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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Mar 06. 2019

롯데를 뺀 롯데호텔

L7 홍대 다녀오다.

0. 롯데를 뺀 롯데호텔


롯데는 다섯 개의 호텔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시그니엘

-롯데호텔

-롯데리조트

-롯데시티호텔

-L7


다섯 가지 브랜드 중 눈에 띄는 건 ‘롯데’라는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두 브랜드, ‘시그니엘’ ‘L7’이다. 편안하고 품격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롯데호텔, 자연과 어우러진 안락한 객실과 즐길거리로 가득한 롯데리조트, 비즈니스 투숙객들을 위해 설계된 롯데시티호텔까지 모두 ‘롯데’를 내세웠는데 두 브랜드만 그 이름을 쏙 뺀 이유가 뭘까. 


국내 최고층 건물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은 ‘삶이 선사하는 최고의 특권을 누리는 곳’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브랜드 중 가장 뛰어난 서비스를 자랑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프리미엄 호텔이라는 포부에 롯데라는 이름은 꼬리표가 될 수밖에 없다. 시그니엘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호텔 표준을 만들기 위해 롯데의 L만 살짝 뒤로 밀어 두었다.


그렇다면 L7은 왜 L7일까. 우선 L7의 위치를 생각해 보자. L7은 5성급인 롯데호텔&리조트보다는 부족하지만,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보다는 좀 더 톡톡 튀고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전달하겠다는 것이 브랜드 가치인데, ‘롯데’라는 브랜드는 ‘New’와 ‘Young’에 부합하기에는 너무 오래됐다. 요약하자면 시그니엘은 기존의 롯데가 따라오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았고, L7은 기존의 롯데가 조금 고루했기 때문에 그 이름을 떼어버렸다고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L7이라는 브랜드를 살펴볼 때의 주안점은 기존의 롯데호텔 브랜드와 얼마나 다르냐는 것이 되겠다. 그 답을 확인하기 위해 L7 홍대를 찾았다.


A. 위치



L7 홍대는 홍대입구역 1번 출구 바로 앞이며 9번 출구 맞은편이다. 금요일 저녁 홍대를 몇 번 드나들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맞은편 9번 출구는 번화가로 들어서는 입구인지라 언제나 도무지 원활하게 걷기 힘들 정도로 붐비기 때문에 오히려 1번 출구라는 위치 설정이 현명해 보인다.


B. 홍대 신흥 호텔 강자 TOP3


최근 오픈한 홍대 근처 호텔들은 L7을 포함해 크게 3개가 있는데, 9번 출구에서 직진하면 나오는 메리어트 계열의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4번 출구와 연결된 IHG 계열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그리고 1번 출구 앞 롯데호텔 L7이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메리어트의 상위 계열 브랜드인만큼 룸레이트가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름난 베이커리 타르틴과 미슐랭에 랭크된 타이 레스토랑 등 F&B가 유명하고, 로비부터 객실까지 홍대에 어울리는 컬러풀하고 힙한 인테리어로 정평이 나있다.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홍대는 홍대입구역 4번 출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된 쇼핑몰 AK&와도 연결되어있어 극강의 편리함을 자랑한다. 룸컨디션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어있는 가격대와 탁 트인 로비 등으로 실속을 추구하는 투숙객에게 제격이다.




L7 홍대는 딱 이 두 호텔의 중간쯤 되는 격이다. 라이즈의 개성과 힙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면서 룸레이트는 스탠다드룸 기준 10만원 초반에 머물러 있어 부담이 없다.


C. 체크인



감각적인 L7 로고의 정문을 지나면 이 건물에 호텔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용실과 인도 레스토랑, VR 테마파크 등이 입점해있다. L7의 부대시설이 아니라 완전히 따로 운영되는 매장들이다. 



체크인을 위해서는 21층의 인앤아웃 데스크로 향하면 된다. 조식 레스토랑과 라운지 또한 같은 층에 위치해 있다. 가장 높은 층인 22층에는 루프탑 풀과 바가 있는데, 야외 풀이라 하절기에만 운영하고 투숙객에게도 추가 요금을 받으니 유의하고 방문해야 한다.  



큰 창으로 홍대가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공간에서 체크인이 진행된다. 




이곳에서 L7이 자랑하는 시스템 중 하나인 셀프 체크인이 가능하다. 롯데호텔 앱으로 예약하고 받은 QR코드를 찍거나 예약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체크인이 진행된다. 카드 결제부터 L포인트 적립까지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기계치라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 물론 기계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나 질문이 있다면 바로 옆에 상주하고 있는 컨시어지에게 물어볼 수 있다.




체크인을 마치면 기계에서 층별안내와 주의사항이 적힌 노란 종이가 나온다. 차를 가지고 온 투숙객들을 위해 주차비 정산용 바코드도 따로 출력되어있다. 아침식사를 포함했다면 조식 쿠폰까지 귀여운 노란 종이 두 장을 팔랑거리며 객실로 올라가면 된다.


D. 객실



1113호에 배정됐다.



카드키를 꽂는 곳에 물론 룸 메이크업과 방해금지 표시등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있지만, 



현관문 안쪽에 있는 귀여운 마그넷들로 의사표현 해도 된다.



룸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다.

-스탠다드룸

-슈페리어룸

-스튜디오 스위트

-로아시스 스위트


(출처: L7 홍대 공식 홈페이지)


가장 기본룸인 스탠다드 더블룸의 모습이다. 공식홈페이지의 객실 사진과는 매우 다른 룸으로 배정받았다. 카펫이 아닌 우드 프레임 위에 침대가 있는 전통적인 느낌의 객실이다. 참고로, L7도 베딩은 롯데호텔이 시몬스와 함께 만든 ‘해온’을 쓴다. 



침대에서 바라본 객실은 이렇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오른 편에 세면대가 있고, 그 뒤편으로 샤워실과 화장실이 각각 나눠진 구조다. 



세면대 거울은 양면이라 두 사람이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거울 겉면의 버튼을 터치하면 불이 들어온다. 



세면대에 있는 어메니티는 비누와 바디로션, 그리고 양치컵이다. 양치컵은 유리나 투명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컵이다. 호텔 양치컵을 일회용으로 비치하다니… 그린피스가 놀라 넘어갈 일이다. 



맞은 편에는 커피포트와 L7의 시그니처 드립커피, 테이크아웃용 컵이 놓여있다. 기본적으로 머그컵이 있고 외출하는 투숙객을 위한 테이크아웃용 컵이 하나 정도 있는 걸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대놓고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종이컵만을 비치한 것은 처음 본다. 


내가 모르는 새 에코 프렌들리는 더 이상 힙한 문화가 아니게 된 걸까? L7의 시그니처 커피는 열대우림동맹 인증을 받은 커피로 사회적, 환경적 가치 추구에 동참하고 있다는데 그 커피를 일회용 종이컵에 담아 마시게 된다니 모순적이다. 내가 잘 모르는 자연 분해되는 소재일 것이라 믿어보기로 한다.



아래에는 금고와 미니 냉장고가 있다. 



냉장고 속에는 앙증맞은 아이시스 생수가 두 병 들었다. 



그 아래까지 내려가야 숨어있던 객실 슬리퍼 두 켤레가 등장한다.  



샤워실에 있는 어메니티는 각각 샴푸, 헤어 컨디셔너, 바디 워시다. 브랜드는 모두 멜린 앤 게츠(Malin+Goetz)로, 르 메르디앙 서울이나 델타항공 비즈니스석 어메니티로 들어가기도 했던 친환경 브랜드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아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는 L7에 어울리는 선택이다. 페퍼민트나 럼, 고수 등 매우 과감한 향들이었지만 상큼했고, 사용감 또한 기억에 남을 정도로 무척 괜찮았다.  



다시 객실로 돌아와서, 침대 옆에는 아담한 크기의 데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콘센트와 랜선, 각종 USB 포트 등이 부착되어 랩탑을 이용한 작업에 무리가 없다. 



데스크 위에는 체크아웃과 소음에 관한 안내가 적혀있다. 별도의 체크아웃 과정 없이 1층에 있는 키박스에 키카드를 넣으면 자동으로 체크아웃이 완료된다는 설명과 소음 때문에 잠들기 어려운 투숙객을 위해 귀마개를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L7 홍대는 홍대뷰연남뷰로 나뉘어져 있는데, 비교적 조용한 연남뷰에 비해 홍대뷰 객실은 소음이 있는 편이다. 주중에 묵어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주말에는 확실히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겠다. 



놓칠 뻔한 스탠드 조명 하나. 커튼 사이에 이렇게 조용히 숨어있었다. 



홍대뷰 객실은 맞은 편 건물과 바로 옆 건물이 한창 공사중이라(2019년 3월 기준) 시야가 공사천으로 새파랬다. 


프고가 직접 취재하고 리뷰한 L7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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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블루 루프 라운지



체크인 공간의 옆쪽으로 오면 빈티지한 분위기의 ‘블루 루프 라운지’가 있다. 



파란색은 보이지 않는데 왜 ‘블루 루프’ 라운지일까? L7이 생기기 전 이곳에는 ‘청기와주유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와 감성을 담겠다는 L7의 의지가 이런 디테일에서 표현된다.



홍대를 내려다보며 LP를 골라 들을 수도 있다.



한 켠에는 Talk&Play라는 이름의 미팅룸이 있는데, 곧 생기는 잠실 롯데타워의 공유오피스 입주자들이 이 미팅룸을 예약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오락을 위한 물건들이 곳곳에 있다. 친구들 여럿이 함께 와서 왁자지껄하게 포켓볼을 치는 모습이 제법 잘 상상되는 포켓볼 테이블.



호텔에서 체스를 두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면 아주 멋지지 않을까.  



테이블 축구까지. 



해가 홍대의 빼곡한 골목 사이로 붉게 사라지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F. 실내 피트니스



5층에 위치한 호텔 헬스장은 24시간 운영하고, 따로 상주하는 직원은 없었다. 


수건과 정수기, 프론트로 연락할 수 있는 전화기 정도가 비치되어 있다. 



트레드밀과 바이크, 덤벨 등 유산소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한 기구들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시원한 유리로 뚫려 있는 (비록 공사판 뷰지만 공사는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니까) 스트레칭 존. 다양한 크기의 짐볼로 본격적인 운동이 가능하다. 구색만 갖춘 호텔 헬스장이 아니라 구석구석 운동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G. 코인 런드리



헬스장 바로 옆에는 코인 런드리 룸이 있다. 마찬가지로 24시간 운영된다.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고객들을 위해 코인 런드리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 괜히 귀여웠다. 세탁기 두 대, 건조기 두 대가 있다.



세제 자판기도 설치되어 있다. 



가격은 세탁 4천원, 건조 4천원이다. 사용방법이 친절하게 벽에 붙어있어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세제를 사는 것부터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는 것까지 모두 현금으로 결제해야 하는데,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모바일 결제를 적용해보는 건 과욕일까 싶다.



다림판마저 몬드리안이다. 스팀다리미 사용법도 친절하게 적혀 있으니 생전 다림질을 안해본 곱게 자란 밀레니얼 세대 투숙객도 빳빳한 셔츠를 입을 수 있겠다. 



기다림이 지루한 투숙객을 위해 옆에는 TV와 소파까지 구비되어 있다. 역시 벽에 난 큰 창이 갑갑하지 않은 구조를 만들어 준다. 이런 배려가 쾌적하다. 


H. 조식



조식은 체크인시 기계가 토해냈던 밀 쿠폰을 들고 21층의 플로팅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다. 조식 시간은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공간 자체가 큰 편은 아니지만 테이블이 많다.  



눈을 어디에 두어도 공사판을 피해갈 수 없다. 사실 공사를 안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홍대입구역 앞이 그다지 멋진 경관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조식의 종류는 매우 간소하다. 샐러드, 드레싱, 몇 가지의 과일, 훈제 연어와 햄 등. 



빵은 식빵 두 종류와 작은 크로와상, 뺑오쇼콜라가 있다. 삶은 달걀, 스크렘블 에그, 프렌치 토스트, 팬케이크, 잼과 생크림도. 



핫푸드로는 소시지와 구운 연어, 치킨 정도가 있었다.  



시리얼과 우유, 세 종류의 주스와 물까지.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어쩐지 주스통들이 거의 비어있었다. 



요거트와 시럽, 세 종류의 티백, 커피머신이 있다.  



조식추가는 성인 1인당 18,000원으로, 부가세를 포함하면 19,800원 수준이다. 메뉴가 몹시 부실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조식에 치즈가 없는 것이 너무나 이상했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는 편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시도해봄직 하다. 먹을 것이 지천에 깔린 홍대인만큼 심각한 고민을 해보아야겠지만.


I. 체크아웃 


(체크아웃 때는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박스를 이용해도 된다)


호텔이라는 공간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면 혁신적인 시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롯데호텔은 언제나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지만,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특별한 곳에서 머물고 있다는 느낌은 가지기 어려웠다. 


롯데를 뗀 L7 홍대의 기분 좋은 특별함은 이런 것이었다: 늦은 밤까지 놀다 들어와 누구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체크인하고, 객실을 가로지르는 세면대의 거울을 터치해 빛을 밝히고, 라운지 소파에 모로 기대 책장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책 한권을 꺼내 읽다가 지루해지면 불이 꺼지지 않는 홍대의 새벽을 LP 음악과 함께 바라보는 것. 


아침의 푸른 빛이 어스름할 때 떠오르는 해와 함께 요가로 몸을 깨우고(여름이라면 루프탑 풀에서 유영할 수도 있겠다), 전날 밤의 어지러운 냄새가 배인 티셔츠를 세탁기에 돌리고 또 멋대로 다림질하는 것. 술로 엉망이 된 위장을 식빵 두어조각으로 달래고 가뿐해진 기분으로 덩크슛 넣듯 카드키를 던지고 나서는 것.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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