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성채, 윈 라스베이거스
어느덧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씩 결혼하는 걸 지켜보니 나도 슬슬 결혼이라는 것을 가만히 상상해보게 된다.
프로포즈는 어디서 받고 싶다든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다든가, 결혼식은 어느 계절에 하고 싶다든가 하는 그런 것들.
그런데, 절대 프로포즈 장소로 선택해선 안될 호텔이 존재한다면 믿겠는가?
당신이 얼마나 큰 꽃다발을 준비하던 상관없다.
이것보다 더 큰 꽃다발을 준비할 자신이 없다면 프로포즈 장소에서 이곳은 제외하자.
놀랍게도 이 모든 데코레이션을 생화로 구성한 꽃들의 성채. ‘윈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북쪽을 바라보면 금빛으로 빛나는 쌍둥이 빌딩이 있다. CSI:라스베가스를 즐겨봤다면 ‘아!’하고 무릎을 칠 수 있는 외관.
CSI:라스베가스의 오프닝에선 스트립의 전경을 보여주는데 특이한 외관 덕택에 기억에 남는 호텔들이 몇 있다. 윈 라스베이거스가 바로 그 중 하나. 뒤편으로 보이는 쌍둥이 건물은 윈 라스베이거스보다 나중에 생긴 호텔, 앙코르 앳 윈 라스베이거스다.
솔직하게 말해서, 접근성은 썩 좋지 않다. 스트립 대로변에서 호텔 입구로 진입하는 길은 그닥 멀지 않지만 이 호텔의 위치 자체가 스트립 최북단과 가깝다. 호텔 내에만 머무르겠다고 마음 먹은 휴양객에게야 상관없는 요인이겠지만, 라스베이거스를 열심히 둘러보고 싶은 관광객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위치다.
체크인은 로비 층에 위치한 이 곳에서 진행한다.
이른 시간(오후 1시 즈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체크인을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다. 체크인한 날이 금요일이라 얼리체크인이 될까 싶었는데, 윈 역시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호텔처럼 이른 시간에도 바로 체크인이 가능했다.
객실 키를 받아 들고 객실로 가려는 발걸음을 붙잡은 건 로비 옆에 위치한 정원!
참고로, 윈 호텔은 스티븐 윈의 이름을 딴 호텔이다. 스티븐 윈은 카지노 재벌이자 윈리조트 그룹 CEO이며, 그의 호텔은 화려한 생화 장식으로 유명하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도 모두 생화. 스티븐 윈의 지극한 꽃사랑은 사진으로 확인해보자.
나도 모르게 열기구 안의 명품박스에 시선 강탈당했다… 이 곳에서 프로포즈가 금물인 이유다.
꽃으로 만든 회전목마. 이게 전부 생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다. 여기가 호텔인지, 식물원인지.
꽃향기에 흠뻑 취할 뻔한 정신을 겨우 다잡고 객실로 향하는 길에도 또 한번 시선을 도둑질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라운지 겸 바인 '파라솔 다운'과 '파라솔 업'이 이곳에 있는데 천장에 달린 파라솔들이 천천히 움직인다. 창 밖으로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호수와 작은 폭포가 보인다. 낮에 간단하게 브런치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
이제는 엘리베이터를 보면 호텔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윈 역시도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엘리베이터 단지가 투숙객을 제일 처음 반긴다.
* 윈 라스베이거스 객실 개수: 2,716개
객실 타입은 윈 디럭스 리조트(Wynn Deluxe Resort). 가장 기본 객실이다.
<윈 라스베이거스 객실 구성>
- 기본 객실(3 종류): 윈 디럭스 리조트, 윈 파노라믹 뷰, 윈 디럭스 파노라믹 코너 뷰
- 타워 스위트 객실(6 종류): 윈 타워 킹, 윈 타워 투 더블, 윈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윈 팔러 스위트, 윈 살롱 스위트, 윈 페어웨이 빌라
* 타워 스위트 투숙객들은 전용 출입구와 전용 체크인 카운터, 전용 엘리베이터, 전용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기본 룸이지만 객실이 정말 크다. 공간 배치를 잘 했는지 비슷한 크기의 다른 호텔보다 더 넓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 너머로 탁 트인 전경도 객실이 널찍하게 보이는 것에 한 몫 한다.
* 윈 디럭스 리조트 객실 크기: 59m²
디럭스 리조트 객실은 킹 사이즈 침대 1개가 있는 객실과 2개의 더블 침대가 있는 객실로 나뉜다.
침대 높이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방문한 호텔 중 가장 높아서 높은 침대를 좋아하는 나에겐 안성맞춤이었다.
베가스엔 워낙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호텔들이 많다 보니 내부가 외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요즈음엔 보편화된 객실 컨트롤러가 없다든가 스위치를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다든가…
다행히 윈에는 객실 컨트롤러가 침대 옆 협탁에 놓여 있다. 이걸로 조명과 객실 온도, 커튼 상태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컨트롤러 외에 일반 스위치도 있어서 스위치를 눌러서 조명을 끄고 키거나 커튼을 걷고 칠수 있다.
침대 맞은 편엔 책상과 TV, 수납장 등이 있는 일반적인 객실 모습.
TV 화면에는 투숙객의 이름이 떠 있다.
수납장 위에 미니바와 샴페인 쿨러, 와인잔과 컵이 보인다.
다른 라스베가스 호텔들과 마찬가지로 이 미니 바 역시 손대면 자동 과금 된다. 미니 바 물품을 원래 위치에서 30초 이상 옮겨 두면 자동 과금 된다는 안내문이 있는 게 다른 호텔과 다른 점. 물론, 라스베이거스 마지막 호텔이었던 윈에 올 때 즈음엔 미니 바 자동 과금 시스템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다른 호텔들도 이렇게 안내를 해주면 서로 편하고 좋지 않을까 싶었다.
수납장 안에는 음료 및 주류 미니 바가 준비돼 있다.
책상 위에는 기본적인 호텔 안내서와 전화기 등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이 아마존 에코. 아마존닷컴의 스마트 스피커로 알렉사(Alexa)라는 이름의 음성 인식 인공지능 비서가 탑재돼 있다. 물론 이곳에서는 영어만 인식할 테니 써보진 않았다(못했다)…
윈 객실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쪽 벽면 천장부터 바닥까지 전체가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뷰 자체는 화려하지 않지만 파란 하늘과 붉은 토양의 대비가 선명하다.
창 밖으로는 쌍둥이 호텔, 앙코르 앳 윈이 한 눈에 보인다.
밤에는 이런 모습. 창 밖의 불빛이 숙면을 방해한다면 언제든 암막 커튼을 치면 된다.
옷장은 화장실 옆에 있다. 가운이나 캐리어 받침대, 다리미, 다리미 판 등은 모두 이곳에 있다.
욕실엔 주로 베이지 톤 대리석이 쓰여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정면에는 세면대 두개, 좌측으로는 욕조와 샤워부스, 우측으로는 여닫이 문으로 분리된 화장실이 있다.
세면대 아래엔 넉넉히 준비된 수건과 헤어 드라이기, 체중계가 보인다.
한 쪽 벽면엔 욕조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작은 화면도 있지만 거리도 멀고 화면도 작아서 과연 잘 보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어메니티는 자체 제작 제품.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이 으레 그렇듯 칫솔과 치약 등은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다. 덴탈 키트나 일회용 슬리퍼 등이 객실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일회용품을 줄여서 환경을 보호하는 취지보다는 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팁이 호텔 직원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요청 시 객실 어메니티를 갖다 주면서 팁을 챙기라고 일부러 빼 두는 모양.
화장실은 세면대 오른쪽에 있으며 여닫이 문으로 분리 가능하다.
호텔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라스베이거스지만 그 중에서도 윈의 수영장은 정말 남다르다는 말을 출장 전부터 누누히 들어왔다. 윈 라스베이거스의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니 강렬한 원색이 쓰인 이국적인 수영장의 모습에 그럴 만 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의 수영장들이 동절기에 대체로 황량하긴 하지만 윈의 황량함은 그 수영장의 규모 만큼이나 크게 느껴졌다. 물론 실망이 컸던 건 기대가 컸던 탓이지 윈의 수영장이 결코 형편 없어서는 아니다. 그저 겨울에 방문한 게 슬플 뿐.
윈의 수영장은 정원과 카바나로 둘러 싸여 있다. 2층에 보이는 천막이 모두 사전 예약 카바나로 운영되는데 동절기라 이용하는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다.
* 윈 수영장 운영 시간: 8am-5pm (동절기)
주황색, 파란색, 노란색 등 원색으로 꾸며진 카바나와 이국적으로 다듬어진 정원수가 휴가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을 증폭시킨다.
겨울에 인기를 독차지하는 자쿠지.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꽤 여러 명의 남자들이 온수 풀을 즐기고 있었다. 다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까지 왔는데 수영장 한 번 안 들어갈 순 없으니. 다만 10분도 못 버티고 후다닥 나왔다. 춥다…
어느 호텔이건 라스베가스 수영장을 100% 즐기고 싶다면 나를 타산지석 삼아 반드시 동절기는 피하길…
윈 이전에 방문한 라스베이거스 호텔들은 전부 피트니스센터가 지상층에 있었다. 하지만 윈의 피트니스 센터는 지하에 위치해 있는 점이 특이점. 규모가 작진 않았지만 지상층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보다 답답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 피트니스 센터 운영 시간: 5am-8pm
트레드 밀을 비롯한 유산소 기구가 창 밖을 볼 수 있게 배치돼 있는 것과 달리 지하 복도를 향하게 되어 있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눈 마주칠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는 구조다.
물론 웨이트 기구나 덤벨 등은 충실하게 구비되어 있으니 운동하고자 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직원들도 굉장히 친절하다.
윈 라스베이거스를 추천해줄 만한 사람은 다음과 같다.
- 라스베이거스 재방문자
- 스트라토스피어, 노스 프리미엄 아울렛 방문 예정자
- 스트립의 떠들썩함이 달갑지 않은 사람
- 호텔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
바꿔 말하면, 라스베이거스가 처음이거나 스트라토스피어, 노스 프리미엄 아울렛에 방문할 예정이 없는 사람에겐 윈 라스베이거스를 추천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스트립 북단에 위치한 윈의 위치 때문이다. 스트립 중심에서 이것저것 보고 싶은 관광객에겐 핸디캡이 큰 위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라스베가스 3대 어트랙션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스트라토스피어나 노스 프리미엄 아울렛은 윈에서 멀지 않으니 자신의 목적지에 이 곳들이 포함돼 있다면 윈에서 머무르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머무르는 동안 스티븐 윈의 황홀한 꽃장식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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