 48시간 전까지 입찰 내역을 변경 및 취소할 수 있다.

(출처: 하와이안항공 공식 홈페이지)

모든 노선에서 이 비드업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북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미국령 사모아, 타히티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항공편만 비딩 신청이 가능하다. 

(출처: 하와이안항공 공식 홈페이지)

하와이안항공도 비딩을 통한 업그레이드 시에는 추가 마일리지를 적립해주지 않는다. 마일리지 적립은 기존 예약 건을 따른다.




 말레이시아항공 Malaysia Airlines


말레이시아항공은 MHupgrade라는 비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비딩 신청은 출발 72시간 전까지 가능하며 비딩 성공 여부는 출발 48시간 전에 메일로 알려준다.

(출처: 말레이시아항공 공식 홈페이지)

말레이시아항공의 비딩 신청은 이코노미→비즈니스 / 비즈니스→비즈니스 스위트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신청만 가능하다.  

(출처: 말레이시아항공 공식 홈페이지)




 옵션 타운, 플러스 그레이드 

Optiontown, Plus Grade


위에 나열한 항공사가 아닌 항공사들의 항공권도 더 상위 객실로 비딩할 수 있다. 바로 옵션타운이나 플러스 그레이드를 이용하는 방법!

옵션타운과 플러스 그레이드는 비행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여러 옵션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비딩 신청 절차는 대동소이하다. 먼저, 예약 번호를 입력하고 업그레이드를 희망하는 좌석을 선택 후 지불 카드 정보 입력하면 끝이다. 출발 1~3일 전, 최소 4시간 전에는 승인 여부를 알 수 있으며 업그레이드가 실패할 시 5일 내로 환불 처리된다.


옵션타운과 플러스 그레이드의 장점은 파트너 항공사가 매우 다양하는 것!


- 옵션타운 파트너 항공사 

(출처: 옵션타운 공식 홈페이지)


- 플러스 그레이드 파트너 항공사    

(출처: 플러스그레이드 공식 홈페이지)




실전편: 어렵지 않아요!


위에서 말했듯, 에디터는 알이탈리아항공의 비딩 시스템을 이용한 적이 있다. 

비딩 최저 금액은 편도 기준이며 얼마에 입찰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반드시 비즈니스석을 타야 한다면 높은 가격을 쓰는 게 좋을 것이고, 밑져야 본전이라면 최저 금액에 가깝게 입찰하는 것이 낫다.

비딩 성공 여부는 내가 타고자 하는 항공사의 당일 좌석 상황과 운항 기종, 그 외 기타 요인들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운이 크다는 얘기다. 

(비딩 성공! 알리탈리아항공 A330 비즈니스석)

당장 인터넷에 후기만 찾아봐도 최저 금액으로 입찰했다가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 모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디터는… 본인 운을 믿고 최저금액+5유로로 입찰해서 둘 다 성공했다…! 성수기가 아니어서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내가 탄 구간 전부 비즈니스석과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만석이었다. 까딱했으면 이코노미석에서 12시간을 견뎠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돈은 아꼈겠지만… 

(비딩 성공! 알리탈리아항공 A330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원래 예약했던 이코노미석 가격보다 약 60만원을 더 써서 비즈니스석과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으로 로마를 왕복해본 소감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너무나 그렇다!!’이다. 

(항공권 인증샷, 안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자주 타는 그날까지!)

물론 요즈음은 유럽행 비즈니스 항공권 가격이 많이 저렴해져서 비딩이 항상 절대적인 가격 우위에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요긴하게 쓰일 팁이다.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성수기에 한 번 시도해보라. 가성비 훌륭하게 하늘에서 기내식 코스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 

(알리탈리아항공 비즈니스석 기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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