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스티지고릴라 Mar 12. 2019

북미항공사는 정말 험악할까?

에어캐나다의 대반전

먼 나라 이웃나라, 미국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봤을 법한 90년 대 메가-히트-베스트셀러 ‘먼 나라 이웃 나라’.

그 책을 보던 어린 시절의 나는 미국은 먼 나라, 대만은 이웃 나라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멀고, 대만은 가까우니까. 

종종 뉴스를 본다. 우리가 매번 접하는 국제뉴스의 대부분은 안테나가 미국을 향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 마디까지 TV 생중계로 보는 마당에 미국이 대만보다 먼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뿐인가. 미국 영화를 한국 영화만큼 많이 본 탓에 미국 배우가 한국 배우만큼 친숙하다. 미국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도, 이미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하지만 내게 미국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였다. 유럽 여행을 4번씩이나 할 동안 미국땅은 밟아 본 적이 없다. 아메리카 대륙은 물론 괌이나 하와이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3번의 결혼을 했다는 건 알아도, 시카고가 미 대륙 어디 있는 지는 몰랐다. 가깝고도, 멀다.


그런 내가 미국 출장이라니. 그것도 라스베이거스라니. 본격 미알못이 떠나는 일주일 미국 출장. 그 시작은 에어캐나다다. 




에어캐나다 Air Canada


에어캐나다. 북미 항공사다. 

어째 한 항공사의 기사로 도배가 되긴 했지만 각각의 기사에 대한 임팩트가 워낙 큰 탓에 나에게 북미 항공사의 이미지란 ‘패지만 말아주세요’였다. 

하지만, 에어캐나다는 엄연히 북미 최고의 항공사다. 조금 더 알아보자면, 


- 캐나다 국책항공사(플래그 캐리어, flag carrier)

- 스카이트랙스 선정 북미 유일 4성급 항공사 

- 스카이트랙스 2018년 항공사 순위: 30위

* 30위는 매우 준수한 성적이다. 참고로 아시아나가 24위, 대한항공이 33위다. 다른 북미항공사는? 델타항공 37위, 아메리칸항공 77위, 유나이티드항공 88위(…)

- 그 외 스카이트랙스 2018 수상 내역: 최고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12위, 기내 엔터테인먼트 14위, 북미 지역 최고의 비즈니스석, 북미 지역 캐빈 청결도 1위 등


그래도… 그래도… 마음 속엔 여전히 악명 높은 북미항공사에 대한 미심쩍음이 남는다.

에어캐나다… 괜찮을까?




탑승 수속 Check-in

인천에서 출장지인 라스베이거스까지 대한항공 직항편이 존재하긴 하지만 데일리 스케줄도 아닌 데다 기재도 B777-300ER로 신형이 아니다. 항공사와 기종, 가격, 스케줄을 모두 검토한 끝에 인천-(밴쿠버)-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결정된 첫 번째 여정. 에어캐나다 AC064편으로 17시 55분에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약 9시간 40분 후 밴쿠버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 출발 시각은 오후 5시 55분. 내가 공항에 (아무도 없을 걸 예상하고) 2시 30분쯤 도착했는데 이미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카운터 오픈이 2시 45분이었는데 카운터 오픈도 전에 이렇게 긴 줄이라니... 인천-밴쿠버 노선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수속은 정확히 45분부터 시작됐다. E1 카운터는 에어캐나다 멤버십 프로그램의 최상위 멤버인 슈퍼 엘리트 전용, E2 카운터는 비즈니스석 승객과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슈퍼 엘리트를 제외한 나머지 에어캐나다 상위 멤버 전용 카운터다.


에어캐나다는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라 자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 외에도 아시아나 마일리지로도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마티나 라운지 Matina Lounge


스얼 소속인만큼 비즈니스 라운지 역시 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송사원이 다녀온 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


다만… 다녀온 송사원의 평에 따르면 ‘그저 그렇다(!)’고 한다. 아침부터 첫 출장이랍시고 부산을 떠느라 아침도 못 먹었는데 그저 그런 라운지에서 소중한 첫 끼를 때울 수야 없지. 음식이 맛있는 마티나 라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에어캐나다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으로 마티나라운지까지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번에 마티나 라운지 입장을 위해 롯데카드 L.CLASS ‘L20’ 카드를 신규 발급받았다.

(마티나 라운지의 맛있는 핫푸드 섹션)

L.CLASS ‘L20’ 카드는 국내외 공항라운지를 연 4회 무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키(LoungeKey)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본인 및 동반자까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동반자 입장 시 무료제공횟수 차감)

(마티나 라운지 내부, 면세구역을 조망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만 총 8곳의 라운지에서 라운지키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 마티나라운지(동편, 서편), 스카이허브라운지(동편, 서편)

*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 라운지 L, 마티나라운지, SPC라운지

*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 스카이허브라운지


부산김해국제공항과 제주국제공항의 국제선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출장지인 라스베이거스 매캐런 국제공항의 더 클럽 라운지(The Club at LAS)도 이용할 수 있었다. 야호! 

주요 혜택만 추렸는데도 이 정도다. 이 외에도 지면에 담지 못한 더욱 다양한 혜택들이 존재한다. 언뜻 연회비가 비싸 보이지만 매년 제공되는 15만원 상당의 스페셜 기프트와 공항 라운지 입장, 적립률 등을 고려해보면, 이 카드의 연회비, 결코 비싸지 않다. 

(라스베가스 공항의 더 클럽 라운지)

더군다나 프고에서 L.CLASS ‘L20’을 신규 발급할 시에는 연회비 10만원을 돌려주는 캐시백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스페셜 기프트 혜택까지 포함하면 연회비 20만원에 무려 25만원 상당의 리워드가 되돌아오는 셈! 날이면 날마다 오는 흔한 이벤트가 절대 아니다. 3월 한정, 프고 단독! 이 카드를 프고에서 지금 즉시 발급해야 할 이유다.

▶L.CLASS 'L20'(스카이패스형) 5분 만에 발급하기

▶L.CLASS 'L20'(아시아나형) 5분 만에 발급하기

참고로, 마티나 라운지의 닭강정이 정말 대박 맛있었다…




Boarding: 피 말리는 지연 출발의 기억


인천에서 밴쿠버를 거쳐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에어캐나다의 비행 스케줄은 굉장히 타이트한 편이었다. 밴쿠버에서의 경유 시간이 고작 1시간 30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  

(출처: 에어캐나다 공식 홈페이지)

에어캐나다에서는 위와 같은 최소 환승 소요 시간을 안내하고 있다. 나는 밴쿠버 공항에서 라스베이거스로 환승해야 하는 입장이니 환승에 필요한 최소 시간은 1시간 10분. 즉, 1시간 30분만에 밴쿠버 공항을 탈출하는 것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 캐나다 경유를 하면 미국의 악명 높은 입국심사를 피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비행기는 타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인천에서 무려 30분이나 지연 출발하고야 말았다! 

(굳게 닫힌 게이트. 열려라 참깨...)

예정보다 30분 늦게 보딩을 시작했고 밴쿠버 공항에서 1시간 내에 경유편에 탑승하지 못하면 집도 절도 없는 밴쿠버 공항에서 최소 7시간을 버텨야 했기에 나는 필사적이었다.


특명: 한 시간 만에 밴쿠버 공항에서 입국 심사 및 보안 검색을 마치고 라스베이거스 행 비행기에 탑승하라! (ㅠㅠ)


과연, 성공했을까?




TIP: ‘그냥은 못 갑니다’ 북미 비자 취득 방법!


살면서 북미 땅을 밟아보지 못한 나에게 미국이 더욱 멀게 느껴졌던 건 북미 지역의 깐깐한 입국 절차 때문이었다.


캐나다와 미국 입국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여권과 항공권 외에도 사전 입국 비자 신청이 필요하다.


 캐나다 eTA 신청: https://www.canada.ca/en/immigration-refugees-citizenship/services/visit-canada/eta/apply-ko.html (수수료: 7CAD)

 미국 ESTA 신청: https://esta.cbp.dhs.gov/esta/application.html?execution=e1s1 (수수료: $14)


두 사이트 모두 기본적인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되는 만큼 신청이 어렵진 않다. 다만, 미국의 ESTA 비자는 부모님의 영문 성명(대체 왜?...)까지 요구할 정도로 필요로 하는 정보가 많다. 


캐나다 eTA의 경우, 신청을 완료하면 

위와 같은 화면이 뜬다. 승인 여부는 eTA를 신청했던 개인 메일에서 확인 가능하다(홈페이지 확인X). 승인 여부는 보통 2시간 이내에 날 만큼 굉장히 빠르다!


반면, 미국 ESTA 비자는 해당 웹사이트에서 승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진행 상황이 허가 보류 중에서 허가 승인으로 바뀌면 완료다!)

허가 승인 여부 결과도 2~3일 정도 소요되는 편으로, 이래저래 캐나다 eTA 비자보다 비싸고 귀찮고 번거롭다.


한편, 이러한 비자를 발급받았다고 해당 국가 입국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공항에서 입국심사대 직원의 입국 허가를 받아야 최종 입국이 가능하니 참고!




On Board: 에어캐나다 B787-9


30분간의 초조한 대기 후에, 에어캐나다 B787-9 항공기에 오를 수 있었다.  

에어캐나다 도장은 크게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하나는 인천에서 밴쿠버까지 탔던 좌측 버전, 다른 하나는 밴쿠버에서 인천까지 타고 온 우측 버전이다.


개인적으로는 우측 도장이 더 마음에 든다. 

디자인부터 메이플메이플한 탑승권을 제시하고 1등으로 호다닥 들어간 끝에, 

완벽한 클린샷을 건졌다. 들어가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빨간색 메이플 문양이 누가 봐도 에어캐나다! 


비즈니스와 이코노미석 승객은 각각 다른 문으로 탑승할 뿐더러 비즈니스 승객이 모두 탑승한 후 이코노미석 탑승을 진행한다. 덕분에 탑승이 번잡하지 않다.  

에어캐나다 좌석 구성

- 비즈니스석(1-2-1 배열) 총 30석

- 프리미엄 이코노미석(2-3-2 배열) 총 21석

- 이코노미석(3-3-3 배열) 총 247석 

에어캐나다의 비즈니스석 배열은 중앙 2인이 가운데를 바라보며 배치된 리버스 헤링본(Reverse Herringbone) 타입. 단, 사진에서 보듯이 칸막이가 높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는 충분히 보장된다. 하지만, 연인이 같이 탈 경우… 손 잡는 건 커녕 눈 마주치기도 쉽지 않다. 

(출처: 시트구루)

때문에 에어캐나다 측에서도 일행이 함께 비즈니스석을 예약할 경우, 중앙 2석 보다는 창가와 복도석으로 좌석 지정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즉, 장거리인 만큼 동행이 있다면 A&D열, G&K열로 좌석을 지정하는 게 좋겠다. 

비즈니스석의 좌석 간격(pitch)는 약 80인치(203cm), 너비는 21인치(53cm)다. 프고가 리뷰한 대한항공의 B787-9 프레스티지석보다 피치가 약 13cm 길다. 피치 길이의 차이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체격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까, 진실은 저 너머에…

▶대한항공 B787-9 인천-후쿠오카 프레스티지석 후기 

창가 측 비즈니스석(A열, K열)은 이처럼 좌석 당 창문 2개가 포함된다. 다만, 마지막 줄인 8열의 경우에는 바로 뒤에 화장실이 위치한 탓에 창문이 1개 밖에 없다. 개방감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좌석 선택 시 8번째 줄은 피하시길. 

좌석에는 기본적으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과 어메니티, 생수 1병, 슬리퍼, 침구세트(베개, 이불, 깔개)가 준비돼 있다. 개인적으로 시트 디자인이 정말 세련됐다고 느꼈다. 미알못 눈에는 전부 북미 스웩으로 보인다.


중국남방항공과 알리탈리아항공 비즈니스석만 타봐서 그런지, 뭐랄까… 시트계의 모더니즘을 눈 앞에서 마주한 느낌이랄까? 헤헤  

170.4cm의 에디터가 다리를 쭉 뻗어도 닿지 않는 비즈니스석의 위엄. 공간이 많이 남아서 가방은 발치 끝에 있는 선반에 뒀다. 오버헤드 빈도 있지만 수시로 꺼내기가 불편하다보니 가방 둘 공간이 있으면 참 편하다. 역시 돈은 많이 벌고 봐야… 

18인치(46cm) AVOD 개별 터치스크린!! 널찍한 스크린에 해상도도 높은 편이라 장시간 스크린을 보면서도 눈이 많이 피로하지 않았다. 

*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11인치 AVOD 터치스크린, 이코노미석 9인치 AVOD 터치스크린

 

기내 엔터테인먼트 10위권 항공사 답게 최신 영화가 많이 있었고 마블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도 있었다. 한국영화도 협상, 신과 함께, 마녀 이렇게 3편 정도 준비돼 있었다.  

영화 대신 책을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독서등은 시트 좌측 상단에 있다. 

이번엔 앞서 언급했던 기내 어메니티 떼샷(+웰컴 드링크). 여기저기 단풍잎이 에어캐나다의 정체성을 앞다퉈 어필 중이다. 슬리퍼가 참 보들보들하니 좋았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은 처음 써봤는데 착용했을 때와 벗었을 때가 정말 차이가 컸다. 귀에 착 붙는 순간 소음이 상당히 감소하는 게 확연히 느껴질 정도였다.   

어메니티 파우치는 WANT LES ESSENTIELS 원 레스 에센셜 제품. 사실 무슨 브랜든지 몰랐는데 한국 와서 찾아보니 남자 가방이 유명한 캐나다 브랜드였다. 어쩐지 가죽이 튼튼하고 좋더라…


파우치 안에는 수면 양말(빨간색이 포인트!), 안대, 이어플러그, 립밤, 핸드크림, 덴탈키트(치약, 칫솔, 치간칫솔, 1회용 가글), 원 레스 에센셜 제품 할인권이 들어 있었다.  

이번엔 기내 수납함의 모습이다. 자주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보조배터리는 이곳에 넣어뒀다. 매우 편했지만, 너무 편한 나머지 이곳에 충전기, 핸드폰 케이스 등을 둔 채로 내렸다는 건 함정. 에어캐나다 본사에 이메일로 분실물 접수를 했으나 아직까지 행방을 찾지 못했다. 안녕 나의 충전기…  

수납함 내부에는 스크린 컨트롤러와 헤드셋 소켓, USB 포트, 110v 콘센트가 있다. 수납함 내에서 보조배터리나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깔끔했다. 충전 케이블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으면 비행 중 걸리적 거리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아주 흡족! 

컨트롤러 역시 터치스크린이 가능하다! 모션에 따라 스크린이 가로, 세로로 자동 회전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스크린과 개별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스크린에서는 영화를 보고, 컨트롤러에서는 지금 내가 탄 비행기가 얼마나 왔는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


간혹 영화를 보다가 운항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할 때 요긴하게 써먹었다. 

시트 컨트롤러는 좌석 왼쪽 팔걸이 부분에 있다. 터치스크린으로 좌석을 풀 플랫으로 만들 수도 있고 옆의 버튼을 눌러서 좌석 각도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창문 불투명도를 조절하거나 시트 마사지 기능도 실행할 수 있다. 

밴쿠버에서 인천으로 돌아올 때 비즈니스석이 만석이었는데, 내 자리 시트 컨트롤러가 먹통이었다. 얼마나 아찔했는지… 

다행히, 친절하신 승무원이 내 좌석의 시스템을 3번이나 재부팅했고, 4번 만에 정상 작동됐다. 11시간 동안 앉아서 올 뻔… 나 눈물 날 뻔ㅠ…

풀 플랫 상태의 모습. 이불 주는 비즈니스석이야 타봤지만 깔개까지 챙겨주는 비즈니스석은 처음이라 왠지 설렜다.  

베개까지 세팅하면 완벽한 침대로 변신한다. 장거리 비행도 풀 플랫과 함께하면 거뜬하다. 

시트 컨트롤러 홈 화면에서 컴포트를 선택하면 머리받침대와 허리받침대의 각도를 세밀하게 조정하거나 마사지 기능을 실행시킬 수 있다. 단, 평소 강한 압의 타이마사지를 받아도 ‘어- 시원허다-!’라고 반응하는 나에겐 넘나 미적지근해서 금방 꺼버렸다. 좀 더 강한 걸 달라!


매트리스의 단단함 정도도 조절 가능한 건 정말 신기했다. 그렇게 큰 차이는 못 느꼈지만...  

창문의 불투명도 설정도 가능하며, 승무원을 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실테지만, B787-9를 포함한 B787 드림라이너에는 창문 덮개가 없다. 대신 5단계로 창문의 밝기를 설정할 수 있는데 밝게 설정한 창문과 어둡게 설정한 창문의 대비가 극명하다. 단, 빛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는 점은 기존 덮개형 창문에 비해 아쉬운 점.




Lavatory: 에어캐나다 B787-9

비즈니스석이라고 화장실이 크게 다르진 않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변기. 

기저귀 갈이대도 있어서 좁은 공간을 알차게 썼다는 인상을 준다. 

세면대는 정말 너무 작다. 간신히 양치 정도만 겨우 할 수 있는 사이즌데(세수는 꿈도 못 꿈), 양치하다 보면 세면대 밖에 물이 다 튈 정도로 작아서 힘겨웠다. 기내이니만큼 수압도 굉장히 약하다. 말 그대로 ‘졸졸졸’ 나온다. 과장 따윈 없다.  

세면대 왼쪽엔 매너용(!) 방향제와 페이스 미스트, 핸드 크림이 구비돼 있다. 세면대 우측엔 손 세정제가 있다. 모두 어메니티 파우치에 들어있던 립밤 및 핸드크림과 동일한 브랜드의 제품이다. 

거울엔 센스 있게 확대경도 부착돼 있다. 확대경만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참새 1.


프고가 직접 취재하고 리뷰한 B787-9!

지금, 인천-밴쿠버 최저가 확인하기! ▶



Inflight Meal: 에어캐나다 B787-9


훗, 싱가포르항공?! 이 구역 기내식 최강자는 에어캐나다다


<인천(ICN)-밴쿠버(YVR) 가는 편> 

기내에 탑승하고 이륙을 마친 직후, 에어캐나다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며 음료를 권했다. 샴페인, 와인, 주스 등 다양한 음료 가운데 나는 샴페인을 선택!


에어캐나다 비즈니스석 샴페인은 로랑 페리에 브뤼. 

(애주가를 위한 와인 리스트)

Tmi 하나 뿌리자면, 개인적으로 해외 여행을 다녀올 때 여행지나 공항면세점에서 주류를 사올 때가 많다. 특히 여행지에 대한 추억이 좋을수록 그 여행지를 기념할 만한 술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에 열심이다. 작년 10월에 다녀온 스페인, 모로코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데려온 게 바로 저 로랑 페리에 샴페인 중 한정판이었다. 여기서 만나니 괜히 반갑고 그러네. 

에어캐나다 비즈니스석의 기내식 메뉴. 17시 55분 이륙 예정이었던 저녁 비행기였던 만큼 저녁 식사가 먼저 준비됐는데, 메인은


- 그릴에 구운 쇠고기 안심

- 버터 치킨

- 팬에서 구운 대구 필레

- 한식 갈비찜


네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거였다. 지상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소고기 안심을 선택했을테지만, 기내식 스테이크를 단 한 번도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 고민 끝에 대구 필레를 골랐다. 생★선★불★패 

첫 번째 접시는 애피타이저와 샐러드. 애피타이저로는 훈제 오리 가슴살과 사과 샐러드, 살구 처트니가 서브됐다. 빵은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승무원이 여러 가지 빵이 담긴 트레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일일이 서브해주었다. 마늘빵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마음에 덥썩 집었는데… 사실 그냥 그랬다. 마늘향아, 어디 간 거니? 

하지만 오리는 달랐다. 마늘빵을 맛보고 ‘아, 기내식이 그럼 그렇지’ 하며 큰 기대하지 않았는데 와… 입에 넣는 순간 소리 지를 뻔했다. 

훈제 오리와 사과 샐러드와 살구 소스가 폭발시킨 엄청난 맛의 시너지!!! 훈제 오리의 조리 정도도 정말 완벽했지만 살구가 정말 킥이었다. 오리에 단 맛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다음은 메인으로 선택한 대구 필레. 팬에서 구운 대구 필레와 함께 바질 페스토 크림 소스, 겨자 가미한 으깬 감자, 라타투이가 한 접시에 담겼다.

역시 생선불패다. 대구는 적당히 촉촉했고, 소스와도 잘 어울렸다. 양도 어마무시 많아서 프로폭식러인 내가 음식을 남겼다. 물론 감자만 조금... 

저게 양이 뭐가 많냐고 하실 분들을 위한 컷. 두께를 보시라. 최소 손가락 한 마디 반은 된다. 

참고로 함께 출장길에 오른 팀장님이 주문한 소고기 안심. 생선불패를 외치던 나는, 스테이크에 대한 팀장님 평가 앞에 무릎 꿇고 말았다.


‘스테이크 안먹었어? 왜? 진짜 대박 맛있었어. 먹어본 기내식 중에 제일 맛있었어!!’

‘헐… 싱가포르항공 보다요?’

‘싱가포르항공이 아무리 맛있다 그래도 기내식은 기내식이야…’


기내식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에어캐나다의 스테이크. 난 결심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기필코 스테이크를 먹으리라. 

후식으로는 과일과 치즈 등이 있는데 이 역시 승무원이 카트에 끌고 다니며 서빙해준다. 

‘과일하고 치즈 있는데 뭐 드릴까요~’ 하시길래

‘둘 다요’ 한 사람의 접시.

 

아이스크림도 요청하면 주시는 듯했지만 바닐라 맛 밖에 없길래 따로 요청하지 않았다. 바닐라 시져… 

식사는 끝났지만 여기서 멈췄다면 애초에 프로폭식러라는 말도 갖다 쓰지 않았을 거다. 영화를 보다가 입이 심심해서 ‘간단한 간식’으로 따뜻한 누들 수프와 모둠 빈대떡을 주문했다. 아쉽게도 모둠 빈대떡은 다 떨어졌다고 하시길래 누들 수프만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나온 친숙한 비주얼. 열심히 먹고 있는데 팀장님이 한마디 하셨다.

 

‘나 지금 화장실 갔다 오면서 봤는데 라면 냄새 때문에 지금 사람들 다 메뉴판 보고 있어 ㅋㅋㅋ’


아아 뿌듯하다. 다들 라면길을 걸읍시다. 

밴쿠버에 도착하기 1시간 반 전에 나온 브런치. 에멘탈 치즈 오믈렛, 한식 삼계탕, 불고기&김치 볶음밥 중에 택1이었는데 나는 정말이지 삼계탕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삼계탕도 다 떨어졌다네? ㅠㅠ 잠에서 막 깨서 비몽사몽 하던 차에 삼계탕 품절 사태까지 맞으면서 멘붕이 왔다. 결국 오믈렛을 시킨다는 게… 김치볶음밥을 주문하고야 말았다. 원래도 볶음밥 안 좋아하는데 내가 왜 그때 볶음밥을 시켰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이건 팀장님이 먹은 에멘탈 치즈 오믈렛.


‘오믈렛은 맛있었어요?’

‘오믈렛 안먹었어? 왜? 와, 내가 먹어본 오믈렛 중에 제일 맛있었어!!’

‘…’


이쯤 되면 내가 똥손인건지, 팀장님이 날 농락하는건지...:)



<밴쿠버(YVR)-인천(ICN) 오는 편>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 밴쿠버에서 귀국편 비행기를 탑승하기 전부터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었다. 기필코 스테이크와 오믈렛을 먹고 말겠어! 

이번엔 오후 12시 출발편이라 점심 식사가 먼저 나온다. 메인은 마찬가지로 4종류가 준비돼 있었다.


- 최상품 쇠고기 안심 그릴구이

- 적포도주에 조린 닭찜

- 라임과 칠리 가미한 연어

- 매콤한 쇠고기 비빔밥


선택은 뭐다?! 외쳐, 쇠고기 안심 그릴구이!!!! 

가는 편과 마찬가지로 식전주로 샴페인과 견과류가 나왔다. 따로 요청도 안 했는데 샴페인을 잔에 한 가득 따라주는 에어캐나다의 인심. 고맙습니다. 

앞서 가는 편에서도 애피타이저를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오는 편에 준비된 애피타이저는 랍스터와 엔다이브, 사과, 샐러리, 헤이즐넛, 버터밀크 드레싱.

이렇게 밖에 표현 못해서 안타깝지만 이것도 너무 맛있었다. 기내에서는 고도가 높아서 맛을 느끼기가 힘들다는데, 왜 다들 이렇게 맛있는 건지.  

(맛있는 건 크게)

심지어 위의 소스는 승무원이 직접 자리에 와서 뿌려준다. 

뒤이어 나온 대망의 스테이크. 이때쯤 나의 기대치는 지금 날고 있는 항공기의 고도를 뚫고 성층권 어디쯤 가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였을까. 맛있긴 했는데, ‘기내식 수준을 뛰어넘는 스테이크’라는 생각까진 안 들었다. 확실히, 팀장님이 날 농락한 거였든지, 가는 편 스테이크가 쩔었든지 둘 중에 하나다(후자이길).  

뒤이어 나온 치즈와 과일, 그리고 레몬 타르트. 레몬 타르트는 에어 캐나다 셰프의 특선 요리라고 하던데, 역시나 정말 맛있었다. 맛만 보려고 했는데 내 앞에 남은 건 어느덧 빈 접시…  

가는 편에 모둠 빈대떡이 품절됐던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고자, 이번엔 빠르게 간식을 주문했다. 무려 따뜻한 누들 수프, 방울 토마토&보코치니 치즈, 모둠 딤섬 세 종류.


누들 수프는 추천, 방울 토마토&보코치니는 쏘쏘, 모둠 딤섬은 비추다. 딤섬이 맛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육즙 터지는 그런 딤섬이 아니었다. 비비고가 더 맛있으니 좀만 참았다가 한국가서 비비고를 먹자. 

드디어 마지막 식사다. 인천 도착 90분 전에 간단한 식사가 준비되는데 매콤한 치킨과 치킨 넓적다리 로스트구이, 중동식 코샤리 쌀밥 셋 중에 고르는 거였다.


사실 글로 봐서는 어떤 맛일지 감도 안 와서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저 닭다리 두 개의 비주얼을 보는 순간 ‘저거 구나!’ 싶었다. 

그리고 사진을 두 개 올린다는 건, 맛있었다는 뜻이다. 와 인생 기내식. 포크로 얌전히 먹고 싶었는데, 맛을 보자 마자 손으로 집고 와구와구 먹었다. 영상 촬영 중이었다는 건 함정. 


나는 한국인, 치킨강국 코리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 간식도 세 접시나 먹은 상태다.) 그런 나를 K.O. 시킨 캐나다의 닭요리, 엄지 두 개, 아니 두 손 두 발 모두 들었다.




Summary: 쫄지 말자, 북미항공사 

사진으로 담을 수 없기에 이제야 얘기하지만 리뷰를 쓰는 내내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항공사 승무원들의 서비스. 


우리의 비행 경험을 좋냐 나쁘냐로 가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기종(좌석), 기내식, 그리고 서비스. 기종이야 알고 탔고, 기내식이야 맛없으면 남기면 그만이다. 그래서 에어캐나다를 타기 전 내가 가장 걱정했던 건 서비스였다. 북미항공사가 악명을 떨치게 된 가장 큰 요인이기에. 

승무원하면 가장 먼저 ‘예쁜 언니’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에어캐나다의 승무원들은 대부분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접객은 아주 능숙하고 친근해서, 걱정했던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사진이나 영상을 계속 찍고 있는 내게 과일 한 조각을 더 건네며 ‘우리 항공사 예쁘게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그들의 친밀함. 황송할 정도의 서비스는 아니어도 그 친밀함 덕분에 나는 내게 드리워진 편견 한 조각을 걷어낼 수 있었다. 

다들 우리 엄마 정도의 나이일 텐데, 우리 엄마가 승무원이었다면 어땠을까. 엄마가 비행 나갈 때마다 진상 승객을 만나서 마음 고생하시지는 않을지 걱정 가득이었겠지. 잘 해야 겠다. 저들의 딸들이 걱정할 일이 덜 하도록.


실제로 비행 중 내가 했던 생각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내가 아끼는 누군가를 투영시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들이 실제로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님, 자식들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승무원을 보며 엄마를 떠올린 건 비단 그들의 나이가 우리 엄마와 비슷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너무나 맛있었던 기내식과 그 기내식을 건네 준 친근한 승무원. 에어캐나다가 북미 최고의 항공사라는 타이틀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두 개의 커다란 축이다. 


참, 서비스 얘기를 너무 진지하게 했는데, 사실 지금 가장 떠오르는 건 오는 편에 먹었던 그 닭다리다. 아, 하나만 더 달라고 할 걸.


프고가 직접 취재하고 리뷰한 B787-9!

지금, 인천-밴쿠버 최저가 확인하기! ▶


에디터들이 직접 경험한 진짜 솔직한 REVIEWS!


매거진의 이전글 [PLOG] 에어차이나 A321 비즈니스석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