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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May 07. 2019

멸종 위기의 일등석, 진화하는 비즈니스석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의 흥망성쇠

당신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일등석 탑승이라면, 서둘러야 할 지도 모른다. 조만간 일등석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을 테니. 

(출처: 에미레이트항공 공식 홈페이지)

프고는 이미 전세계 항공기에서 일등석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한 바 있는데, 일등석이 사라진 빈 자리가 문득 궁금해졌다. 호랑이 사라진 곳은 여우가 왕 노릇 한다더니, 항공업계 여우는 다름아닌 비즈니스석. 날로 업그레이드를 더해가는 비즈니스석과 구경조차 어려워진 일등석의 흥망성쇠를 간략히 짚어 보기로 한다.



최근 여러 항공사들이 일등석의 비율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앴다. 

아메리칸항공은 에어버스 A321과 보잉 777-300ER만 빼고 일등석을 모두 없앴다. 

(아메리칸항공의 ‘Flagship First’. 출처: 아메리칸항공 공식 홈페이지)

그밖에 케세이퍼시픽, 영국항공, 루프트한자 등도 일등석의 비율을 줄이고 있다. 


심지어 자본력이 막강한 중동3사도 이 추세에서 예외가 아니다. 카타르항공은 10대의 A380에만 일등석을 유지하고 있고, 에미레이트항공도 30대의 B777과 15석의 A380 등의 기종에서 일등석을 완전히 없앴다. 

Tmi 에미레이트항공은 2015년 에어쇼에서 일등석 없는 A380을 공개했는데, 그 항공기에는 무려 557개의 이코노미석이 있다. 

(출처: 에미레이트항공 공식 홈페이지)

참고로, 대한항공 역시 국제선 70%에서 일등석을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아시아나항공 또한 A380을 제외한 모든 항공기에 일등석이 없다.  

보다시피, 이 추세는 점차 본격화되어 가는 중이다.  



◆ 일등석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롭 리포트(Robb Report)는 작년 11월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등석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15만달러(한화 약 1억 7000만원)~30만달러(한화 약 3억 4000만원) 정도가 든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시간당 천달러(한화 약 110만원)인 티켓을 판매해도 이윤을 남기기가 어렵다.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게다가 좌석이 비었다고 운항을 안 할 수도 없는 항공사 입장에선 일등석이야 말로 ‘적자 보고 파는 거에요.’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 셈. 또, 일등석은 이코노미석에 비해 탑승률이 낮다. 만석인 이코노미석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만석인 일등석은 보기 힘든 이유다. 이쯤 되고 보니 손해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 얼마나 비싸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이 일등석을 꾸역꾸역 유지해 온 건 항공사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서가 크다. 하지만 시대(돈)의 흐름 앞에 장사 없는 법.

일등석의 가격은 그야 말로 눈 튀어나올 정도다.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비즈니스석의 가격이 이코노미석의 2배~3배라면 일등석은 7배~10배다. 


대한항공의 인천-뉴욕 왕복 노선은 일반석이 1,333,500원, 일등석이 그의 10배인 13,047,900원이다. 같은 노선의 아시아나항공은 일반석이 1,31,2700원, 일등석이 9,442,700원이다. (‘19년 4월 평일, 공식 홈페이지 기준) 저 돈 주고 일등석을 탈 사람은 극소수일 테니 탑승률이 낮을 수밖에.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일등석이 이코노미석에 비해 10배의 만족감을 준다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론 회의적이다. 항공기는 어디까지나 이동 수단이다. 이코노미석을 타든 일등석을 타든 서울에서 뉴욕까지 같은 시간 걸려 이동하는 것은 동일하다. 내가 허용된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내 입에 들어가는 식사가 얼마나 맛있는지, 내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얼마나 섬세한지의 차이일 뿐이다. 이런 요소들이 개인이 느끼는 만족감을 10배나 증폭시키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일등석의 쇠락은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흥미로운 건 지금부터다. 일등석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만 비즈니스석은 꽃길을 걷고 있기 때문. 

일등석의 쇠퇴가 곧 프리미엄 여행에 대한 수요의 절멸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프리미엄 여행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무리하게 큰 돈 들이지 않으면서도 여행의 질을 높이려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무수히 많은 항공사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방면으로 비즈니스석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과연 가성비의 시대다.



◆ 진화하는 비즈니스석


- 카타르항공의 Q스위트 

(출처: 카타르항공 공식 홈페이지)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석(2018 스카이트랙스 어워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카타르항공. 2017년 ‘Q스위트’라는 업그레이드된 비즈니스석을 선보였다. 업계 최초로 비즈니스 클래스에 더블침대와 스위트형 도어를 장착해 퍼스트클래스와 동일한 개인 공간을 제공하며 문을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들어 4명까지 전용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출처: 카타르항공 공식 홈페이지)

Q스위트는 2017년 6월 도하-런던 노선에 처음 선보인 이후 파리와 뉴욕, 미국 워싱턴 DC에 도입됐다. 서울은 작년 1월부터 카타르항공 전체 네트워크 중 5번째로 Q스위트 좌석이 적용된 기종을 운항하고 있다. 

카타르항공의 아크바르 알바케르(Akbar Al Baker) CEO는 Q스위트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Q스위트를 경험한 뒤로는 일등석이 생각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 싱가포르항공의 비즈니스석  

‘2018 세계 최고의 항공사’ 1위를 차지했던 싱가포르항공(스카이트랙스 어워드 기준). 비즈니스석도 훌륭해 카타르항공에 이어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석’ 부문에서 꾸준히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프라이빗한 공간과 풀플랫은 기본이라는 싱가포르항공의 비즈니스석! 


얼마 전 프고가 구형(위)와 신형(아래) A380-800의 비즈니스석을 모두 리뷰했다. 신형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무려 ‘더블베드로 변신하는 2인석’이 있다. 

▶[싱가포르항공 ‘A380-800’] 싱가포르-시드니 NEW 비즈니스석 탑승기

▶[싱가포르항공 'A380-800'] 시드니-싱가포르 비즈니스석 탑승기


- 말레이시아 항공의 비즈니스 스위트   

(출처: 말레이시아항공 공식 페이스북)

작년 12월, 말레이시아 항공은 일부 A380과 A350에 퍼스트석 대신 업그레이드된 비즈니스석인 ‘비즈니스 스위트’를 설치했다. 소비자경험 최고 책임자 Lau Yin May는 한 인터뷰에서 “일등석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회사 정책상 일등석을 타지 못하는 출장자들도 많다”며 “좌석, 서비스, 음식 등 기존 일등석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비즈니스 스위트를 소개했다. 


 - 아시아나항공의 비즈니스 스마티움 

아시아나항공은 최신 기종인 A350-900에 기존 비즈니스석에서 업그레이드된 ‘비즈니스 스마티움석’을 설치했다. 좌석이 넓어지고(간격은 17인치, 너비는 2인치) 풀플랫이 가능해졌다. 창가는 모두 1인석이라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일반 비즈니스석과 비즈니스 스마티움석의 리뷰는 아래 글을 참고하면 된다. 

▶[아시아나항공 ‘A330-300’] 오사카-인천 비즈니스석 탑승기

▶[아시아나항공 ‘A350-900’] 인천-오사카 비즈니스 스마티움석 탑승기


추가로, 항공사들은 요즘 최신 기종인 A350시리즈(A350-900, A350-1000)나 B787시리즈(B787-9, B787-10)에는 퍼스트석을 두지 않는 대신 리버스 해링본(Reverse Herringbone) 스타일의 비즈니스석을 들여놓는 추세다. 리버스 해링본 스타일의 비즈니스석은 좌석별로 독립된 공간이 확보된 게 특징이다. 

[아메리칸항공 'B787-9'] 인천-댈러스 비즈니스석 탑승기

[에어캐나다 ‘B787-9’] 인천-밴쿠버 비즈니스석 탑승기

이렇게!




◆ 앞으로도 계속될 비즈니스석의 변신 


그 밖에도 많은 항공사들이 업그레이드된 비즈니스석을 예고했다. 


- 영국항공

영국항공은 올해 10월부터 모든 A350에 도입 예정인 새 비즈니스석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출처: 영국항공 공식 홈페이지)

기존의 비즈니스석과 다른 점은 배열이 2-4-2가 아닌 1-2-1이라는 것, 가죽 재질이라는 것과 풀플랫이 된다는 것이다. 


- 하와이안항공 

(출처: the POINT GUY 홈페이지)

하와이안항공은 2021년부터 보잉의 787-9 드림라이너에 새 비즈니스석을 도입할 예정이다. 영국항공과 마찬가지로 1-2-1 배열이며, ‘2’에 해당하는 좌석은 카타르항공의 Q스위트나 싱가포르항공의 신형 비즈니스석처럼 더블베드로 변형이 가능하다.   




일등석-비즈니스석-이코노미석 세 클래스로 구성된 항공기는 이제 옛말이다.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축으로 다양한 변주가 나타나면서 전보다 넓어진 선택의 폭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일등석이 없어졌으니 선택권은 줄어든 것 아니냐고? 점심 메뉴 고를 때를 떠올려보자. 만원짜리 쌀국수와 만 이천원짜리 돈가스 사이에서 고민하는 날은 많아도 만원짜리 쌀국수와 십만원짜리 호텔 뷔페를 두고 고민하지는 않잖은가.  

(출처: 에바항공 공식 홈페이지)

열 배의 가격 차이가 나는 일등석과 이코노미석을 사이에 두고 ‘이코노미석을 골랐다’라고 말하긴 어색하다.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던 프리미엄이기 때문. 하지만 고작 두 배 정도의 가격 차이라면, 그러니까 그게 만원짜리 쌀국수와 이만원짜리 파스타 사이의 고민이라면,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이다. 다음 비행에서 쌀국수를 고를 건지 파스타를 고를 건지는 오롯이 당신의 선택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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